마당에서 울다

송영희 · Poem
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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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시인선 39권. 1968년 「여원」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송영희 시인의 시집. 송영희 시인의 시선은 무감한 일상의 시선에 회의를 품는다. 이 회의야말로 시적 사유의 시작이며, 시인의 시선이 반영된 관념이고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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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제1부 저물녘 그 사이/여름 한가운데서/전주(前奏)에 대하여/물의 정원을 가다/다알리아/맨드라미 곁에서/마당에서 울다/가을 연못/다시 읽는 시/가구를 버리다/저녁 한때, 오래/북향화(北向花)/황도(黃島)/소통/아욱꽃 피다/풀등 제2부 첫사랑/가을 꽃차/연정/암자, 피어나다/가로등을 끄다/밥값/만개/나는 벤치를 믿어/논둑과 논둑 사이에서/내외 불화증/파도의 시간/그날의 체감온도/울음산/성지에서/탄주(彈奏)/파밭 제3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름/창문 아래 초록 잎들/내 몸의 이물질/라라라 봄비/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오래된 마당이 있는, 없는/개울 옆 찻집/가을 햇살이 보여주었다/여름 연못/땅이 웃는다/틈이 풍경을 만든다/낮놀이/초록에 갇히다/여름이야/꽃밥 제4부 마당이 젖는다/한련화 마당/어느 날 감잎들이/산막(山幕)에서/꽃거품으로 지우다/검은 유혹에 물들다/두 자루의 삽/기도의 신학/운학리 연가/경칩론(驚蟄論)/꽃잎 흘러가다/뭉클하다/찰옥수수 삶는 동안/달밤/우수(雨水) 해설 당신 그리고 마당으로 가는 길 / 우대식(시인)

Description

나를 벗어나 나를 찾아가는 시의 여정 〈시인동네 시인선〉 039. 1968년 《여원》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송영희 시인의 신작 시집. 송영희 시인의 시선은 무감한 일상의 시선에 회의를 품는다. 이 회의야말로 시적 사유의 시작이며, 시인의 시선이 반영된 관념이고 감각이다. 마당가에 핀 들꽃 하나 혹은 들판의 벼포기 등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사물도 시인의 시선에서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각각 자립적인 존재의 기원이 있으며 내적 역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소하고 연약한 것들의 속내에 가닿으려는 시인의 갸륵한 시선은 어디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의 공간인 마당에서 비롯한다. 마당가에 핀 꽃들이 시인에게는 세계이며 우주다. 마당은 실재의 공간이며 시인이 지향하는 자유로운 상징의 공간이다. 모든 만물이 비춰지는 공간이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우물 같은 공간이다. 또한 마당은 현대인에게 자신의 존재에서 이탈한 우주적 공간을 뜻하는 장소이며, 하늘의 행성을 바라보며 나를 찾아가는 또 다른 공간이다. 따라서 이 시집을 읽는 일은 마당에서 나와 마당으로 돌아가는 시인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문득 상처받은 내면이 아물어가는 것을 느낀 독자들은, 마음의 마당가에 오래오래 『마당에서 울다』라는 등불을 걸어놓고 싶어질 것이다. 송영희의 시는 몸의 찬란함과 쓸쓸한 소멸의 기록이다.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에서 바라본 아슬아슬한 존재의 불우가 여름날 찬란한 생명과 저물어가는 서쪽의 긴 여운처럼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송영희의 시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가 잘 읽힌다는 점이다. 지극한 공감의 세계로 사물을 자신을 그리고, 당신을 불러 세우는 시적 형상화 능력이 탁월하다. 시행의 자유자재한 구사는 시인이 자신의 사유를 오랫동안 시적으로 사유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시선은 ‘늘 그렇고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시선에 회의를 품는다. 이 회의야말로 사유의 시작이며 시인의 시선이 반영된 관념이며 감각이다. 송영희의 시가 건져 올린 사소함과 일상에 대한 명상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구조물들은 그것을 만든 인간의 이데올로기에 봉사하게 된다. 그러나 마당가에 핀 들꽃 하나 혹은 들판의 벼포기들은 응당 그러려니 생각할 터이지만 시인의 시선에서 보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각각 자립적인 존재의 기원이 있으며 내적 역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존재의 기원과 내적 역사에 시선이 닿아 있을 때 시인의 사유는 더 융숭해지게 된다. 사소하고 연약한 것들의 본질을 향한 이러한 갸륵한 시선은 주변의 미미한 사물들을 호명하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시인은 그것들을 자신의 삶의 알레고리로 자주 치환한다. “물오른 공양 첫 제물로 바쳐놓고, 그 몸은 점점 가시가 되어가는, 오직 외줄기 하나만 지탱하는”(「전주(前奏)에 대하여」) 두릅나무의 모습은 시인 자신의 시적 상징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비유는 자신의 삶과 밀접한 공간에서 걷어 올린 시라는 점에서 육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송영희의 시가 어디 먼 곳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밀접한 공간인 마당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시인이 어떠한 위악적 수사로부터 멀리 떠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당가에 핀 꽃들이 시인에게는 세계이며 우주다. 마당은 실재의 공간이며 시인이 지향하는 자유로운 상징의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마당에서 시작한 사유는 가장 근접된 자연물과 관련이 깊기도 할 터이지만 어쩌면 자신의 내면 풍경과 가장 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당은 끝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우물 같은 공간이다. 모든 만물이 비춰지는 공간이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간으로서 어떤 삿됨도 있을 수 없다. 마당가의 풍요로움과 쓸쓸함은 시인이 살아온 자신의 내면이라 할 수 있다. 마당에 대한 깊은 사유는 끝내 아래와 같이 아름다운 시 한 편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해 떨어진 여름밤 두무골 골짜기 감악산 등성이 너머 달빛이 하얗게 하얗게 흘러간다 물결 지나간 자리마다 하늘 옷자락 질펀하게 물이 든다 한여름 밤의 그 만월, 밤 깊을수록 개울물 소리 더 크게 울려오고 한순간 와르르 쏟아지는 별 무리들, 땅 위의 모든 고요가 얼비치는 후박나무 잎이 몇 번 뒤집혀지는 달맞이 꽃잎들이 만개하는 -「마당이 젖는다」 전문 「마당이 젖는다」는 물론이거니와 시집의 첫 편 「저물녘 그 사이」와 마지막 시편 「우수」들도 모두 마당에서 건져 올린 시들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마당에서 나와 마당으로 돌아가는 시인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뜻이다. 현대인에게 마당이란 자신의 존재에서 이탈한 우주적 공간을 뜻하는 장소이며, 하늘의 행성을 바라보며 나를 찾아가는 또 다른 공간에 다름 아니다. 독자는 시와 더불어 마당가를 배회하는 동안 푹푹 찌는 여름날의 마당가에서 옥수수도 쪄 먹고 얼굴로 떼 지어 몰려오는 별을 보기도 하리라. 수많은 꽃들이 피었다 지고 내면의 무수한 상처들이 흩어진 마당가에서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리기도 하리라. “내 집은 오래오래 서쪽에 있을 것이다”(「저녁 한때, 오래」)라는 시구를 만나면 내 집 마당가에도 등불을 걸어놓고 싶어지리라. 『마당에서 울다』는 시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집은 서쪽에 있을 터이지만 그곳을 바라보는 자의 시선에만 노을은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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