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인류가 창조해 낸 괴물, 인간을 창조하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추천! BBC와일드라이프 선정 ‘2024 최고의 책’ 월스트리트저널, 데일리 메일 추천 역사 속 모든 괴물은 인류의 어두운 불안에서 기어 나왔다 “크고 추하며 두려움을 자아내는 상상 속의 존재” 혹은 “비인간적으로 잔인하거나 악독한 인간”.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내리는 괴물의 정의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괴물은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이며 추한 존재, 잔인한 행위로 우리에게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인간이 아니거나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이다. “괴물은 불가해한 취향이 낳은 실수가 아니다. 필수이다.” 톨킨이 1936년 <베오울프>에 대한 강연 <괴물과 비평가들>에서 한 말이다. 괴물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수없이 등장하고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지금, 이 말은 일견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은 괴물이 ‘왜’ 인기가 있는지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하필 왜 괴물일까? 왜 괴물은 고대 동굴 벽화에서부터 신화, 문학, 오늘날의 영상 콘텐츠까지 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모든 창작물에 등장할까? 《매혹의 괴물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류가 생존이라는 어두운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괴물을 창조해 낸다고 말한다. 우리는 “호모 데우스”가 되어 자연이라는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선 듯 행동하지만, 결국 자연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인류가 피식자의 위치에 있던 구석기 시대에서부터 “호모 데우스”가 된 지금까지 우리는 늘 생존을 향한 불안에 시달려 왔다. 거대 포식자들, 용, 미노타우로스, 이브와 릴리트, 바다 괴생물체들… 상상 속 존재이든 실재하던 생물체든, 역사 속 모든 괴물의 결말은 인간을 혹은 질서를 위한 죽음이다. 인류는 괴물이라는 거대 존재를 만들어 통제하고 끝내 죽이는 방식으로 자연 속 피식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불안을 다스려왔다. 또 이는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내면의 혼돈과 폭력성을 다스리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인류의 창조성은 이렇듯 인간 근원에 자리잡은 불안에서 기인한다. 그리하여 괴물은 우리가 외면했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우리를 향해 기어 나온다. “괴물의 (부자연스러운) 자연사는 사실상 인간의 역사이다.” 인류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알려 주는 존재, 괴물 괴물의 특성이라고 판단되는 부자연스럽고 기괴한, 비정상적인 요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 변화해 왔다. 괴물을 판단하는 기준은 역사 속에서 유동하며 수많은 괴물을 만들어 냈다. 괴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유는 “그것이 만들어진 때와 장소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괴물은 “인간이 펼쳐온 다양하고 폭넓은 세계관으로부터 탄생”한다. “괴물다움은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말은 결국 우리의 정신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괴물은 우리를 드러내는 요소로, 그 어원에서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괴물이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보여 주다’, ‘경고하다’를 어원으로 둔다. “괴물은 신비하고 모호한 동시에 무언가를 드러내는 존재”로 “저 깊은 곳에서 터져나온 징후”이다. 곧 괴물을 알면, 우리는 “우리의 내면세계, 그리고 실재와 마주하는 방식에 대한 숨겨진”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신화와 이야기는 여러 세기에 걸쳐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마치 유기체처럼 인류 정신에 남아 이어진다. 이야기는 유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과거의 인류에 대한 진실을 전달한다. “살아남은 이야기들은 인간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이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하나의 집단으로 결속되기 위해 무엇을 적대시하였는지가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거에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괴물들은 우리의 어떤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까. 인류세, 이제 다시 괴물을 상상해야 할 시대 이성으로만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인간의 태도는 결국 “인간 정신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쾌락”을 훼손한다. 그리고 그 결과 “인간의 자기 이해 또한 극심하게 제한된”다. 인류는 이성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내면에 비이성적이고 신비로운, 기꺼이 마법에 매혹되고자 하는 충동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요동치는 불안과 자연을 향한 욕망으로 “혼란스러운 조각을 다루기 위해 우리가 붙잡는 존재가 바로 괴물”이다. 이 책은 괴물이 어떻게 인류 정신의 초창기를 형성하고 일상 속 존재로 자리잡았는지,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까지 함께했는지 보여 준다. 동굴 벽화 속 반인반수 주술사와 메소포타미아 세계를 만든 재료가 된 암용 티아마트. 미노타우로스와 그의 감옥이자 집이자 무덤인 미로, 악마가 된 이브와 릴리트. 인간 세계를 동경하고 파괴한 그렌델, 바다 속 리바이어던의 후예들. 가짜이되 가짜가 아니었던 17세기 분더카머른의 키메라, 우리의 바이오필리아를 자극하는 거대한 비늘 히어로인 공룡까지. 인류 역사 속 중요한 괴물들을 되짚어 보며 우리가 문명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비이성을 어떻게 ‘타자’에게 투사해 왔고 또 분리해 왔는지 알아 본다. 우리는 인류세에 들어서며 “죽음의 신,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지만 그 결과물을 수습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 도래한 기후 위기와 전쟁, 학살이라는 인류의 위기는 마치 자연을 잊고 신이 되려 한 우리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듯하다. 인류는 발전에만 집중한 나머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어디까지 몰고 왔는지 되돌아보지 못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자연 세계를 탐구하고 인간이기에 괴물을 만든다.” 신이 되지 못하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류는 이제 자신의 내면에 괴물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인간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바로 다른 무엇도 아닌, 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