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밤

박진성 · Poem
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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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451권. 박진성의 세번째 시집. 첫 시집 <목숨>, 두번째 시집 <아라리> 이후 6년 만이다. 그간 온 힘을 다해 시로써 자신을 증명하는 숨소리를 내어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기 증명을 넘어 타인의 통증 곁에까지 당도하려 시도한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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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제1부 제라늄 익명에서 익명에게 질문들 방랑괴객 도마 나의 아름다운 사전 투명 불가능한 윤리 시간 꽃은 떨어지며 성별을 갖는다 식의 형식 최초의 기억에서 고양이 도마 변신 장례식은 다 컸다 갠지스의 바람 제2부 태도 목소리들 테라코타 과일의 세계 이명 키스 창문은 타악기 물의 나라 대화들 오전의 책장 어떤 붉은 이야기 새벽에 걷기 담장들 색의 시절 휴일에 그 겨울의 끝 밤의 구도 떠도는 익명들 오빠에게 제3부 환절기 창문 자전거 사라진 요일들 일요일 나무거울 사이프러스 채널 의정부 물의 도시 11월 최초의 기억 소문 한화 이글스 팬클럽 등 도마 2 정물에게 유리 보속증 처음 우는 아이는 체링 돌카르의 버스 해설|병을 실천하는 밤들의 역사-강동호

Description

끝내 버리지 못하는 어떤 믿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억하는 일 박진성의 세번째 시집 『식물의 밤』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 『목숨』, 두번째 시집 『아라리』 이후 6년 만이다. 그간 온 힘을 다해 시로써 자신을 증명하는 숨소리를 내어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기 증명을 넘어 타인의 통증 곁에까지 당도하려 시도한다. 자신을 둘러싼 고독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 비록 불가능할지라도 박진성은 세상을 떠도는 고통을 들으려 끊임없이 애쓰고 있다. 끝내 슬픔을 달래지 못하고 애도 역시 실패에 그칠 것임을 알고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밤을 견디며 믿을 수 없는 순간에조차 믿음과 사랑을 확신해낸 55편의 시가, 엷고 푸르게 빛나는 시집 『식물의 밤』으로 묶였다. 병시(病詩), 고독에서 방랑으로―“광기는 이제 지친 것 같다” ‘병시(病詩)의 시인’, 박진성은 지난 시집들에서 몸에 체현되는 절절한 고통과의 사투를 그대로 드러냈다. ‘아픔’과 ‘고통’은 박진성의 시에서 추상적인 관념에 그치지 않고 만져질 듯 생생했다. 병은 시의 소재가 아니라 시인의 목숨과 같았다. 『식물의 밤』에서도 박진성은 여전히 앓고 있다. 다만 “광기는 이제 지친 것 같다”(「처음 우는 아이는」). 시인은 병증으로 생을 증명하는 일 너머를 시도한다. 아무리 고통의 근원을 되짚어봐도 “최초의 기억이 자주 바뀌었”(「최초의 기억」)고 “잠든, 네 복숭아뼈를 만지면 그곳이 내 슬픔의 기원 같”(「과일의 세계」)았으니 왜 아파해야 했는지 분명히 알 수는 없었다. 아픔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증명할 수 없는 고통에 섧게 분노했다가, 신명 나는 에너지로 승화시켰다가, 결국은 무력감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인은, 최대치의 아픔에 다다랐을 때 문득 멈추어 생각했을 것이다. 까닭도 모르고 어디로 흐를지도 모르는 이 슬픔, 고통과 영영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부글부글 끓게 하거나 단단히 응고시키기보다 흐르는 대로 놓아두기로. 그의 시에 빈번히 등장하는 물, 바람, 그림자, 밤 같은 시어들은 머무르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성질의 것들이다. 물처럼, 바람인 듯, 쉼 없이 “오가”고 “흐르”고 “드나”드는 고통은 “안과 밖이 없는 것 같다”(「처음 우는 아이는」). 이제 “내 것이었던 그리고 당신 것이었던, 어느 계절이어도 상관없는 따스한 흐름, 모르는 흐름, 사랑하는……”(「식의 형식」) 누군가의 아픔이 함께 섞여 불어온다. 박진성은 그의 어깨에 닿은 이름 모를 슬픔과 고통을 잠시 곁에 두며 귀 기울여 듣고, 냄새 맡고, 쓸어본다. 벽이 자랐다. 바람이 다친 여자를 도울 수 있겠는가. 다친 새를 구할 수 있겠는가. 벽은 누워서 자랐다. 붉은, 붉은, 끝까지 붉어서 자랐다. 나의 뼛속까지 자라나는 저 벽이 가난한 시간을 구원하겠는가. 다친 여자를 데리고 강 아래로 갈 수 있겠는가. 강 아래 얼음에 누워 바람에 올리는 식물을 꺾겠는가. 새에게는 자기만의 공기가 있다. 다친 여자의 다친 부위로 들어가리라. 죽은 물은 없다. 죽은 소리는 없다. 죽은 벽은 없다. 미쳐서 다친, 다쳐서 미친 이 여자가 나의 벽이었다. 여자가 주운 붉은 돌이 심장에 박히는 소리를 들었다. 느낄 수 있을 뿐 만져볼 수 없는 약속이었다. 슬픔의 방향을 몰라 벽은 계속 자랐다. 여자의 상처는 붉은 벽의 말을 불태웠다. 어두운 물소리와 긴 긴 구멍, 거기서 나는 불타는 말과 놀았다. 모든 말이 재가 될 때까지 놀았다. ―「어떤 붉은 이야기」 전문 그래 그날 풀밭에 네가 귀를 잘라 두고 간 그날부터였어 [……] 세계의 모든 사물은 귀에서 쏟아지고 새로 배치된 것들은 소리들을 뱉으며 앓기 시작했지 [……] 그런데 네 몸의 소리만 네 귀에 없다 없어서 웅웅대는 소리들 없어서 계속 들리는 너의 소리들 ―「이명」 부분 그렇다면 친구여, 나는 오늘 사막이 아니다. 유순한 나뭇잎이 떠가며 졸고 있는, 오늘 나는 강물이 아니다. 죽은 꽃에 딱딱한 넋을 올려놓고 나의 흉곽은 갠지스의 바람으로 가리. 그대의 부재에서 비롯한 산책과 갠지스 강가의 도요새와 식물의 밤을 나는 모른다. 그렇다면 친구여, 딱딱한 꽃에 얹어놓은 죽은 넋을 그대는 바람과 함께 불어야 하리. 갠지스의 바람은 그대의 무뚝뚝한 발을 휘감고 있다. 나의 희망은 놀란다. 갠지스의 바람이 액체로 변하는 것이다. 너를 열면, 저 문을 열면, 뚜벅뚜벅 관절을 다친 바람들이 넘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칠 것이다. 사막이 될 수 없는 모래와 강이 될 수 없는 물이 내 희망의 주인이 될 것이다. 희망은 무엇인가……를, 인도에게 물어선 안 된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만한 게 없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일 테지. 갠지스의 바람은 갠지스 강 주위를 떠도는 바람, 친구여, 그대는 이곳에 없어야 하리. ―「갠지스의 바람」 전문 끝내 기억하겠다는 믿음―“어떤 문장은 모든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스스로 벽이므로[“나의 뼛속까지 자라나는 저 벽”(「어떤 붉은 이야기」), “우리는 안과 밖이 없는 담장들”(「담장들」)], 물과 바람은 끝내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벽을 완벽하게 허무는 것은 자신과 타인을 소멸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임을 시인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하여 “시에는 아무것도 없”고 “시를 쓰고 있다는 어두운 믿음만 있”을 뿐이라(「채널」) 괴로워하며 “종이들을 찢”기도 했지만 “글자들이 찢어지지 않았다”(「도마」). 박진성에게 ‘글자들’은 고통이 곧 생의 증명이었던 시절부터 몸에 새겨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불가능을 안고 글자들을 부린다. 고독한 고통을 흐르게 놓아두고 타인의 아픔까지 찾아 들으며 내내 복기한다. 기억은 이미 놓쳐버린 것들을 사랑하는 방식이자, 절망의 무저갱에 빠지지 않도록 지탱시키는 작은 믿음이다. 시인은 아픈 누군가에게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종용하지도, 값싼 위로를 섣불리 선사하려 억지 부리지도 않는다. 다만 말할 뿐이다. “나는 내 귀를 걸어둘게”(「익명에서, 익명에게」). 이것이 영영 지속될 것만 같은 이 ‘밤’에, 가늠할 수 없이 거대한 무력감에 대응하여 고통의 항체를 지닌 시인 박진성이 내놓을 수 있는 희망일 것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박진성은 기억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좀처럼 이 세상을 믿을 수 없는 순간에도 끝내 폐기하지 못하는 어떤 믿음을 확신하는 것. 그러나 누군가의 부재를 제물 삼아 비로소 우리의 삶을 아프게 추스를 수밖에 없다는, 그 때늦은 희망의 토대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식물처럼 연약하지만 한편으로 강인한 시인은 그 슬픔을 회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사는 일상을 자주 떠난다. 상습적으로 저 밤을 망각하는 우리를 대신해 강 주위를 떠도는 바람처럼, 물의 나라 근처를 지금도, 배회하는 중이다._강동호(문학평론가) 모든 얼음을 만져볼 수 없지만 나의 사전에는 자주 냉기가 다녀간다 나의 오감이 실패한 단어를 나의 사전이 대신 닿는다 그러니까 나무 안에 흐르는 꽃이 내 사전의 일이다 [……] 사전을 수첩이라 부르는 여자의 눈에서 다친 물고기를 건지는 일도 있다 어떤 날은 사전만 바라봐도 몸이 흐리다 나의 사전은 나의 신체를 흐르는 것이다 사전을 잃어버릴 때마다 악천후가 신체로 드나들었지만 나의 죄 없는 부주의는 그때마다 다른 기후로 이주했다 이 사전이 끝날 때 모든 말들이 일어나 나의 한때를 버릴 것을 안다 폐허에서 무너진 자신의 시간을 바라보는 눈, 그 눈이 나의 사전의 이름이다 ―「나의 아름다운 사전」 부분 네가, 너 몰래 열어놓은 문틈으로 네가, 네 몸을 씻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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