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이 미디어다
특히 요즘 들어 더욱 절감하는 것은 한국의 광고 산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한 해 2,000편 가까이 만들어지는 TV 광고 중에서 기억에 남는 광고를 꼽아 보라 한다면 광고인들도 열 개를 넘기지 못한다. TV화면을 도배하던 그 수많은 광고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유명 일간신문 1면에 5단 광고를 한 번 집행하는 데, 또 9시 뉴스에 15초 TV 광고를 한 번 방영하는 데는 수백 만 원이 든다.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유명 일간지를 구독한다고 해서 1면에 실린 광고를 봤다고 할 수는 없다. 뉴스 시간대에 TV 앞에 앉았더라도 머리 속에서 딴 생각을 하고 있다면 역시 광고를 봤다고 할 수 없다. 전통적인 미디어들을 활용한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메시지를 뿌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베트남 전에서 맹위를 떨쳤던 F-4 팬텀 폭격기를 닮았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대신 많은 양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었던 팬텀은 목표지점 상공에 도달해서 그저 폭탄을 쏟아 부었을 뿐이다.
이런 문제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오래 전부터 피부로 느끼고 있던 사실이었다. 이 책의 저자 톰 힘프 역시 전통적 미디어들이 가진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하고 대안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핵심요소는 기존의 미디어들을 활용한 광고는 이제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광고의 목적은 어떤 경로로든 수용자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 미디어 광고의 경우 수용자들이 그 전달 메커니즘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광고를 쉽게 걸러내 버리기 때문에 효율이 극도로 떨어진다. 라디오에서 광고가 흘러나오는 순간 '저건 광고야!'라고 자동적으로 인식하면서 듣지 않거나 채널을 바꿔 버리게 된다. 그저 소음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광고제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금은 하나의 빅 아이디어 창출이 중심이다. 그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어떤 매체를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종속변수이다. 그것은 TV 광고일 수도 있고, 길거리 퍼포먼스도 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 퍼트리기일 수도 있다. 또는 그 모든 것이 통합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광고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미디어라는 시사점을 명쾌하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마인드 세팅이 새롭게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효율적인 광고 산업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바뀌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