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들의 춤

최수철 · Novel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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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단편 '맹점'으로 등단한 이래, 의식을 추적하는 집요한 언어와 무수하고 치밀한 감각의 연쇄가 낳은 감각의 무정부 상태를 그린 작품 세계로 현대 한국 소설사에 뚜렷한 족적을 새겨온 작가 최수철의 여섯번째 소설집. 작가가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겨울에 걸쳐 발표한 중편소설 3편을 묶은 연작소설집으로, 그 복판에는 한국 역사상 가장 깊고 오랜 상흔으로 기록된 한국전쟁, 그 전쟁 안에서 또 하나의 전쟁을 치러야 했던 거제도 포로수용소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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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거절당한 죽음 7 줄무늬 옷을 입은 남자 81 거제, 포로들의 춤 165 해설| 삶과 죽음의 냉혹함을 견뎌낼 온기는 어디에서 오는가_ 서희원 246 작가의 말 278

Description

1952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가면을 둘러쓴 자들의 기이한 스퀘어댄스, 이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 짧고 치명적인 꿈! 1981년 단편 「맹점」으로 등단한 이래, ‘의식을 추적하는 집요한 언어’와 무수하고 치밀한 감각의 연쇄가 낳은 ‘감각의 무정부 상태’를 그린 작품 세계로 현대 한국 소설사에 뚜렷한 족적을 새겨온 작가 최수철이 여섯번째 소설집 『포로들의 춤』(문학과지성사, 2016)을 출간했다. 작가가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겨울에 걸쳐 발표한 중편소설 3편을 묶은 연작소설집으로, 그 복판에는 한국 역사상 가장 깊고 오랜 상흔으로 기록된 한국전쟁, 그 전쟁 안에서 또 하나의 전쟁을 치러야 했던 거제도 포로수용소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스위스 출신의 사진작가 베르너 비숍(1916~1954)이 남긴 한 장의 사진(「유엔 재교육 캠프에서의 스퀘어댄스, 거제도, 한국, 1952」, 본문 242~245쪽에 소개)에서 출발한 이번 연작은, 피로 얼룩진 50년대 포로수용소 광장에서 회백색 최루탄 연기가 난무하는 70~80년대 대학가 시위 현장으로, 다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붉은 악마〉의 물결로 넘쳐났던 시청 앞 광장으로 한국 현대사의 시계추를 종횡무진으로 옮겨놓고 있다. 실재하는 역사 속에 틈입한 의식과 상상력의 소설 언어가 낱낱으로 있던 사건과 의혹, 구멍과 관계들을 퍼즐처럼 꿰맞춰가는 치밀한 구성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이는 연작 『포로들의 춤』은, 영혼까지 빼앗겨버릴 만큼 공포와 치욕으로 참혹했던 공간의 인물들을 지금­여기에 소환하고 역사의 이면을 추적해가는 한편, 가슴 묵직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사진에 봉인된 과거의 역사가 소설 속에서 어떻게 현재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는가. 과연 우리는 역사의 리얼리티를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가.’ 역사와 기억, 체험과 상상력을 관통하는 가시철조망 너머 투명한 공포 “단지 잠깐 동안의 소강상태가 있을 뿐, 전쟁은 매 순간 계속되고 있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최수철은 지난 3년간 한국 현대사, 특히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이 끝나는 시기에 걸친 기록들과 더불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작은 1952년의 어느 겨울,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한 광장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포착한 베르너 비숍의 사진이었다. 1951년 이른 봄부터 1953년 여름 휴전협정이 조인되기까지, 한국전쟁 포로들을 재교육한다는 유엔군의 명분하에 운영된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수용된 포로의 규모도 규모였거니와, 반공포로들과 친공포로들 사이에 밤낮으로 자행된 유혈 살상이 극으로 치달으며 냉전이념이 첨예하게 맞부딪는 또 하나의 전쟁터로 불리던 현장이었다. 바로 그곳에서 가면을 둘러쓴 포로들이 서로의 팔을 엮고 서양의 스퀘어댄스를 추고 있는 모습은 사진 한편의 자유의 여신상만큼이나 낯설고 기괴한 풍경일 수밖에 없었다. 순간을 포착한 사진의 강렬함 이상으로, 한국전쟁은 “정말로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 택한 적군을 상대로 벌인 잘못된 전쟁이었다”, “거제도에서는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지시가 내려졌고, 사진을 찍는 우리들 앞으로는 그럴듯한 사람들만이 지나가도록 계획되었다. 이 사람들은 ‘보도 사진’에 찍히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pp.183~84)고 적힌 사진 아래 설명글은, 일상과 글쓰기에 오랫동안 무력해져 있던 작가의 온 감각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그 사진을 보고서 강한 호기심을 느꼈을 때, 나는 그 장면에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 사진에 대한 관심이 이내 시들해진 까닭은, 나 자신이 사진 속 상황을 단지 이야깃거리로 대하고 있음을 자각하고서 무의식적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던 탓이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문서를 대할 때마다 그럴듯한 이야깃거리인가 아닌가 하는 잣대로 가치를 재고 있었다. 진실을 찾는 건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었고, 따라서 나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사진이 다시금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분명 내게 뭐라고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아직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는 전쟁터에 나선 병사의 심정으로 아니, 전쟁터에 나갔다가 적에게 사로잡힌 포로의 심정으로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제, 포로들의 춤」, p.185) 시간상으로 맨 처음에 씌어진 「거제, 포로들의 춤」의 주인공 ‘나’ 역시 혹독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작가다.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오랜 프랑스인 친구 베르티에를 통해 비숍의 사진을 처음 접했고, 그와의 인연으로 잊고 지냈던 3년 아래 대학후배인 한수영과도 재회한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규칙적인 만남을 이어오던 그들로부터 돌연 소식이 끊겨 궁금해하던 ‘나’는, 한참이 흐르고 난 뒤에야 그들이 취재차 간 중국에서 자동차 사고로 동반사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베르티에의 부인 마리가 보내온 메일을 읽고 나서야 ‘나’를 포함한 우리 셋 모두에게 하나의 공통 역사가 삽입돼 있었음을, 대학가 시위 현장에서 돌연 잠적을 감췄던 한수영이 프랑스로 건너와서까지 집요하게 밝히고 싶어 했던 사실이 있었음을, 그들의 만남이 그저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 명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의 아들이었고, 또 한 명은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있었던 인민군 포로의 딸이었으며, 남은 한 명은 한국전쟁에 징집되었다가 훈련소 철조망에 찢겨 심각한 복막염을 앓고 의가사제대를 한, 그 후 남은 평생을 전국 방방곡곡의 가시철조망을 수거하는 일에 투신한 아버지를 두었던 것이다. 죽음 직전까지 보이지 않는 철조망에 칭칭 매여 살았던 아버지만큼이나, ‘나’ 또한 육군 보병 장교로 24시간 임진강 참호 근무를 서며 느꼈던 감금된 죄수의 강박과 긴장이 오래도록 일상 자체를 잠식해온 우울과 무기력함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묻기에 이른다. “철조망 울타리는 흔히 투명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벽이나 말뚝 울타리와는 전혀 달리, 철조망은 사람을 완전히 가둬두면서도 그 너머를 거의 투명하게 내다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었다.” (「거제, 포로들의 춤」, p.203) 스스로를 나태 분열증 환자로 낙인찍은 채 만성우울증에 몸을 내맡겨왔던 ‘나’는 어느 날 어두운 산책길에서 삐라 한 장을 발견한다. 반공과 간첩 신고를 부르짖는 형편없이 훼손된 그 전단에서 ‘나’는 아내와 수영의 모습을 겹쳐 떠올린다. “지금, 비로소 나는 나 자신이 바로 이 순간 막막한 공포를 가면으로 간신히 억누르며 경쾌하게 몸을 놀리는 포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나는 사진의 안팎을 넘나든다. 내가 포로가 되고, 또 비숍이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아버지가 쓰고자 했던 소설, 한수영이 시작했던 그 소설을 계속 써나가기 위해, 이 사진 한 장이 내게 허락한 짧고 치명적인 꿈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거제, 포로들의 춤」, p.226) 가장 최근에 씌어진 「거절당한 죽음」에는 1980년대 말 경기도 연천 육군3사관학교 예비역 사관후보생으로 복무하는 주인공 ‘최정우’가 등장한다. 화자와 실제 작가의 경험이 크게 오버랩된 작품이기도 한데, 꿈과 기억의 모호한 경계에서 서성이는 주인공 ‘나(최정우)’의 의식을 쫓는 최수철 특유의 묘사는, 점차 과거-기억-역사 속으로 입사해 삶과 죽음의 흔적이 묘연한 과거 속 인물들을 하나 둘 여기에 불러들인다. 이야기의 한 축에는 전방 사단에 배치되기 직전 특별외박을 허락받고 후배 한수영을 기다리는 ‘나’의 현재가 있다. 진눈깨비로 흐려진 터미널 앞 휴게소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그녀를 기다리던 ‘나’는 나무의자 위에서 납작한 잿빛 거미 한 마리를 발견한다. “내가 거미에게 명령을 내려서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던 그때부터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갔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 나는 현실로 돌아온 것일까? 나는 나 자신이 여전히 한 마리 거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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