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과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라”
악의 교사가 아닌 영광의 정치를 꿈꾼 근대적 정치사상가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저작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학자들과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믿음을 잠시 옆으로 치워두거나 의심해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의 대표적 저작 《군주론》은 이미 한국에도 수십 권이 번역되어 있으며, 정치학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필독서로 꼽는 책이다. 그리고 여러 학자들의 해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가장 강한 이미지는 그가 ‘악의 교사’라는 것이다. 이처럼 마키아벨리는 “정치에서는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원리를 가르치고 옹호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프린스턴 대학 명예교수인 비롤리는 이 일반화된 상식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마키아벨리는 정치권력의 확보와 유지를 위해서라면 잔임함, 속임수, 배반 그 어떤 것이라도 정당화된다는 내용을 한 번도 제시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마키아벨리는 폭군을 세상에서 가장 경멸할 만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마키아벨리가 말한 정치의 목표는 무엇일까. 군주와 위대한 지도자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진정한 권력자의 ‘영광’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냉혹한 악의 교사가 아니라 당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화주의의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했던 원대한 포부를 가진 마키아벨리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저작들은 하나의 ‘연설문’으로 읽어야 한다”
당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명 연설가로서 발견하는 새로운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읽으면 경악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마키아벨리의 저작들처럼 감정을 고조시켜
공공선을 위해 그렇게도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을 갖도록 하는 글을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렵다”
이 책이 발견해내는 마키아벨리의 새로운 모습 중에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가 정치 권력자에게 복무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연설가로서의 모습이다. 마키아벨리의 저작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가 ‘연설의 기술(rhetoric)’의 요령에 따라 원고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당시 모든 인문주의자가 그랬듯 ‘연설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정치의 최고 장식물이며, 위대한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였다. 이는 시민을 설득해야 하는 정치 지도자는 물론, 전장에서 목숨을 바쳐 싸우는 병사들에게도 군 지휘관의 연설을 통한 설득은 병사들의 자세와 기율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마키아벨리의 저작들은 ‘얼마나 훌륭하게 연설의 기술을 구사했는가’라는 측면에서 읽을 때 새롭게 다가온다. 비롤리는 특히 《군주론》의 독해에서 이런 부분을 강조하는데 “《군주론》은 정치학 입문서가 아닌 무엇보다 하나의 긴 연설문”으로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격동시켜 행동으로 옮기게 하려고 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독해를 통해 우리는 마키아벨리의 저작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직유, 은유 등의 시각적 상징의 의미 등을 통해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바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군주론》, 《전쟁술》, 《로마사 논고》, 《피렌체사》등을 비롯
사적인 편지와 희극까지 저작 전체를 관통하며 발견해낸 인문주의자 마키아벨리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인 《군주론》을 비롯하여 《전쟁술》, 《로마사 논고》, 《피렌체사》는 물론 친구 베토리와의 서한, 《만드라골라》 같은 희극작품까지 다양한 저작들을 두루 살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키아벨리가 청렴한 공직자이며, 친근한 가장이자 다정한 상사였고, 유머 넘치는 극작가였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피렌체 공화국이 망하고 다시 메디치 가문의 군주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마키아벨 리가 공화주의자로서 겪었던 좌절 등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마키아벨리가 진심으로 고민했던 문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회적 갈등은 왜 발생하며 정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패한 국가를 어떻게 다시 살려낼 수 있는지, 전쟁은 왜 발생하며, 필요악으로서 전쟁이 발생하는 조건이란 무엇인지, 종교는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좋은 법이란 무엇인지 등. 오늘날 보통 사람들의 눈에서 다시금 읽는 마키아벨리는, 지난 시대의 인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들을 앞서 고민한 지혜로운 사상가이다.
“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니다”
마키아벨리와 공화주의를 다시 배우는 가장 쉬운 입문서
이 책을 옮긴 번역자 김동규는 역자 후기에서 “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한 비롤리의 말을 다시금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발견하는 마키아벨리는 인간미가 넘치는 인문주의자이다. 또한 매우 현대적인 인물로서 당대의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생각들을 보여준 인물이다. 예를 들어 마키아벨리는 정치가를 평가할 때 따라붙는 개인의 사적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강했던 중세적 경향 - 이는 오늘날의 현대 정치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 에서 ‘공적’ 윤리와 ‘사적’ 도덕의 끈을 끊은 최초의 정치 사상가이다. 《HOW TO READ 마키아벨리》를 시작으로 마키아벨리의 다양한 원전의 세계를 여행한다면 ‘진짜 마키아벨리’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시대 교양인을 위한 고품격 마스터클래스 HOW TO READ 시리즈
제17권 《HOW TO READ 마키아벨리》 출간
《HOW TO READ 마키아벨리》 역사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도발적인 사상가들을 만나는 최고의 입문서, ‘HOW TO READ’ 시리즈의 제17권이자 마지막권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들이 소개하는 웅진지식하우스의 ‘HOW TO READ’ 시리즈는 2007년 10권, 2008년 6권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 《HOW TO READ 마키아벨리》를 끝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대가의 눈으로 대가를 읽는다’는 컨셉에 맞춰 이번 《HOW TO READ 마키아벨리》 역시 마키아벨리를 꾸준하게 연구해온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모리치오 비롤리의 저작으로 선을 보이며, 번역 역시 비롤리와의 세미나를 통해 마키아벨리와 공화주의에 대한 해석을 깊이 있게 공부한 김동규가 맡아 책의 완성도와 신뢰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