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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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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2012 · Korea, Republic of · 456p
1997년 [뉴욕타임스]로부터 “프로이트 이후 출간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서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트라우마>는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전문용어로 불리는 한 정신과정 증상에 관한 이야기를 인간 해방의 역사라는 도덕적, 정치적 차원의 이야기로 전환시킨 것이다. 허먼은 가정폭력이든 정치적 테러이든 폭력의 메커니즘은 어디에서나 동일하며, 이러한 폭력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인권 운동 같은 정치적이고 공적인 행위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 남성이 여성보다, 어른이 아이보다, 국가가 군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인간이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인간은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를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고통의 심연을 드러내는 생존자들의 증언과 인간 심리에 대한 허먼의 깊은 통찰력은 인간 조건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 보일 것이다.

Description

“우리 세대의 고전” _베셀 반 데어 콜크,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1997년〈뉴욕타임스〉로부터 “프로이트 이후 출간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서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트라우마》는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전문용어로 불리는 한 정신과정 증상에 관한 이야기를 인간 해방의 역사라는 도덕적, 정치적 차원의 이야기로 전환시킨 것이다. 허먼은 가정폭력이든 정치적 테러이든 폭력의 메커니즘은 어디에서나 동일하며, 이러한 폭력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인권 운동 같은 정치적이고 공적인 행위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 남성이 여성보다, 어른이 아이보다, 국가가 군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인간이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인간은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를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고통의 심연을 드러내는 생존자들의 증언과 인간 심리에 대한 허먼의 깊은 통찰력은 인간 조건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 보일 것이다. “여성은 과학에 종속되어야 한다” _쥘 페리, 프랑스 제3 공화정의 설립자 트라우마 연구의 역사는 현대 심리학이 태동한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샤르코, 자네, 브로이어, 프로이트 등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들은 한 증상에 주목했다. 바로 여성들의 ‘히스테리아’였다. 히스테리아는 25세기 동안 일관성 없는 증상을 드러내는 이해하기 힘든 질병에 붙은 이름이었다. 단지 여성에게만 나타난다고 해서 ‘자궁’을 의미하는 히스테리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었다. 샤르코는 히스테리아를 연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용기를 지닌 자라는 평판을 얻었지만 환자의 내적 삶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환자를 마비, 감각 상실, 경련, 기억 상실 등 목록화할 증상을 담은 ‘신체’로만 보았다. 샤르코의 추종자들은 그의 작업을 뛰어넘으려는 야심으로 가득했고, 그중 자네와 프로이트가 가장 뛰어났다. 과학 영역에 종사하는 남성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말에 헌신적으로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1890년대 중반 자네, 그리고 브로이어와 프로이트는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다. 히스테리아 상태의 원인에는 심리적 외상이 있었다. 외상 사건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정서적 반응이 의식의 변형을 일으키고, 이것이 히스테리아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브로이어와 프로이트는 불후의 결론을 남겼다. “히스테리아 환자들은 기억으로 인하여 고통받는다.” 프로이트의 환자들은 그에게 반복적으로 성폭력, 학대, 근친 강간에 관해 이야기했다. 기억의 실타래를 따라가면서 프로이트와 그의 환자들은 히스테리아 증상을 촉발한 아동기의 주요한 외상 사건들을 들추어내었다. 프로이트는 중대한 발견을 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자신의 이론을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가설이 담고 있는 급진적인 사회적 함의에 불편해했던 것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자신이 개업의로 일하고 있는 빈의 존경받는 부르주아 가족들 사이에서도 아동 학대가 빈발한다고 결론지어야 했다. 이러한 생각은 받아들일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이 위대한 발견이 왜 그렇게 빨리 잊혔는지 이해하려면 19세기 후반의 지적, 정치적 풍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신흥 부르주아들은 스스로를 계몽주의 전통의 대표라 여기며 귀족과 성직자 등 반동 세력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새로운 부르주아 엘리트였던 샤르코는 세속적인 개념 틀이 종교적인 개념 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히스테리아를 연구했다. 히스테리아의 신비를 해결한다는 것은 반동적인 미신에 대한 세속적 계몽 운동의 승리는 물론 세속적 세계관의 도덕적 우월성을 증명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한 세대 뒤에 공화정의 정권이 탄탄해지자, 여성의 옹호자를 자처하는 계몽적인 남성들은 점점 더 의구심의 대상이 되었다. 남성 과학자들에게는 연구를 계속해야 할 명분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사악한 시간은 그때가 아니라 지금이다” _시그프리드 서순, 반전 시인 제1차 세계 대전의 재앙으로 심리적 외상의 실재는 또다시 공공의 의식 위에 떠올랐다. 4년 동안 지속된 소모전에서 800만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고, 네 개의 왕국이 무너졌다. 서구 문명을 지탱하던 소중한 신념들이 무너져 내렸다. 많은 군인들은 동료들이 죽고 다치는 것을 보면서 히스테리아 여성처럼 되어갔다. 그들은 말이 없어졌고, 자극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기억을 상실했고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정신 장애의 발병은 영국에서 전투 피해의 40퍼센트를 차지했다. 군 당국은 대중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고를 막으려 했다. 군 당국은 환자들을 ‘도덕적 박약자’라고 비난했다. 군인은 참전을 영광으로 간주해야지, 절대로 공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전투 신경증에 관한 의학적 관심이 부활했다. 치료의 목표는 군인들을 그의 부대로 빠르게 돌려보내는 데 있었고, 그들은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들이 복귀한 이후 아무도 이들의 운명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으며, 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도 무관심은 여전했다. 전투의 장기적인 심리적 영향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베트남 전쟁 이후에야 시작되었다. 그러나 연구는 군 당국이나 의학계가 아니라 전쟁 피해의 당사자였던 군인들의 조직적인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반전 운동의 도덕적 정당성은 심리적 외상이 전쟁의 피할 수 없는 영속적 결과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1980년, 심리적 외상의 주요 증후군은 최초로 ‘실제’ 진단이 되었다. 그해 미국 정신의학회는 정신 장애 편람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불리는 새로운 진단 범주를 포함하였다. “이름이 없는 문제” _베티 프리던, 페미니즘의 창시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전쟁을 수행 중인 남성이 아닌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더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1970년대 여성 해방 운동이 일어나고 나서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성의 현실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삶의 영역 안에 숨겨져 있었다. 성생활과 가정생활의 경험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사람들의 모욕과 비웃음, 불신을 불러오는 일이었다. 여성들은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에 침묵하게 되었다. 여성의 침묵은 성과 가정 내의 어떠한 착취도 합법적인 것으로 둔갑시켰다. 여성에게는 사적인 삶의 포악성에 붙일 만한 이름이 없었다. 공적 영역에서 잘 마련되어 있는 민주주의가 가정에서의 원시적인 폭정이나 교묘한 독재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베티 프리던의 말대로 여성의 문제는 “이름이 없는 문제”였다. 강간은 여성의 사적인 삶의 영역에 숨겨진 폭력에 대한 여성주의 운동의 초기 패러다임이었다. 강간에 대한 연구는 가정폭력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졌다. 또한 성인 강간에 대한 초기의 관심은 어김없이 아동 성학대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가 지나간 후, 강간, 가정폭력, 근친강간 생존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후군이 전쟁 생존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후군과 같다는 점이 명료하게 드러났다. “오로지 운 좋은 자들에게만 일반적이지 않을 뿐이다”_주디스 허먼, 저자 의학적 기술 속에서 외상은 ‘일반적인 인간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그리고 지난 세기에 일어난 수많은 전쟁을 고려하면 외상은 결코 일반적인 인간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다. 허먼의 말처럼 “오로지 운 좋은 자들에게만 일반적이지 않을 뿐이다.” 피해자가 여성과 아동일 경우,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생의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현실의

About the Author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로 케임브리지 병원 '폭력 피해자 프로그램'의 교육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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