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젤리

김은경 · Poem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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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시선' 36권. 2000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래 생생하고 발랄한 언어로 곰삭은 정서를 표현해온 김은경 시인이 첫 시집을 냈다. 한때 유행가처럼 번지던 자폐적이고 난해한 경향의 시들과는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그녀의 시편들은 이번 첫 시집 <불량 젤리>에서 탄력적으로 빛나며 독자들을 '불량하게'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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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제1부 강물을 타고 갔네 ● 12 비박 ● 14 24시 셀프 세차장 ● 17 저예산 영화 제작소 ● 19 김시인 씨의 주종목, 씨름 혹은 시름 ● 22 김밥천국 ● 24 밤, 전당포 ● 26 바이킹 ● 28 수제비를 끓이는 저녁 ● 29 중독 ● 31 이명 ● 32 억새 군락지 ● 35 구름의 해산 ● 37 내 이름은 빨강 ● 38 빌려 읽는 사랑 ● 41 제2부 자정의 희망곡 ● 44 11월 ● 46 뜨거운 안녕 ● 48 한 잔의 가을 ● 50 출가 ● 52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 54 안부 ● 56 달빛은 사라지지 않고 ● 58 모항에 들다 ● 60 당신도 울고 있네요 ● 62 그때 우리 사랑에 확성기가 있었다면 ● 64 불면 ● 65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67 미아리 ● 69 제3부 빗속에서 ● 72 가슴의 쓸모 ● 74 오래된 골목 ● 76 스위치가 없다 ● 78 십 분쯤 ● 80 폭설 이후 ● 82 1995년 2월 14일 ● 84 경주 ● 86 선운사, 틈새가 많은 가을 ● 88 불량 젤리 ● 90 얼룩 클리닝 금지 ● 92 취한 시간을 위한 말들 ● 94 꽃 ● 96 제4부 어떤 이유 ● 100 진흙쿠키 ● 102 수평선 다방 ● 104 얼룩무늬나비 떼 ● 106 섣달그믐 ● 108 여름이 올 때 ● 110 박하사탕 ● 112 발작하는 구름 ● 114 주저앉아 우는 여자 ● 116 푸른 멍 ● 119 전설이 될 모래강에게 ● 121 아름다운 진화 ● 124 해설__ 지속 가능한 진화,‘ 언니’의 이야기 | 노지영 ● 127

Description

“곰삭은 정서가 탄력적인 언어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좋았다. 공연히 안개 피우지 않고 시상이 선명한 점도 좋았다.”(최두석 시인, 『실천문학』2000년 신인상 시 심사평 부분) 2000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래 생생하고 발랄한 언어로 곰삭은 정서를 표현해온 김은경 시인이 첫 시집을 냈다. 한때 유행가처럼 번지던 자폐적이고 난해한 경향의 시들과는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그녀의 시편들은 이번 첫 시집 『불량 젤리』에서 탄력적으로 빛나며 독자들을 ‘불량하게’ 유혹하고 있다. 볼록한 불량 젤리의 촉감, 불량한 세상을 불량하게 노래하다 “세계는 상실과 애도로 뒤덮였다”는 해설(노지영 문학평론가)의 첫 부분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많은 문학작품들이 상실과 애도를 노래한다. 때론 우울하게 침잠하듯, 때론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함으로, 때론 스스로를 발랄하게 위장하면서. 『불량 젤리』는 상실과 애도로 뒤덮인 세계를 견뎌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온몸이 물로 꽉 찬 다육식물처럼 시치미 뚝 떼고 사는 게 생이라고 말한다. 다육식물은 줄기나 잎 또는 식물체 전체가 두껍게 살이 찌고,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식물을 말하는 것으로, 사막의 삭막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 “사는 게 매일매일/ 공중 줄타기”(「바이킹」)라고 여기면서도 눈물을 집어삼키고, 아직 모든 게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뱀처럼 질긴 불안(「밤, 전당포」)”은 얼마나 집요하게 그들을 괴롭힐까. 그런데도 『불량 젤리』의 시적 화자들은 “통통, 튀어 오르면/ 슬픔따윈”(「발작하는 구름」) 모른다며, 자신을 총구라고 지칭하고는 탕탕, 발작하기에 이른다. 상실감은 어두운 곳으로 침잠하지 않고 화사하고 불량하게 치환된다. 급기야 슬픔의 다른 빛깔을 찾아낸다. “내 이름은 빨강/ 붉은색을 삼키면서 내 이름은 빨강/ 노래를 불렀지/ 가늘고 붉은 비둘기의 다리/ 잡힐 듯 날아가는 빨강/ 끝내 번지고 마는 빨강/ 멈추지 않는 핏속/ 장미를 흠모하는 빨강”(「내 이름은 빨강」부분). 그녀의 시들은 평면적 언어로 그려지지만, 입체적인 덩어리로 치환되어 감각적으로 비유된다. 이를테면 노지영의 해설처럼 ‘해산’이나 ‘탈장’을 경험하는 ‘구름 덩어리’가 되기도, ‘눈 덩어리’, ‘얼음 덩어리’, ‘달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표제작인 「불량 젤리」에 이르러서는 볼록한 불량 젤리 덩어리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우리의 혀가 불량한 세계를 감히 불량하다고 노래할 수 있다면, 불량한 세계를 불량한 방식으로 탄력 넘치게 조명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의 언어가 볼록한 불량 젤리 덩어리의 촉감을 재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시 속에서 ‘씨익 웃’을 수 있지 않겠는가. -노지영 해설 「지속 가능한 진화, ‘언니’의 이야기」부분 『불량 젤리』는 볼록한 촉감의 불량 젤리 덩어리들을 통해 화사하면서도 입체적인 감각들을 불러낸다. 그러고는 이 불량한 세상을 불량하게 노래한다. 때문에 시적 화자의 상실감은 유폐되지 않고 세상 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화하는 것이다. 발랄하고 씩씩한 위로, 진화를 꿈꾸는 ‘언니’들의 이야기 다이내믹하게 표현되는 시어들은 고독과 상실감을 중화시키며 읽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어서 잡으라는 듯이. 누군가 작가의 태어난 해(1976년)을 언급하면서, “사랑 때문에 아프기엔 어딘지 쪽팔리고, 사랑 없이 살기엔 너무 뜨거운 나이”라고 표현했다. 최승자 시인이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삼십이 왔다고 고백하듯, 작가에게 삼십은 쪽팔리지만, 그렇다고 없어서는 안 되는 뜨거운 사랑과도 같다. 『불량 젤리』의 시적 화자들은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안녕하며 유한한 이 생(生)을 발랄하게 견딘다. 그리고 서로를 위로하며 연대한다. 혼신의 입김으로, 따스한 목소리로. “다시 태어나는 법을 나는 모르므로/ 어둠이 뿌린 빗살 계단을 밟고 오세요, 당신/ 기꺼이 손을 잡아드릴 테니/ 금간 당신 뼛속에 내 입김을/ 불어넣어 드릴 테니”(『아름다운 진화』부분). 이렇게 발랄하게 노래하면서도 상실 이후의 시간을 씩씩하게 견뎌낼 수도 있구나 싶어, 같은 신체 기관을 소유하며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뿌듯하기도 하였다. 닮아가도 좋을 만한 ‘중도’를 선물 받았으니, 지금 이 ‘언니’에게는 감탄보다는 감사의 마음이 먼저 든다. -노지영 해설 「지속 가능한 진화, ‘언니’의 이야기」부분 『불량 젤리』는 상실을 딛고, 성장과 진화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메타포로 수놓여 있다. 그들을 위해 직조된 포근한 이불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