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뿌리』는 우리 민족의 상징적인 역사를 전하려 한 것이다 - 알렉스 헤일리
1976년 발표 당시 흑인들에게 자신들의 <뿌리 찾기>에 대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곧 사회 현상으로까지 확대되는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은,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까지 머나먼 뱃길에 가라앉은 미국 흑인의 역사를 건져 낸 최초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뿌리』는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과 평화롭게 살아가던 한 흑인 소년이 미국으로 끌려가 이름[姓]을 잃고 비참한 노예의 삶을 사는 것을 시작으로, 그의 후손이 2백년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삶을 이어 가는 모습들을 그림으로써, 흑인들이 일궈 낸 미국 역사의 감춰진 검은 단면을 드러냈다. 또한 알렉스 헤일리는 자신의 외할머니에게서 들은 단편적인 아프리카 조상의 이야기에 10여 년간의 자료 조사로 살을 붙여 이 르포르타주를 완성함으로써, 곧 이 책을 미국이라는 백인들의 나라에 다채로운 색을 입힌 아프로 아메리컨의 살아 있는 역사가 담긴 생생한 보고서로 완성해 냈다. 『뿌리』는 출간 이듬해에 전미 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ABC 방송국에서 동명 미니 시리즈로 제작되어 미국 TV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낳기도 했다.
알렉스 헤일리는 1965년 발표한 첫 책 『맬컴 X의 자서전』이 5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일찍이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 조모에게 들은 서너 가지 아프리카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방대한 흑인 가족의 역사를 풀어낸 것은, 미국의 아프리카 인들이 잊어버린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함이었다.
알렉스 헤일리는 잡지사의 청탁 원고를 쓰기 위해 떠난 런던 여행길에서 로제타 석판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에 매혹되었다. 해독이 불가능했던 상형 문자를 샹폴리옹이 이미 알려진 그리스 문자의 그것과 대조해 뜻을 밝혔다는 사실에 착안해,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들었던 단편적인 이야기 ― 〈아프리카 인의 이름은 킨-테이〉이고, 〈버지니아의 강을 《캄비 볼롱고》라 불렀다 등 ― 를 과거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로 삼았다.
정부 공문서 보관국에서부터 시작된 헤일리의 〈뿌리 찾기〉의 마지막 여정은 아프리카 감비아의 주푸레 마을이었고, 그곳에서 헤일리는 2백년 전 헤어진 고향 사람들과 재회했다. 그리고 이 2백년 만의 귀향은 모든 미국 흑인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헤일리는 스스로 이 작품이 fact와 fiction을 조합한 이라고 말하며, 소설 속에 담긴 흑인들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현실의 재구성이고, 역사의 기록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당시 이제는 기독교를 믿는 미국인이 된 아프리카 흑인들에게 던져진 작가의 메시지는 미니 시리즈 「뿌리」의 열풍으로도 이어졌고,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 식당과 가게의 매상이 떨어지고, 부모들이 새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주인공 〈쿤타 킨테〉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는 등의 이야깃거리를 낳기도 했다. 『뿌리』는 출간 이듬해인 1977년 퓰리처 특별상과 미국 전국 도서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고 있으며, 37개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