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낯설고 먼 영토와 같은 사람들, 그 사이를 이어주는 여섯 개의 지도.
타인이라는 영토에 무사히 닿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약속과 다짐이 필요할까? 질문의 답을 찾아 써 내려간 『지도와 영토』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여섯 개의 여정을 담은 소설집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마주침을 계기로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 상상과 의지를 가진 인물이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며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심경의 변화」는 대학 동창 모임에서 만난 선배 정원이 최근에 닥친 변화에 대한 고민을 후배인 ‘나’에게 털어놓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픈 유어 마인드」는 과거의 기억으로 마음을 닫아버린 지완과 그 마음이 궁금한 윤형의 동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길고양이 같은 지완과 그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려는 윤형의 관계가 눈처럼 차가우면서도 포근하게 이어진다. 「잠은 부드러워」는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세연이 고등학교 단짝인 승임과 통화하면서 잊었던 감각과 기억을 복원해 나가는 이야기다. 「우아한 유령」은 은퇴를 결심한 미술 작가 을영과 기자인 ‘나’의 이야기를, 「북토크」는 부산의 한 서점에서 열리는 북토크에 가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동행하는 작가 정원과 편집자 재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에 수록한 「많이 보고 싶음」은 여학생만 있는 고등학교 천체관측부에 한 남학생이 들어오면서 생긴 작은 파문을 담고 있다. 앞서 소개한 단편이 모두 여성 화자가 여성 인물과 교감하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라면, 「많이 보고 싶음」의 여성 화자는 교감하는 두 남성의 친밀한 관찰자로서 한편으로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