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한 선택 이후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
제6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관객상·밴쿠버 영화제 관객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화제의 소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사치, 요시노, 치카, <어느 가족>의 시바타 일가, <브로커>의 상현과 소영, 최근작 <괴물>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질적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겪는 격랑을 지극히 평온한 시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 인상을 남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칸 영화제를 비롯해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듭하며 명실공히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가 선보인 가족영화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화제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단행본으로 독자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영화를 소설로 다시 써서 꾸준히 출간해올 정도로, 고레에다 감독이 글 쓰는 일을 즐긴다는 사실은 팬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져 있다. 그가 직접 소설화한 원고를 국내 영화 개봉 10주년을 맞아 번역을 손보고, 새롭게 단장한 표지와 함께 감독의 말을 내지에 수록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선율이 흐르며 시작되는 영화의 첫 장면을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 특별한 감동이 다시 찾아온다.
오랜만에 다시 읽는 이 소설을 통해 앵글 바깥에서 찰나에 지나쳐버렸던 장면 장면이 선명해지면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긴다. 잔잔히 밀려와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길 정도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같은 이야기에 잠시 휩쓸려도 좋다.
#가족소설 #영화 원작 #평론가 추천 #영화제 수상작
애지중지 키워온 내 아이가 친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출세 가도에 올라 승승장구하고 있는 노노미야 료타. 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를 겪어본 적 없을 거라 오해할 정도로 학벌, 외모, 능력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가정적인 아내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누구나 선망하는 학교에 입학한 아들까지, 노노미야 가족은 완벽한 가정의 표본이었다. 어느 날, 료타의 집으로 의문의 전화가 한 통 걸려 오고 아들 게이타가 태어났던 처가 근처의 산부인과에서 온 것임이 밝혀진다. 몸이 약했던 아내에게 출산할 당시 병원의 실수가 있었나 싶어 만날 약속을 잡고 찾아간 료타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한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었고, 주위에서 닮지 않았다고 했던 말이 시샘이 아닌 사실이었다. 료타와 미도리는 혼란한 감정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바뀐 아이의 부모와 만나게 된다. DNA 검사를 통해 아이가 바뀐 것이 완전한 사실이 되고, 두 가족은 절망한 채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원래의 가정으로 보낼지 방법을 고민한다. 거듭되는 이들의 만남 속에서 어서 아이들이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법정 소송, 아이가 뒤바뀌게 된 진실, 료타를 둘러싼 가족, 회사 동료들과의 어긋난 관계, 미도리, 유카리, 유다이의 이야기까지 겹겹이 사연이 더해지며 마침내 환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가족이라는 익숙한 주제로, 전 세계를 사로잡다!
출생 직후 바뀌어 각기 다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원래의 가족과 살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실화 기반의 이야기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각색해서 소설로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동명의 영화 역시 내로라하는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전 세계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명작”으로 추천할 정도로 밀도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다.
고레에다 감독도 일에 쫓겨 가정에 소홀해 아이들과 좀처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여느 가장이었다. 작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집에 온 그를 손님처럼 대하는 자녀들을 보며 “한 사람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이것이 이야기의 단초가 되었다.
확연히 다른 가풍 속에서 다르게 자라온 아이들이, 설령 유전자만큼은 각자의 부모로부터 받았다 하더라도 육 년간 키워지며 스며든 습성이 달라 겪는 어려움, 갈등, 고뇌가 소설 전반을 통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묘사로 채워져 간다. 섞이지 못한 물감처럼 겉돌던 이들이 상처를 건드리고 들어내기도 하면서 한발 가까워간다. 마침내 어둠은 걷히고, 환한 여름 빛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