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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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넓은 ‘아재’의 결혼 리얼리즘 이 책의 저자 우치다 타츠루는 레비나스 철학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문학, 정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찰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현대 일본의 대중적인 사상가로, 100권이 넘는 책을 펴낸 다작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 중 많은 책들이 ‘타자’ ‘관계’ ‘커뮤니케이션’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은 부부라는 인간관계 속에서 같은 주제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공생의 기술’을 연마하고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40년 넘게 합기도를 수련한 무도인이자, 첫 결혼에 실패하고 십 년 넘게 홀로 아이를 키워보기도 한 인생 선배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기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결혼을 미루거나 못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여성들 경우는 결혼 후 맞닥뜨리게 될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들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육아와 교육 문제도 부모가 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일수록 결혼을 해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낫다고 우치다 선생은 말한다. 자칭 ‘리버럴 보수’인 저자가 개혁보다 수선을 주장하는 보수補修주의자를 자처하는 것은 무도 수련 과정이 그렇듯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과 상대방 덕분에 할 수 있게 된 것을 잘 버무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 줄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록 ‘아재스러운’ 구석이 있다 해도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보너스를 기본급으로 착각하지 않기 결혼생활을 흔히 인생학교라고 하는 것은, ‘타인’과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 되어 한집에서 부대끼며 사는 일이 그만큼 인생공부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모두가 뭔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듯이 결혼을 몇 번 해도 아무것도 못 배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백년해로’의 신화는 인생학교 입학식 날 훈화 말씀에 등장하는 말일 따름이고, 결혼생활은 대개 학교생활이 그러하듯 “숨막힘과 노여움, 좌절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독신이든 기혼이든 “행복을 누리는 재간이 썩 뛰어나지 않은” 것이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치다 선생의 말을 빌자면 그것은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보너스를 기본급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결혼을 위기상황에 대비한 상호부조의 사회계약으로 본다면, 그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고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여기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