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5000명 대 454명. 500대 한국 기업의 임원 성별을 조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성비 불균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여성 임원은 전체 임원의 3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의 노동 시장 구조를 연구한 저자는 여성이 직장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구조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이유로 노동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여성들을 교육하지 않았고, 여성들은 고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 노동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여성은 아무리 배워도 일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는 사회는 편견에 물들기 쉽다.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퇴근하는 여성 동료를 보며 ‘여자들은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여성 리더가 적은 현실을 바로 보지 않으면 ‘여성은 강단이 없다’거나 ‘여성은 세심한 편이라 리더보다 팔로어에 적합하다’는 고정 관념에 빠진다.
한국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남성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높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성별이 취업이나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평균 학력이 높아진들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저자는 여성이 일하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이 성별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서는 차별이라는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