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애나 구속에도 걸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도(道)를 말한다!
참다운 인간의 삶을 꿈꾼 도가의 사상을 읽는다!
인문플러스 동양고전100선 시리즈. 『열자(列子)』는 『장자(莊子)』 『노자(老子)』와 함께 도가(道家)를 대표하는 3대 경전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장자』와 『노자』에 비해, ‘우공이산’ ‘백아절현’ ‘다기망양’ ‘조삼모사’ 등 쉽고 재미있는 고사가 많이 들어 있어, 도가 사상에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준다. 열자를 비롯한 도가 사상가들은 세상이 만들어낸 현실적 시비 판단의 기준을 부정하고, 참다운 인간의 삶을 오롯이 꿈꿨다. 특히 열자는 텅 비어 있음의 철학을 강조했으며, 어떤 것에도 거스름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삶을 찬양했다. 도가 철학의 정수가 담긴 이 책 『열자』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열자』는 『충허지덕진경(充虛至德眞經)』이라고도 하며,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장자의 『남화진경(南華眞經)』과 함께 도교 3대 경전 중 하나로 꼽히는 저작이다. 『열자』는 열어구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어구는 ‘열자’라고 존칭될 정도로 중시되는 도가 사상가로서, 『장자』 「열어구」 편에 그의 사상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후대의 일부 학자들은 여러 정황상 그가 실제 생존했던 인물인지, 그리고 『열자』의 실제 저자인지 등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고,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어지는 끊임없는 진위 논란 속에서도 우리가 『열자』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세상을 바라보는 열자의 색다른 시각과 그가 세상을 살아내는 방법에 대한 공감 혹은 선망 때문일 것이다. 『열자』는 우리가 살았던 과거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모호한 세상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천명(天命)이다. 한마디로 『열자』는 세상의 원리인 천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삶 속에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지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단편 서사이다. 또한 천명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삶의 태도로 ‘운명’ ‘비움’ ‘균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각각의 키워드를 코기토적 망아(忘我)를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한편으로 찾아볼 수 있는 『열자』의 묘미는 바로 황제, 주나라 목왕, 공자, 탕임금, 양주 등 고유명사로서의 특정 인물을 보통명사로서의 일반인의 삶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은 동물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열자』가 우언, 전설, 야사 등의 이야기와 우공이산(愚公移山), 조삼모사(朝三暮四), 백아절현(伯牙?絃), 다기망양(多岐亡羊) 등 후세까지 전해지는 고사성어를 많이 만들어낸 경전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열자』는 모두 8편 13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편의 제목은 「천서(天瑞)」 「황제(黃帝)」 「주목왕(周穆王)」 「중니(仲尼)」 「탕문(湯問)」 「역명(力命)」 「양주(楊朱)」 「설부(說符)」이다. 1편 「천서」는 『열자』의 개설 부분으로, 열자 사상의 핵심인 우주관과 생사관이 담겨 있다. 2편 「황제」는 무위이치(無爲而治), 불로장생을 위한 양생술, 교화에 대한 깨달음과 구체적인 실천이, 3편 「주목왕」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상상 등이 담겨 있다. 4편 「중니」는 인식론적 측면에서 2편과 연결되어 있으며, 도가 사상과 유가 사상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5편 「탕문」은 인간 능력 밖의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수용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경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5편은 후대에 널리 사용되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6편 「역명」은 열자의 자연관과 인생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고, 7편 「양주」에서는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사상가 양자의 일화가 펼쳐진다. 이 편은 『장자』 「달생편(達生篇)」과 함께, 같은 이름인 ‘달생편’으로도 불린다. 8편 「설부」의 편명인 ‘설부’는 하늘의 도에 부합하는지를 논한다는 뜻으로, 어떠한 행동에 결과가 따르는지 살펴보는 인과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처럼 『열자』는 하늘의 상서로움을 깨닫는 ‘천서’를 1편으로 시작해서 사람의 생각과 행위가 하늘의 도에 부합되는지를 알아보는 8편 ‘설부’로 끝을 맺고 있다. 화와 복, 행운과 불행, 명분과 실질, 앎과 실천 등은 자연의 원리인 천명에 따라 생겨나고 변화하고 소멸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고, 모든 행위는 이미 정해진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