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사람뿐 아니라, 정보, 돈, 생각까지 온 세상의 것이 이동 중이다. 사회적 이동, 지리적 이동 등‘이동’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존 어리는 『모빌리티』에서 사회를 보는 새로운 ‘렌즈’로서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사회과학의 새로운 이론과 방법론을 전개시킨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모빌리티 사례들을 제시하고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자동차, 이동 전화, 컴퓨터 등 다양한 ‘모빌리티 시스템’을 개관한다. 더 나아가 모빌리티의 증대와 가속화 그리고 사회공간적 네트워크의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 현상을 폭넓게 보여줌과 동시에 현상 뒤에 숨은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모빌리티』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모바일 세계”에서는 모빌리티 연구에 대한 이론적 및 방법론적 논의를 제시하는데, 현대의 사회적 변화와 현상을 포착하기 위하여 제시한 사회과학의 방법론적 전환, 즉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이론적 배경과 의미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 어리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이론들을 절충하고 종합하는데, 대표적인 이론으로 대도시에서 표준화되고 계량화된 삶의 방식과 인간 감각의 질적 변화에 관한 지멜의 도시사회학, 자기 조직화 과정을 통해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생성되는 복잡계에 관한 프리고진의 과학철학, 무거운 고체적 근대성에서 가벼운 액체적 근대성으로의 전화에 관한 바우만의 사회학, 인간의 생활과 정체성에 있어서 거주의 중요성과 근대 기술의 영향에 관한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철학, 정주주의에 대한 대안과 대항으로서 유목주의에 관한 들뢰즈의 후기 구조주의 철학 등을 언급한다.
제2부에서는 역사적으로 발달해온 다양한 모빌리티 시스템인 걷기, 기차, 자동차, 항공, 통신에 대해 매우 심층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어리가 상이한 모빌리티 기술과 공간을 ‘시스템’의 관점에서 비교 설명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도보와 자동차 시스템을 그 구성 요소들이 상호 분리된, 다른 말로 그들이 필수적으로 상호 결합될 필요가 없는 연속(series)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즉 연속 시스템은 하나의 구성 요소가 나타나면 그 이후에 그것을 반영하는 다른 구성 요소가 나타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반면에 기차와 항공 시스템을 그 구성 요소들이 필수적으로 상호 결합되어 동시에 움직여야만 전체 시스템이 작동하는 연결(nexus)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연결 시스템은 하나의 작은 오류로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철도 시스템을 마치 군사적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은 위계적 시스템으로, 자동차 시스템을 적응적·자기 조직적·자기생산적(autopoietic)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마지막 제3부 “이동 중인 사회와 시스템”에서는 모빌리티와 네트워크의 확대에 따른 사회 체계와 인간 생활의 특징적 변화와 문제를 설명한다. 특히 네트워크에 대한 사회적 포섭/배제, 사회적 네트워크의 확대와 네트워크 자본의 형성, 장소에 대한 모빌리티와 네트워크의 영향, 모빌리티의 확대에 따른 탄소 소비와 배출의 증가와 그에 따른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측면이 논의한다. 이처럼 『모빌리티』는 추상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이론적인 것에서 경험적인 것으로, 거시적인 것에서 미시적인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책의 구성은 모빌리티의 다층적인 측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