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오늘날 인터넷 대중화 시대에 글쓰기 능력은 모든 연령, 모든 분야의 사람들에게 생존과 성공을 위한 일종의 절대 조건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하여 수많은 사이트와 카페와 소모임, 그리고 블로그와 미니 홈피, 댓글을 통해 글쓰기의 즐거움을 누린다. 하지만 수많은 밤을 문학과 창작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새우는 이들에게도 소설 쓰기의 관문은 그렇게 쉽게 열리지만은 않는다.
《글쓰기에 지친 이들을 위한 창작 교실》은 소설을 처음 쓰려고 하거나 초보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소설가의 경험담이자 창작론이면서, 개성 있는 자기만의 글쓰기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글이란 무엇인가, 문체란 무엇인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꾸준한 자기 질문을 해나갈 것을 강조하는 이 책은 평생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이들이 창작의 꿈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열쇠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살지만 성공작 하나 없거나 이제 갓 넘은 창작의 초보 단계에서 지쳐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서 안내서대로만 소설을 쓴다면, 그것은 이미 소설이 아니다. 자기 나름대로 느낀다는 것은 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이것이 소설 속에서 숨을 쉬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숨을 쉬는 것’이라는 말을 그냥 그대로 가지고 가서는 소설을 쓸 수 없다.
자국의 문학 작품만 읽어서는 소설과 소설관을 상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고 지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사고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좁은 틀 안에서 한정된 순열조합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고, 그 틀을 벗어날 수 있다.
그저 앉아만 있어서는 상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없다. 차라리 외부에서 얻는 편이 훨씬 빠르며, 강렬한 것 또한 많다. 어쨌든 인간은 언어와 지식, 그리고 경험을 어렸을 때부터 쭉 외부로부터 받아왔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결국 외부에서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생각해낼 수 없는 존재이다.
멀리 돌아가는 듯한 길이 소설에 이르는 길이다!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소설가 호사카 가즈시는 글쓰기의 길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나름대로 느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자기 말로 바꾸는 것’ 등이라고 말한다. “소설을 쓰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보이는 것은 실은, 어느 것이든 소설에 도달할 수 없는 길이다. 멀리 돌아가는 길이라고 보이는 것만이 소설에 이르는 길이다.” 실제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는 매우 어렵고 또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이렇게 지름길이란 따로 없으니, 오로지 스스로 생각하고, 읽고, 써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막연하게 끝없이 읽고 쓸 것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스스로의 창작 경험에 따른 중요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재즈와 철학과 자연과학 등 외부세계의 눈으로 바라본다’, ‘모드 주법으로 쓴다’, ‘진지한 지향성을 가진 인간을 그린다’ 등의 조언은 창작의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다음 작품을 위해서 쓸거리를 남겨둔다.”는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첫 번째 작품’이 되지 않으면 두 번째 작품은 있을 수 없다. 남겨둘 수 있는 쓸거리란 대개는 쓸거리가 못 된다. 다시 말해서 쓸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틀림없이 쓸 가치가 있는 쓸거리라면 지금 쓰고 있는 작품에 모두를 투여하기를 바란다. 당신이라는 동일한 인간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의 작품에 넣을 수 없는 것일 턱이 없다.
“소설이란 읽고 있는 시간에만 존재한다. 읽으면서 여러 가지 것을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이 바로 소설이다. 따라서 소설에서 기술 같은 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재즈와 록 음악이 기존의 개념을 부정하거나 일탈하면서 발전하는 것처럼 소설 또한 이미 확립되어 있는 기술론과 방법론, 스타일을 답습하면 그것은 더 이상 소설이 아니다. 지독하게 멀리 돌아가는 듯이 보이지만 ‘추상적’인 것에 대해 생각을 계속하는 것만이 오롯이 소설에 이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