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제1부
처음 여자랑 잤다
나는 중얼거렸어
진짜 어른이다
꽃이었을 때
나
친구는 어쩜 저렇게 우아한 말투를 가졌을까
제2부
아,라고 발음할 때
농부의 귀가
흑백사과
원
꽃이 방 안이어서 피었다
물의 가능성
고요는 물고기 같아
구체화
자라는 날
어쩌다 줄기
폭발한다
사과얼굴
마음의 마음
공중을 그리던 손가락이 허벅지를 두껍게 그린다
친구에게 구름을 빌려주었다
오래전의 내가 분명해지는 때
날아간다
사과를 뱄지
부서지기 쉬운 배
저기 오래된 별에
물
가벼운 공간
이음
제3부
과일의 안
동물들
약속하고 다짐하고 노트
발은 기억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나무
친구에게 구름을 빌려주었다
높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어쩌면 이 모든 식물이
손바닥을 귀에 대면 아픈 소리가 나
사람들
그리고 잘 가라는 인사
무럭무럭 구덩이
구순기의 총각은 스크류바를 빨고
어쩜 풍경이 멈춰 있다고 생각했을까
못이 벽을 뚫고 나와
입 밖으로 어둠이 자라고
들어간다
도착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차오르는
마음의 마음
빛의 마음
집중하고 잊는다
제4부
변신
이우성
조카의 꽃 이름
먼지
동생들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종이처럼
미래의 굴
손끝이 말해줍니다
해설 | 지우는, 지워지는 나르키소스 ·강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