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Description
지상에서 가장 비천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을 고결하고 신성한 존재로 부활시킨 악의 성자, 장 주네의 위험하고 충격적인 방랑의 기록 부랑자, 거지, 좀도둑, 동성애자. 출신부터 남다른 작가 장 주네가 쓴 자전적 소설 『도둑 일기』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4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장 주네가 절도죄로 수감되었던 교도소를 탈옥한 이후 유럽 일대를 떠돌며 ‘밑바닥 생활’을 전전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방랑의 기록이다. 『도둑 일기』를 통해 주네는 더럽고 위험한, 즉 사회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을 낱낱이 폭로하는 동시에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를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덕목으로 승화시켰다. 『도둑 일기』에서 성스럽게 재창조된 악의 논리는 사회의 가치관에 대항한 또 다른 신성성을 만들어 내면서, 당시 프랑스 문단은 물론 로마교황청에서까지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가장 비천한 것들을 가장 신성한 자리에 올려놓음으로써, 진정한 자유인이자 진정한 혁명가, 장폴 사르트르가 칭했듯 “악의 성자”에 다름 아닌 작가로 평가받았다. “모든 진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신성한 진실이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가정부인 어머니에게 버림받는 장 주네. 그는 이렇게 날 때부터 ‘버림받은 자’로서 인생을 시작한다. 절도, 무임승차 등으로 어린 나이에도 교도소를 들락거린 그는 스스로 기꺼이 악의 세계를 선택하고 그 속에서 고행을 자처한다. 자신을 버린 부모, 자신을 배신한 사회에 대한 반항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지만, 그의 고행은 ‘버림받은 자’라는 운명과 함께 갖고 태어난 유일한 능력, 바로 자신의 글쓰기 재주를 이용해 악의 세계에 숨어 있는 진정한 ‘성스러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도둑 일기』는 장 주네가 그 여정에서 겪은 다양한 체험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부랑자와 좀도둑 생활에서 시작하는 그의 일기는 유럽 일대를 떠돌수록 점차 대담하고 위험한 이야기로 차 나간다. 그는 강도짓을 일삼고 남창 생활을 즐길 뿐 아니라 이따금 살인 의지, 살인 현장에 대한 묘사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사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온갖 더럽고 위험한 것들, 당혹스럽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사람들이 차마 상상하기도,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워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성스러움”에 이르는 단계들로 표현된다. 이러한 그의 솔직하고 가감 없는 고백들은 한 사회, 한 시대의 치부를 밝힌 “신성한 진실”로 평가받았다. 비굴함, 비열함, 비겁함으로 점철된 아름다운 존재들 -가장 어두운 토양에서 피어난 ‘악의 꽃’ 『도둑 일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감옥에 갇혀 있든 혹은 길에서 구걸하든, 모두 호화롭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그들은 비굴하고 비열하다. 게다가 비겁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거짓말, 강도질, 매력적인 남성과의 잠자리가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하지만 주네는 이 세계를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라는,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세 가지 덕목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그려 낼 뿐 아니라, 그 덕목들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한다. 주네의 이러한 가치관은 결국, 『도둑 일기』라는 작품으로 인해,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미’를 발견하고 악의 토양에서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기적을 일으킨다. 마치 가톨릭교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성을 받듯이, 그들은 ‘비굴함과 비열함과 비겁함’으로 점철된 삶을 통해 성스럽게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가 이 책의 근본 주제이다. (중략) 배반과 절도. 거기에 동성애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황홀하고 나무랄 데 없는 조직이었다. (본문 중에서) 상처받기 쉽거나 타락하기 쉽거나 -‘취급 주의’ 작가 장 주네 『도둑 일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장 주네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매력적인 ‘여자’로 통했고, 처음 경험하는 악의 세계에도 서슴지 않고 빠져 들었다. 그는 섬세한 감수성, 시인 특유의 비범한 상상력의 소유자였다. 악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모든 논리가 주네의 펜 끝에서 성스럽게 재탄생되었기 때문에,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그의 작품을 ‘오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으며 로마교황청에서는 ‘금서’로 지정하는 등, 그는 ‘주의를 요하는’ 작가로 논란되었다. 하지만 주네는, 비록 범죄자 출신이었는데도, 시인, 소설가, 그리고 부조리극 작가로 놀라운 신분 상승을 이룬다. 주네가 살았던 시기에는 실존주의 문학이 한창이었다. 프랑스 문단에서 그의 등장은 실존주의 문학의 산증인에 다름없었다. 그의 첫 소설에 깊이 감동받은 장 콕도를 비롯하여, 장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의 예술가들은, 종신형에 처한 주네를 위해 대통령에게 탄원을 할 정도로 그를 보호하기도 했다. 당대 프랑스 지성들과 우정을 나누며, 주네는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