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PD 이건의 쓸쓸하고 저릿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로 수십만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작가 이도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잠옷을 입으렴』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종사촌 자매 수안과 둘녕의 성장과 추억을 그린 『잠옷을 입으렴』은 우리가 잊고 살아온 유년의 기억을, 혹은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향수를 아련히 떠올리게 하는 아프고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다.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집을 떠난 후 모암마을 외가에 맡겨진 열한 살 소녀 둘녕. 그곳에는 외할머니와 이모 내외, 막내이모와 막내삼촌 그리고 동갑내기 사촌 수안이 살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던 수안과 둘녕은 작은 사건을 계기로 마음을 열게 되고, 쉬이 잠들지 못하는 아이 수안과 그리움을 꾹꾹 참고 살아가는 아이 둘녕은 특별한 우정을 나누며 자라난다.
포플러 신작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시절, 소녀들을 넓은 세상으로 여행시켜주었던 계몽사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클로버문고, ABE문고…. 늘 맛있는 냄새가 피어올랐던 외할머니의 부엌, 문갑을 차지하고 있던 만병통치약들, 잠이 오지 않는 여름밤 모깃불 아래서 소곤댔던 비밀 이야기들…. 잠깐 딴청을 부리다가도 어느새 귀를 기울이게 되는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처럼, 수안과 둘녕의 성장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로서의 정점을 보여주는 『잠옷을 입으렴』은 그러나 어느 순간, 견딜 수 없는 먹먹함과 안타까움이 몰려와 결국 눈물 한 방울 툭, 떨어뜨리게 만드는 소설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존재들
“당신의 기억 속에 두고 온 사람은 누구입니까?”
한밤중에 엄마가 가파른 골목길을 내려가 영영 사라져버린 뒤로 빈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 먹고 마당을 심심하게 맴돌며 놀았던 아이 둘녕은 모암마을 외가에서 외할머니와 수안이라는 완성된 형태의 가족을 만난다. 배앓이를 자주 하고 밤에 잠드는 걸 힘들어하던 아이 수안은 둘녕이라는 자매이자 친구를 만나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 열한 살 때 처음 만난 두 소녀는 서로에게 모든 것이 첫 번째였고, 그 마음은 자라면서 더욱 견고해지기도 때로는 균열이 생기기도 하며 두 사람의 삶을 지탱해준다. 그리고 서른여덟 살이 된 둘녕의 시점과 교차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 유년의 기억이 소녀들의 인생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지 조심스레 전해준다.
이도우 작가의 자전적인 모습과 상상이 빚은 허구가 한데 뒤섞여 탄생한 『잠옷을 입으렴』은 작가의 고백처럼 ‘내 안의 유년과 화해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화해’는 결코 작가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나 설명하는 데 서툴렀고, 모든 관계에 서툴렀다. 다정히 다가가 등을 껴안으며 그동안 내 마음은 이러했답니다, 고백하고 싶지만 사랑했던 이들은 이미 떠나고 없다. 『잠옷을 입으렴』이 서글픈 이야기인데도 한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가 살던 시절도 아닌데 돌아가고 싶어지는 이유는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임을 알아봐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소녀가 아가씨가 되고, 아가씨가 중년 여인을 거쳐 마침내 노파가 된다 하여도, 우리 내면 어딘가에는 지나온 날들의 소녀와 아가씨가, 그리고 미래의 할머니가 된 모습까지도 다 공존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앞선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인지 애초 유전자 속에 가지고 태어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겉모습은 끝없이 변한다 해도 눈빛이 마주치면 우린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서로의 안에 살고 있는 지난날 수안과 둘녕의 모습을요.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