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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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데 사랑을 강요합니다. 또는 이미 사랑하고 있는데 대뜸 허락을 받으라 합니다. 때로는 그런 내 삶이 공공재가 된 것 마냥 100분 토론의 탁상 위에 '비혼과 출생률 하락', '동성결혼 법제화 반대' 등의 꼬리표를 달고 올라가기도 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영역이어야 하는 내 관계에, 내 사랑에 왜 나와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목소리를 얹는 걸까요? "더 랍스터"도 묘한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연출 때문에 그런가 싶지만,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날수록 묘한 기시감 때문에 더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아마도 호텔에서의 압박감, 숲에서의 좌절감, 도시에서의 불안함 모두 우리 역시 어디선가 느껴 본 감정이라서 그럴 테지요. 101호 안에 갇힌 데이비드와 정상성의 굴레에 갇힌 우리는 꽤 닮은 점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한 연인의 내밀한 러브 스토리로만 보기에는 개운치 않습니다. "더 랍스터"의 세계는 아주 좁은 범위의 삶만이 인간답게 살 자격을 얻습니다. 현실의 우리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이유도 동일합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결혼했다 이혼해도, 혼자 아이를 키워도, 동성을 사랑해도, 혹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이라는 것을 굴하지 않고 증명해야 정상적인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프리즘오브 18호에서는 이토록 묘한 세상에 이 묘한 영화를 비추어보려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이었던 지점이 가장 현실적인 요소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더 랍스터"의 기묘한 감각을 13편의 기사와 함께 전합니다. 2021년 5월 발행인 유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