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Alexander Kluge · Novel
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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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뉴 저먼 시네마를 대표했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문화비평가, 사회학자, 법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로 분야를 넘나들며 전 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알렉산더 클루게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불과 4주 전, 당시 열세 살이던 저자가 살던 독일의 소도시 할버슈타트에서 벌어진 무차별 폭격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낸 것이다. 1948년 4월 8일 이미 전세가 독일의 패전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이 도시 위로 연합군의 폭격기 215대가 날아와 대량의 폭탄을 풀어놓고 간다. 단 몇 십 분의 공격으로 도시는 완전히 초토화된다. 종전 막바지 몇 년간 160여 개가 넘는 독일 도시에 폭격이 쏟아져 60만 명의 비전투원이 사망했는데, 할버슈타트 폭격은 그 일부였다. 전쟁을 다룬 문학 작품은 늘 있어왔지만, 현대화된 전쟁의 표상인 폭격의 문제에 집중한 작품은 극히 드물다고 이야기되는데, 특히나 전쟁을 야기한 독일에서 폭격당한 경험을 묘사한다는 것은 문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위험을 내장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1977년에 발표된 클루게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은 폭격으로 인한 집단적 파국이라는 현실을 문학적으로 구현해낸 예외적이면서도 선구적인 작업으로 평가된다. 이 책은 전쟁의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오늘날까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폭격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넘어, 문학과 사회적 책임의 문제, 그리고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파괴적인 경험을 문학적으로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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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I | II 나중에 돌이켜볼 때 “현실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 공습에 대한 그 밖의 이야기 17편 죽음의 잠자리들 | “죽음의 잠자리들”에 대한 주해 | 잠자리 | 통찰에 이르는 기나긴 길들 | 나중에 돌이켜볼 때 “현실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 1944년의 사랑 | 협동적인 태도 | 인간 마음에 난 화재들 | 폭격전 중 동물원 동물들 | 자발적인 행동들을 결합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 소방대 지휘관 W. 쇠네케의 보고 | 재앙의 전조 | 사암의 불가사의한 반응 | “날아다니는 요새들”은 보덴제 호수에서 어떻게 사라졌는지 | 적의 눈 속에 치는 번개 | 총체적 치통齒痛/양차 대전 사이, 공중전을 위한 무장 초기(1923)에 나온 이야기 | 우주 전쟁으로부터 온 소식 토마스 콤브링크 주해 알렉산더 클루게의 삶과 작품 | 역사적 배경 | 주해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Description

“그에게는 마치 이 주민들이 이야기하길 즐기는 기질을 명백히 타고났음에도, 기억할 줄 아는 심리적인 힘을, 바로 이 파괴된 도시의 지표면 윤곽선에서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폐허가 된 도시를 경악 속에서 응시하는 다차원의 시선들, 이 산산이 쪼개진 경험들을 영화적 몽타주 방식을 통해 재구성해낸 폭격에 관한 탁월한 문학적 기록 “우리는 집단적 실존의 폐물더미 위에서 이루어진 알렉산더 클루게의 고고학적 발굴 작업에서, 그 어떤 픽션도 그 앞에서 빛이 바래는 진실한 발견물의 교육 가치를 읽을 수 있다”_W. G. 제발트 "단어와 사진들로 이루어진 영화"_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독일 뉴 저먼 시네마를 대표했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문화비평가, 사회학자, 법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로 분야를 넘나들며 전 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알렉산더 클루게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불과 4주 전, 당시 열세 살이던 저자가 살던 독일의 소도시 할버슈타트에서 벌어진 무차별 폭격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낸 것이다. 1948년 4월 8일 이미 전세가 독일의 패전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이 도시 위로 연합군의 폭격기 215대가 날아와 대량의 폭탄을 풀어놓고 간다. 단 몇 십 분의 공격으로 도시는 완전히 초토화된다. 종전 막바지 몇 년간 160여 개가 넘는 독일 도시에 폭격이 쏟아져 60만 명의 비전투원이 사망했는데, 할버슈타트 폭격은 그 일부였다. 전쟁을 다룬 문학 작품은 늘 있어왔지만, 현대화된 전쟁의 표상인 폭격의 문제에 집중한 작품은 극히 드물다고 이야기되는데, 특히나 전쟁을 야기한 독일에서 폭격당한 경험을 묘사한다는 것은 문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위험을 내장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1977년에 발표된 클루게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은 폭격으로 인한 집단적 파국이라는 현실을 문학적으로 구현해낸 예외적이면서도 선구적인 작업으로 평가된다. 이 책은 전쟁의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오늘날까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폭격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넘어, 문학과 사회적 책임의 문제, 그리고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파괴적인 경험을 문학적으로 어떻게 그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집단적인 파괴의 경험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폐허 위에서 이루어진 클루게의 고고학적 발굴 작업 폭격을 당해 도시 전체가 파괴된 상황 가운데에서도 정기 상영 시간에 맞춰 영화를 틀기 위해 삽을 들고 주변(무너진 시설과 시체들)을 정리하는 극장 관리인 슈라더 씨의 이야기로 문을 여는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은, 교회 종탑에 올라 폭격기들이 다가오는 상황을 보고하다가 경악에 사로잡힌 두 여성 보초의 이야기, 파괴된 고향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나섰다가 스파이로 몰려 붙잡힌 남자의 일화, 도시를 초토화시키기 위해 폭탄을 떨어뜨리는 ‘노하우’와 ‘체계적’ 과정에 대한 서술, 할버슈타트 출신 기자와 폭격을 수행한 미 제8공군 지휘관의 대화, 폭격 피해를 당한 독일인에 대한 미국 연구소의 심리 조사 등 할버슈타트 공습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자료들과 가공한 자료들이 뒤섞인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순간 포착에서 회고, 목격담, 인터뷰, 토론, 보고서까지 상이한 형식으로 서술되는데, 텍스트 사이사이 사진, 포스터, 삽화, 지도, 폭탄 도해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삽입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대개 등장인물들의 시선에서 일상적인 언어로 전달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뜻 재난을 증언하는 개별적인 목소리들을 모아놓은 기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차원을 넘어, 형식상 이 책은 ‘문학적 몽타주’ 작업이라 일컬어지는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더 닮아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사적 현실에 대한 극히 파편화된 경험을 전달할 뿐, 그것을 형성해낸 역사적 시간과 사회적·산업적 구조를 그려내기 위한 서술자가 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 파편화된 에피소드들은 실제 현실에서 개인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에 상응한다는 점에서 모종의 진실을 드러낸다. 그런데 클루게가 배치해놓은 에피소드들 사이에, 텍스트와 이미지 자료 사이에, 본문과 제목 혹은 각주 사이에, 사실적인 기록과 교묘히 변형시켜놓은 기록 사이에 접속과 중첩, 충돌, 변용이 일어나면서 쓰여진 이야기를 초과하는 이야기가 발생한다. 클루게는 텍스트 간의 이러한 변증법적 운동, 혹은 “상호매체적인 협력 작용”이라고 일컬어지는 몽타주 방식을 이 책에서뿐만 아니라 이후의 문학적 작업에서도 즐겨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1997년 독일 작가 W. G. 제발트는 한 강연에서, 전후 독일 사회 전체가 과거를 망각해버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강박에 휩싸여,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대면하려는 노력이 의식․무의식적으로 억압되어왔으며, 그 영향으로 독일 폭격의 참상을 제대로 그려낸 문학적 사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격렬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제발트는 객관적인 역사 기술과는 다른 문학만의 방식으로 역사적 현실을 탐구하고 애도하는 것이 문학의 본령이라고 말하는데, 그 가능성을 클루게가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에서 파국의 역사를 회고하는 방식 속에서 발견해낸다. 그는 또한 파괴된 고향을 바라보는 클루게의 시선을 경악에 붙들려 파국을 바라보는, 발터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와 겹쳐보기도 한다. 반성되지 않은 과거, 끝나지 않는 공습 “그 상품들은 아래 도시로 떨어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할버슈타트 공습이라는 주제는 이후 클루게의 문학 및 영상 작업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그는 할버슈타트 이야기에, ‘공중전 이론’의 창시자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지울리오 두에에 대한 이야기부터 9/11 사건까지 폭격에 관한 17개의 에피소드를 추가한 판본을 발표하는데, 이번에 출간하는 한국어판은 바로 이 판본을 번역한 것이다. 클루게는 이렇게 할버슈타트 공습이라는 사건을 조망할 수 있는 축을 독일의 소도시에서 전 세계로, 과거와 미래로 확대해나간다. 우리는 연합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 폭격을 철저히 정당화하는 논리를 펼쳐왔으며, 이에 대한 반성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음을 알고 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그 후로 일본 원폭 투하, 한반도를 “석기 시대로 되돌려놓았다”는 한국 전쟁에서의 폭격, 베트남 폭격,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폭격까지 끝없이 이어져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끝에 과거로부터의 학습을 통해 스스로의 ‘정당성’을 기이하게 역설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리한다. 클루게가 묘사한 폭격전을 가동시키는 산업 구조와 모든 것 위에 놓인 경제 논리, 그리고 폭격의 ‘사물화하는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고 있으며, 이제 이를 비판하는 것이 오히려 시대착오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면 우리 역시 책의 끝에 묘사된 독일인들처럼 “기억할 줄 아는 힘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거의 폐허 위에서 무언가를 끝없이 건져 올리려고 했던 클루게의 그 시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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