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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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파헤치다 우리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소비의 비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황의 시대. 은수는 이번 달 아르바이트비도 생활하기에 빠듯하지만, 친구들과 가기로 약속한 스시 오마카세는 포기할 수 없다. 김 대리는 2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적금을 깨서 벼르던 명품 가방을 살 생각에 오늘 야근도 힘들지 않다. 박 팀장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자신의 연봉을 아득히 뛰어넘는 비싼 자동차를 당당히 지르며 기분이 좋아졌다. 남이 보면 과소비, 나에게는 소확행. 사람들은 왜 이처럼 종종 이성을 잃고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는 걸까? 이 책은 소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생존, 번식, 혈연, 이타주의를 가장한 '이기주의'라고 말한다. 정장을 차려입은 현대인의 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원시의 기억이 새겨져 있다. 부족한 자원과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 온 선조들의 본능은 우리에게 상당히 가혹하게 다가온다. 이 본능에 사로잡히면 저녁으로 치즈가 듬뿍 들어간 떡볶이를 먹고도 거리낌 없이 후식으로 치즈 케이크를 주문하게 된다. 남자는 비싼 외제 차를 타고 출근해서 자신의 직급을 자랑하고 싶고, 여자는 신상 명품 립스틱을 발라 자신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싶다. 부모님은 이 치열한 사회에서 자녀가 안정적으로 살아남고 정착할 수 있도록 사교육비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내가 지인에게 베푼 선의에는 사실 타인과의 상호 유대감을 강화하여 집단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마음이 숨어 있다. 즉, 소비는 단순히 무언가를 '사는(buy)'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live)' 것 자체, 살기 위한 본능이다. 저자는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이 주제에 대해 복잡한 개념과 사회적 이론 대신 흥미로운 사례를 가득 가져와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돕고 있다. 외할머니의 손주 사랑이 유독 남다른 이유는 뭘까? 왜 뷔페에 가면 꼭 과식하게 될까? 왜 남성은 자동차에, 여성은 다이어트에 집착할까?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를 보며 독자는 소비와 진화, 본능 간의 상호작용과 본질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소비라는 본능을 어떻게 지혜롭게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 소비와 관련된 고민과 결정을 한다. 아침 식사로 뭘 먹을지, 지금 이 옷을 살지 말지, 애인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좋아할지 등등. 이쯤 되면 인간의 소비 욕구는 가히 본능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긴 시간 고민하기도 한다. 과연 소비는 이성의 영역인가, 본능의 영역인가? 저자는 소비가 다름 아닌 생존, 번식, 혈연 선택, 상호주의와 같은 목표를 위해 발전되어 온 진화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 먹는 것(패스트푸드)에서부터 성적 매력을 과시하기 위한 상품(외제차, 명품 가방),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화적 상품(포르노), 관계 진전을 위한 선물(결혼반지)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문화 활동으로만 보였던 소비의 이면 아래 숨겨진 이기적 본능이 낱낱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소비 행위를 통해 공통된 진화적 유산이 발현되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몸에 좋은 음식 대신 햄버거를 선택한다는 것이 생존을 위한 고열량 음식 선호의 결과라든지, 고가의 명품을 턱턱 사는 것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여 맘에 드는 상대에게 어필하기 위함이라든지, 포르노 산업이 항상 호황인 이유가 더욱더 자극적인 성적 환상에 목말라하는 본능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책은 인간의 소비 행위에 교묘히 깔린 진화적, 생리적 원리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소비는 단순한 물물교환이나 스트레스 해소 행위가 아니며, 죄책감의 행위는 더더욱 아니다. 소비는 유전자에 각인된 강력한 생리적 위력이며, 이에 대한 정확하고 통찰력 있는 지식은 독자에게 해방감과 자율성을 부여한다. 저자는 자연 선택을 통해 유전자 수준에서 진화해 온 소비 본능의 뿌리를 인식시킴으로써 독자들이 인간의 공통적인 선호, 욕구, 필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크라테스가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문구를 인용해 말했듯 “너 자신을 알라”. 그러면 이 책을 읽은 당신의 소비는 더욱 현명하고 똑똑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