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을 해방하기 위한 제3세계 학자의 결정체를
새 편집본으로 읽는다!
무허가 재산, 무형자산 등 ‘죽은 자본’을 살리는 재산권 강조!
- 블록체인, 코인 이코노미 이해의 초석이 되는 책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하는가? 왜 제 3세계는 가난을 면치 못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 많은 논의와 연구들이 있었지만, 그중 대다수가 선진국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었다. 수많은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자본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노동윤리나 종교에서 비롯된, 존재에 대한 고민을 손꼽았지만 에르난도 데소토는 다른 주장을 펼친다.
제3세계의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원인은 소유권과 재산권을 비롯한 재산 체제가 낙후되었다는 데에 있다. 이들 국가들이 제대로 발전하고, 선진국처럼 자본주의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재산 체제라는 시스템을 정비하고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한국처럼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나라들은 과거에 문서 없는 땅과 주택을 몰수당했던 서러움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무형의 지적재산권을 재산으로 고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불법 주택을 지닌 빈곤국가 시민과 같은 처지다.
그런데 2000년에 출간한 이 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20년 전, 블록체인을 예견했다고 불릴까? 실제로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우리는 《자본의 미스터리》를 디지털화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블록체인은 무허가, 무형물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며 합법적인 재산 체제가 확립되는 것을 도와주는 기술적인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는 합법적인 재산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의 내용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구 소련 연방 국가에 해당하는 나라들이 자국 국민들의 신분 정보를 블록체인에 심는 데 저자의 노력이 컸던 것 또한 이를 증명한다.
비서구 사회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한 원인은
소유권과 재산권의 부재
서구사회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는데, 비서구 사회들은 서구사회에 비해 낙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구사회에서는 자본주의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반면에 비서구 사회에서는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 제3세계와 과거 사회주의국가들로 대표되는 비서구 사회에서 자본주의는 왜 발전하지 못했는가? 비서구사회의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더 열등해서일까? 아니면 문화적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인 에르난도 데소토는 다른 해답을 제시한다. 비서구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실패하는 이유는 자본을 생성하는 데에 필수적인 기반이 되는 소유권이나 재산권을 비롯한 합리적인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머리’라는 뜻이었다가 자본을 의미하게 된 ‘capital’은 가축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가축은 단지 동물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함축적인 의미를 지닌다. 항상 다른 사업과 연계해서 우유, 양모 등을 비롯한 다른 생산품을 생산하고, 그것들이 시스템과 일련의 연결망을 통해서 거래의 대상이 될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즉, 자산은 잉여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통해 조합되고 분할되고 투자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해서 자산은 자본이 된다.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자본은 자본이 아니며, ‘죽은 재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주장이다.
자본 = 자산 + 노동 + 재산 체제
집을 예로 들어보자. 집은 단순히 주거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임대나 담보와 같은 경제활동을 통해 잉여가치(자본)를 생성해낼 수 있는 자산이다. 사실, 집의 부차적인 기능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는 더 중요한 것이다. 즉, 경제적인 순환 속에서 교환과 거래의 대상이 될 때, 집은 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이 누구에게 속해있는지, 측정된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의 정보를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집에 대한 계약이 편리하고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 필요한 정보제공 및 계약의 촉진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잘 확립된 규칙과 절차이다. 소유권이라는 명시적인 수단을 통해 자산의 경제적인 잠재성은 극대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의 흐름이 지속되고 촉진되기 위해서는, 즉 자본주의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 시스템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소유권과 재산권을 비롯한 공식적인 재산 체제가 될 수도 있고 법체계라고 할 수도 있다. 합법적인 재산 체제는 가치를 교환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수단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구사회는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 이러한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제3세계와 과거 사회주의국가들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법체계가 혼란스러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기본적인 소유권과 재산권도 잘 확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경제활동에 장애와 제약이 된다. 이들 사회에서 집이 거래될 때 사람들은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해 이웃들을 일일이 데려와서 보증해야 하거나 100단계가 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거래를 하려해도 무수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부재하는 소유권과 재산권의 빈자리를 메우는 불법과 사회계약
그렇지 않으면, 이들 세계의 빈민들이나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규칙들에 의존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사회계약에 의존하는 것이다. 소유권이 불분명하다 보니, 이민자들은 거주 공간을 무단으로 점거해서 살아가게 된다. 사실 이들이 폭력적이거나 무법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소유권을 갈망하고 합리적인 법질서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이들이다. 법절차가 너무 번거로워서 자신이 개척한 공간이 합리적인 법망 내에서 정식적으로 인정받기에는 수백 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래서 이들은 너무 큰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서 공식적인 법체계에 속하느니 불법으로 남기를 선택하고, 자신들을 또 다른 불법 점거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비공식적인 조직에 의존한다. 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불법이 판을 치고 이는 계속해서 악순환을 낳는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집은 제3세계 내지는 과거 사회주의국가들에서 단순히 주거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밖에 가지지 못한다. 이들의 세계에서 집은 잉여가치를 생성해내지 못하는 ‘죽은 재산’이다. 자산을 제대로 운용해서 그것을 자본으로 전환시키는 데에 성공한 사람들은 기득권을 위한 법망을 이해하고 그것을 교묘히 이용할 줄 아는 엘리트 계층뿐이다. 결국 실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빈민층을 위하지 않는 법 체계는 계층 간의 갈등을 격화시킨다. 빈민들이 보유한 ‘죽은 재산’들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해서 만약 잘 확립된 시스템을 통해서 잉여가치를 생성해내고 경제 흐름을 촉진시킨다면 계층 간 불평등이 완화되고, 비서구 사회가 서구사회의 자본주의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불러올 자본 혁명을 예견한 책
미래의 경제학자들의 교과서가 될 모범답안
법에 의해 보호받는 소유권의 중요성을 역설한 《자본의 미스터리》는 데이터 시대의 블록체인 기술의 필요성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미리 내다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 블록체인 기술의 발명은 필연적이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것이다. 왜냐하면 블록체인은 소유권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이고, 이 점에서 합법적인 재산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의 내용과 긴밀하게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토큰화해서 극소단위로 분할하므로 거래를 매우 원활하게 해준다. 이 점은 자본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가 소유권의 부재로 인한 거래행위의 체증이라는 책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원시데이터를 가공처리해서 부가가치를 획득하고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데이터가 위조·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