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수다

마르얀 사트라피 · Comics/Humanities
1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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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의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가 전해 주는 이란 여인들의 통쾌한 수다를 담은 만화. 막말하는 할머니, 금욕적인 어머니, 매력적인 사차원 이모, 그리고 이웃들의 수다가 펼쳐진다. 여인들의 수다는 사랑과 섹스, 배신과 절망, 찌질한 남자들에 대한 원망으로 꿈틀꿈틀 이어진다. 중동의 회교 국가인 이란 여성들의 아찔한 수다는 잠깐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금새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곳의 여성은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한다는 것! 화사한 화장을 한 이곳 여인이건, 베일 뒤로 얼굴을 숨겨야 하는 이란 여인이건…. 바늘 끝처럼 뾰족한 것이 사랑이고, 그래서 상처받고 괴로워하지만, 결국 그 뾰족함 덕에 기억의 조각들을 꿰어 행복의 양탄자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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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슬람 여성들은 어떤 사랑을 할까? 지난 달 이란 정부는 각 대학에 공문을 보냈답니다. 여대생들이 손톱을 기르거나 밝은 색깔의 옷, 꼭끼는 외투를 입는 것을 금지한다는 복장 규정에 관한 것이라고 해요. 뿐만 아닙니다. 아시안컵 경기를 중계하는 극장에 여성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에 보냈는데, 그 이유는 극장 안에서 남녀 간의 부적절한 행동이 우려돼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물론 부당하고 불쾌한 것입니다만 이보다 훨씬 위험하고 심각한 여성 인권 침해가 이슬람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가부장제 아래에서 펼쳐지는 여러 불평등한 법률, 일부다처제, 일시적 계약 결혼의 허용, 일방적인 이혼 법률은 일상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친족에 의해 자행되는 명예사형이나 무자비한 돌팔매 형에 이르기까지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악이 이슬람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여성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은 다른 편향으로 기울어지기도 합니다. 이슬람 사회의 여성들은 언제나 핍박받고 박해받는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비추어지지요. 그런 사회의 여성들도 사랑을 할까요? 지나치다 눈이 맞기도 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섹스를 하기도 할까요? <바느질 수다>는 이란의 여성들 또한 우리와 똑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 사소한 이야기를 꺼내는 작가의 의도는 자못 진지합니다. 마르잔 사트라피는 <페르세폴리스>에서처럼 이 책을 통해 이란과 이슬람 사람에 대한 서구인들의 오해를 풀고 싶어 합니다. 물론 그녀는 이란의 상황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언제나 이란 정부와 맞서고 있고 고국에 돌아갈 수 없는 사실상의 망명객이니까요. 다만 악의 축,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로 요약되는 이슬람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 아랍인들에 대한 이미지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녀는 북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좀 더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사람과, 탐욕스럽고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동양인이냐 서양인이냐, 미국인이냐 이란인이냐, 여자냐 남자냐 하는 구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 거지요.” 그녀가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어느 사회에나 선량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삶은 다른 사회의 선량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일 것입니다. 세상의 어느 곳에 있는 여인이든 똑같은 마음으로 보석 같은 사랑을 꿈꾸고 있다는 <바느질 수다>의 메시지는, 문화권 사이에서 균열되어 있는 차이보다는 인간으로서의 보편성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바느질 같은 것 *어느 저녁 아홉 명, 열 명 정도의 여인들이 식사를 마친 후 거실에 모여 앉았습니다. 그녀들이 나이 많은 여자들이라면 무엇을 하게 될까요? 수다, 특히 사랑과 섹스에 대한 수다입니다. 남들에 대한 뒷담화로부터 시작한 수다는 솔직한 체험담으로 발전합니다. - 나히드라는 여성은 부모가 정한 결혼을 앞두고 안절부절 못합니다.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지는 것도 슬픈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우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이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시집에서도 쫓겨 나고 아버지에게 무서운 벌을 받게 될 것이 두려운 것이지요. 친구(사트라피의 할머니)의 꾀로 특별한 작전을 준비합니다. 신혼 초야 면도날을 가지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배어버리는 거지요. 그렇게 남편에게 처녀성을 확인시켜 주려는 나히드의 계획은 엉뚱하게 실패하고 말지요. - 나히드 이야기를 듣던 여인은 한번도 남편의 물건을 보거나 만져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 넷은 성령으로 잉태한 것일까요? - 파빈느는 열세 살에 쉬흔여섯 살의 장군에게 시집을 가게 됩니다. 결혼 첫날밤 화장실에 가겠다며 이모 집으로 도망을 갔지요. 하지만 늙은 남편은 이혼을 해 주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 장군이 죽도록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합니다. 4년 후 늙은 남편은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는 진실한 사랑을 찾아 떠나게 되지요. - 아미네는 공산주의자 후샹과 사랑에 빠져 베를린으로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정치 활동에 여념이 없어야 할 후샹은 여자들과의 외교에만 힘쓰고 있었어요. 결국 아미네는 멋진 남자를 만났고 후샹을 떠났지만, 새남자는 유부남, 이혼할 생각은 절대 없는! 여자들 사이에서는 정부로 산다는 것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 시데는 쿠로시라는 남자를 만납니다. 쿠로시의 어머니는 목숨을 걸고 이 결혼을 반대하지요. 시데는 답답한 심정에 점쟁이를 찾아갑니다. 점쟁이는 쿠로시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사랑의 묘약을 알려 주지요. 묘약을 만드는 제조법은 추잡스럽고 엽기적이지만 시데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좋겠습니다. - 폐경기에 이른 한 여인은 한눈 파는 남편의 시선을 잡기 위해 엉덩이의 지방을 가슴에 넣는 유방 확대 수술을 합니다. 효과는 백점 만점에 백점인데요. 남편은 가슴에 키스할 때마다 엉덩이에 키스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대요. 남자를 위한 여성들의 처절한 노력, 처녀성을 가장하기 위한 봉합수술, 성적 만족을 높여 주기 위한 질 축소술에 대한 찬반론이 펼쳐집니다. “남자들은 여자처럼 수술을 하지는 않잖아!” - 바하르는 엄마에게 떠밀려 조건 좋은 남자에게 시집갑니다. 그 남자는 동성연애자에 정신 질환까지 있는 사람입니다. 바하르의 엄마는 말합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래도 바하르는 처녀나 다름없지 뭐. 좋은 남자를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생길거야.” - 외국에서 사는 것을 동경하는 마지는 결혼 사기를 당하게 되지요. 마지의 못된 남편은 마지의 보석들을 챙겨 도망가고 맙니다. 마지는 그 남자에게 보석과 순결 모두를 빼앗겼다고 엉엉 울지요. 관록 있는 파르빈이 야단을 칩니다. 보석이 아까워서 우는 건 이해해도 순결을 잃었다는 따위로 우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마르잔 사트라피가 이야기 하는 사랑은 바느질 같은 것입니다. 너무 뾰족해서 마음을 아프게 하지요. 때로 사랑을 얻기 위해,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에 바느질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사랑이 끝나고 나면 마음의 상처를 꿰매는 봉합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돌아보면 한 땀 한 땀 이룬 사랑의 추억은 아름다운 자수가 되기도 합니다. 기억의 조각들을 꿰면 행복의 양탄자가 펼쳐지지요. 그림 이야기 사트라피의 그림은 섬세하면서도 과감합니다. 그녀가 사용하는 간략한-흑백 전략의 그림은 독자가 누구라도 이 이야기와 자신을 연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바느질 수다>가 딱히 이란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런 이유 때문일 거예요. 더불어 흑백의 그림은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과감한 배경의 생략은 <바느질 수다>를 모호한 공간에 위치시킵니다. 독자들이 등장 인물들의 수다에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지요. 간략한-흑백 전략은 이란 여성들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로,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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