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이는 중국이 붕괴하지 않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힘을 ‘독립된 주권’, 다시 말해 국가의 자주성에서 찾고 있다. 그에 의하면, ‘단기 20세기’(1914~1991, 에릭 홉스봄이 창안한 개념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의 해체까지를 포괄한다)의 종결로 여겨지는 동구권의 몰락과 소련의 해체는 이들 국가의 불완전한 주권 구조에서 기인한다. 동구권 국가는 소련의 영향 아래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었다. 공산당이 관료화되면서 당과 대중이 유리되었고, 결핍경제(shortage economy)가 지속되고 민중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체제 붕괴는 불가피했다. 한편 1990년대 후반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심각한 금융 위기에 직면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기적을 이룬 ‘아시아의 용들’이 글로벌 자본으로부터 구조 조정을 강제당한 것이다. 왕후이는 이들의 경제 발전을 냉전 시대 패권국가인 미국과의 종속적인 관계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미국과 신자유주의의 글로벌 자본이 동아시아 국가의 정치경제적 주권 구조를 잠식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패권구조에 문제가 발생하자, 단일 국가적 차원에서 위기를 버텨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토지개혁을 기반으로 하는 혁명의 전통 속에서 비교적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국민경제를 유지했다. 1950년대 소련으로부터 경제 건설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원조받은 적이 있지만, 이후 중소 논쟁을 통해 소련과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소련의 간섭과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대약진과 문화대혁명 등의 혁명 과정에서 실패와 오류가 있었음에도, 신중국은 이로써 경제 건설에 필요한 초기 조건을 마련하고 자립적 경제체의 기초를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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