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품인가, 필수품인가
우리에게 과연 책이란 무엇일까
2011년 3월, 일본 동북 지역에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강력했던 대지진 후 초대형 쓰나미가 덮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침수되었고 최고 위험등급의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다. 이 책의 저자는 시골의 작은 마을 서점집 아들로 태어나 누구보다 책과 서점이 익숙한 환경에서 살았지만 동일본 대지진 사고 이전에는 책은 그저 기호품이라고만 생각했다. 마음과 시간이 넉넉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을 때나 찾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재해 직후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식료품과 구호물자만큼 사람들이 허겁지겁 찾는 것이 책이라는 것을 직접 목격하며 서점의 역할을 새로이 생각하게 되었고 책의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확신한다. 이 책에는 기호품으로써의 책이 아니라 필수품으로써의 책, 그리고 그렇게 희망이 있다고 확신하는 책의 미래에 어떻게 서점도 함께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한 서점원의 솔직담백한 생각이 담겨있다.
책의 미래에서 희망을 보았다.
서점의 미래에도 희망은 있는가?
땅을 일구어 씨앗을 뿌리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이 책의 저자는 땅을 일구듯 서점의 매장을 일구고 서점을 찾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일구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토양(서점)을 일구어야 사람들과 책과의 만남을 통해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다는 것이다. 결국 동네 서점의 미래는 그 서점이 있는 동네, 지역과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서점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이슈나 먼 미래를 내다보아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주제가 담긴 책은 판매 실적과 상관없이 지속해서 자리를 마련해 놓아둔다. 매일 그 책을 찾지 않아도, 사지 않아도, 그 지역의 사람들이 지켜보며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곳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자신만의 의도를 가진 코너가 있는 서점인가, 그 코너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서점의 색깔이 정해지고 지역에서 어떤 역할로 뿌리내리고자 하는지 그 서점의 지향점이 드러난다. 또한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은 고마운 책이지만, 그렇다고 베스트셀러만 쫓는 천편일률적인 진열은 지양하고 ‘제철’에 맞는 책들에 책 소개를 적은 POP를 함께 진열해 눈에 띄게 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한다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계기가 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모든 행위가 열매를 맺기 위해 평소 일구는 노력들이다. 그런 서점 농사를 통해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오늘 거기서 할 일이 있고, 오늘 거기 가야 할 곳이 ‘서점’이 된다면 그곳이 진정한 동네 서점이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서점의 미래와 희망이 태동하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책의 다양성은 서점의 다양성!
서점의 수만큼, 서점원의 수만큼 모두 ‘제철’이 다른 책
전체 매장을 주시해 오가는 사람들의 동선을 읽고, 어느 통로에 유독 많이 오가는 연령대가 있다면 그 세대에게 맞는 책을 분야와 상관없이 함께 놓아둔다. 어디까지 읽었는지 매번 헷갈리는 시리즈 만화독자를 위해 전편의 발매일과 신간의 입고일을 미리 안내판을 만들어 알려주고, 분야가 달라도 관련 있는 내용의 책들은 함께 진열해 책의 발견성을 높인다. 손님의 간단한 문의에도 신속한 응대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말 한마디를 건네 사람들과 책의 만남을 자연스레 돕는다. 이런 모든 서점원의 매장을 일구는 노력이 뒷받침되면 신간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책의 ‘제철’을 만들 수 있다. 언제가 그 책의 제철, 즉 가장 적합한 판매 시기인지 고민해서 최대한의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한다. 어떤 식으로 판매할 것인지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구상하는 것인데 물론 모든 책마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서점원 한 명이 만날 수 있는 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서점의 수만큼, 서점원의 수만큼 모두 다른 ‘제철’이 있다. 책의 다양성은 서점의 다양성이기도 하다.
책을 팔아 먹고살고 싶다.
단, 멸종위기종 취급은 싫다!
출판업계에서 책과 사람을 잇는 최전선이라고 할 만한 서점에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책을 들춰보고 훑어보며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찾아내선 함께 퇴장한다. 이 책의 저자 다구치 미키토는 유년 시절,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있던 동네 서점집 아들로 자랐다. 초등학생 때부터 책 배달도 하고 금전등록기를 다루었을 만큼 서점이라는 환경에 완전히 익숙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성장해 첫 직장으로 서점에 취업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가업인 서점을 잇지만 7년 만에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럼에도 다시 서점으로 돌아와 현재까지 서가에 파묻혀 일하는 서점인이다. 그 사이 그가 느꼈을 절망과 욕망, 놓을 수 없는 희망이 글의 사이사이에서 느껴져 쓸쓸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서점은 지켜져야 한다’거나 ‘서점은 문화의 발전기지니까’라는 이유로 동네 서점을 멸종위기종 취급하며 무조건 살리고 지켜야 한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아니 당당히 싫다고 말한다. 동맥이나 정맥의 역할을 하는 대형서점과 모세혈관으로써의 동네 서점, 그리고 그 모든 역할을 아우르려는 인터넷 서점이 갖는 각자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면서 동네 서점으로 당당히 생존하기를 원한다. 물론 필사적인 노력은 필수이다. 그리고 오로지 책 한 권 한 권을 어떻게 팔까, 하는 생각뿐이지만 그런 시간이 무엇보다 즐거운 서점원이다.
이 책은 책을 팔아서 먹고살고 싶은 사람들, 책으로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책이 너무 좋아 희생을 감수해가며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책을 파는 일에서 즐거움을 얻으며 계속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동네 서점으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고, 어떤 시도를 해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넓게는 서점원이나 동네 서점뿐 아니라 지역과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장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