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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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서문 1부 개념 1장 의료화의 배경, 특성, 변화 2부 사례들 2장 대머리는 어떻게 남자의 병이 되었나 3장 성격에서 질병으로 4장 더 크게, 더 젊게, 더 빠르게 5장 질병에서 지향으로 3부 한계와 결과 6장 의료화의 측정과 분류 7장 의료화를 이끄는 주체들 8장 의료화의 미래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Description

모든 것의 병리화 모든 삶의 의료화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는다. 한국인의 보편적인 생사를 한 마디로 기술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한국의 병원 분만율은 1990년대에 접어들며 이미 99%에 달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2107년 기준으로 제왕절개 수술 비율은 45%로 출생아 2명 가운데 거의 1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나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죽음은 또 어떠할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의료 기관에서 사망한 사람의 비율은 74.9%로, 가정에서 사망한 15.3%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인들은 병원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병원을 전전하다, 병원에서 사망한다. 우리의 삶은 의사들의 손에서 시작되어, 의사들의 임종 선언과 더불어 끝이 난다. 비단 출생과 사망의 과정만이 의학의 관할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국민 1인당 1년에 2.8일을 입원하고, 17.4 외래진료를 받는다. 2015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 가입자가 국민건강보험 실가입자보다 오히려 260만 명가량 많다. 한국인은 실비보험 하나 가입하지 않은 성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출생에서 죽음까지 증상-진단-치료를 반복하며, 내일이라도 새로 추가될 ‘질병’이나 자신이 포함될지 모를 ‘장애’에 대비하여 살아간다.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고, 그런 프로그램에는 출연한 의사들은 삶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며 예방과 치료를 권하고 있다. 물론, 개인의 정체 모를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비로소 ‘이름’을 얻고,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며, 적극적인 치료와 개선, 나아가 사회적 승인을 꾀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성과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 외에도 삶의 의료화와 사회의 의료화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구석이 많다. 사회학자 피터 콘래드의 30년의 “의료화” 추적기 “중요한 것은 진단의 타당성이 아니라 명명의 타당성이다.” ‘의료화’(medicalization)는 기존에는 의학적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증상들이 질병이나 질환 같은 의학적 문제로 정의되고 치료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알코올의존증, ADHD, 출산, 완경, 우울증, PMS, 수면장애, 노화, 비만, 불임, 학습장애, 발기부전, 성형수술 등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저자 피터 콘래드는 의료화에 관한 사회학 연구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의료사회학 분야의 권위자로, 의료화 과정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그에 따라 어떤 ‘사회적’ 결과들이 나타나는지 수백 편에 이르는 학술 논문을 발표할 만큼 왕성히 추적해왔다.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는 그가 1975년 이후 30여 년간 천착해 온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저자 스스로 “의료화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과 개념적 진술을 담은 주요 저작”(9쪽)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의료화에 관해 30년 넘게 공부해 왔지만, 지금처럼 의료화가 사회학적으로 중요한 주제라는 확신을 가져 본 적이 없다”라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의료화는 전 지구적으로 매우 보편적이고 파급력이 있는 중대한 사회현상이자 삶의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만큼 한편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의료화에 대한 분석 없이 그 가치를 성급히 재단하고, 신자유주의의 응당한 현상쯤으로 일축해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의료화로 지목된 특정 문제들이 “정말로 의학적 문제인지 판결하는 것”은 자신의 관심 영역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진단의 타당성이 아니라 그와 같은 명명의 타당성”(22쪽)이라고 말한다. 이런 원칙 아래에서 저자는 사회학자의 본분에 충실한 자료 제시와 연구, 분석에 힘쓴다. 1부 ‘개념’에서는 의료화의 배경과 변화 맥락들을 동시대 여러 연구자들의 논의를 신중히 검토하며 폭넓게 살펴본다. 2부 ‘사례들’에서는 남성 발기부전과 탈모, 아동 및 성인 ADHD, 항노화와 성형수술, 경기력 향상과 같은 인간 증강, 동성애 등 오늘날 의료화/탈의료화의 주요 사례들을 자세히 분석한다. 3부 ‘한계와 결과’에서는 의료화를 이끄는 주체들과 동력의 변화, 그리고 의료화가 문화, 사회뿐 아니라 의료 및 제약 산업 전반, 환자나 소비자에게 초래할 결과들을 제시한다.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은 의학이 관할하는 영역이 이처럼 늘어나게 된 사회적 기반과 그 과정이 가지는 사회적 함의이다. 우리는 인간이 겪는 어떤 문제가 “정말로” 의학적 문제인지 논의하지 않고도, 의료화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실제로 의학적 문제가 무엇인지는 제 눈에 안경 식일 수도 있고, 의학적인 정의를 내리는 권한을 가지는 사람들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진단의 타당성이 아니라 그와 같은 명명의 타당성이다.”(21, 22쪽) 대머리는 어떻게 남자의 병이 되었나 “탈모 걱정 끝. 이제 뭘 살지만 결정하십시오.” 책에서 제시하는 ‘의료화’의 사례들은 하나같이 흥미롭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의료화가 여성에 대한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져 온 것을 지적하면서, 그런 “논의들에 반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남성에 대한 의료화가 증가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의료화와 젠더가 가지는 관계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히고 싶다”(59쪽)는 목표를 내세운다. 그렇게 해서 가장 먼저 다루는 사례가 바로 남성의 갱년기, 발기부전, 탈모 등의 신체 증상들이다. 남성성을 되찾아 주고 증진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가진 기적의 물질로 그려진 테스토스테론. 그 뒤에는 셰링, 오레톤, 시바 같은 제약 회사들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이자 마치 정력 증진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비아그라’는 미국 출시 후 3개월 만에 290만 번이라는 놀라운 처방 수를 기록했고, 첫해에만 3백만 명 이상이 복용했다고 알려졌다. 머리카락 수가 적어지는 것과 ‘심리적 영향’ 외에 별다른 신체적 고통이나 불편을 수반하지 않는 탈모의 경우에도 다양한 약물 및 수술적·의료적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특히 탈모의 의료화에는 임상 시험에서 얻은 우연한 결과에 열광한 소비자들, 의사들의 광범위한 ‘허가외사용’(FDA의 허가를 받지 않은 증상에 대한 사용) 처방, FDA의 승인과 허가 사항 변경, 제약 회사의 소비자 대상 직접 광고 등 여러 주체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졌다. 1960년대 고혈압 치료제로 승인받은 로니텐(로게인)이 그 대표적 예다(84~87쪽). 로니텐은 임상 시험 과정에서 한 환자의 정수리에서 머리가 새로 자라나는 효능을 보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임상 시험 자원자들이 몰려들었고, 의사들은 1980년대 중반 탈모 치료제 승인이 나기도 전에, 허가외사용을 이용해 수많은 탈모 환자들에게 로니텐을 처방했다. 1988년 정식으로 FDA의 승인을 받자 업존은 로니텐의 이름을 로게인으로 바꿔 판매를 시작했고, 1996년에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허가 사항을 변경받으면서 다양한 소비자 대상 직접 광고를 제작해 내보냈다. 한 광고에는 대머리 아버지 옆에 앉은 아들 옆에 “핏줄보다 강력한”이라는 문구와 함께 “아빠 사랑해요. 그렇다고 하루빨리 아빠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예요”라고 쓰여 있었다. 탈모로 고민하는 자의식 강한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생각한 프로페시아의 초기 광고에는 약간의 탈모로 걱정하던 남성이 화장실 거울을 쳐다보자, 완전히 대머리가 된 모습이 비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탈모를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88쪽)라고 쓰여 있었다. 저자는 남성 문제 의료화의 본질로 남성성과 젊음의 상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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