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색다른 사랑 이야기. 할머니가 열에 들떠 남긴 이상한 유언. "너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될 거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 그 유언 그대로 나는 하치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의 마지막 연인이 된다. 운명적으로 이끌린 만남과 예정된 이별 사이에서 보낸 황금빛 햇살 같은 시간의 기록. 몽환적 시어들로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지은이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에서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접시마다 조금씩 담겨 있는 일본 음식처럼, 한 젖가락에도 충분할 만큼씩만 간결하게, 느낌과, 기분과, 향 등을 문장에 담는 것이다. 시처럼, 마술처럼 쉼표를 사용하면서 스토리를 아련하게 가르고 다음 문장을 둥둥 띄운다. 이 소설은 여고생 주인공 마오가 하치라는 남자 애인과 동거하면서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얘기다. 하다못해 풍선 껌 하나를 불더라도 이보다는 복잡하게 혀와 입술을 움직여야 할만큼 지극히 간단한 구조다. 언뜻 진부하고 유치한 것의 극치같지만 그러나 그것이 일본의 도시 풍광을 배경으로, 이국적 요소(인도, 이탈리아)와 겹쳐지면서 산뜻하게 코끝찡한 여운을 풀풀 날린다. [슬퍼서 어쩔 줄 몰랐던 (이별의) 그 일이 눈물이 나올만큼 기쁘게](142쪽) 변모되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독자는 모퉁이에서 바나나를 놓친 셈이다.
'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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