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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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네가 알던 세상은 끝났다.” 1950년 6월 인민군 치하의 서울, 가장 뜨거웠던 그날로 돌아가다!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1권으로 본격 역사 소설 <그 여름의 서울>이 출간되었다. 지난해 발표한 <1945, 철원>에서 해방 직후의 격동기를 생생하게 그려 낸 작가 이현이 이번에는 동족상잔이 벌어진 비극의 현장 한국 전쟁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여름의 서울>은 한국 전쟁 발발 직후 인민군에게 점령당한 서울을 배경으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애쓰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친일 경력이 있는 판사의 아들 황은국, 한때 혁명가였으나 결국 조국을 배신하고 세상을 떠난 변절자의 딸 고봉아. 두 주인공을 축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사건이 전개되며, 가혹한 전쟁의 와중에도 나름의 일상을 영위했던 서울의 풍경과 그 속에서 벌어지던 첨예한 이념 대립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거친 운명의 파도에 자신을 내맡기는 사람, 굳게 지켜 온 신념이 흔들리자 고뇌하는 사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꿈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60년의 세월을 건너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절절하게 마음을 울린다. 전쟁 한복판의 청소년들을 그려 낸 본격 역사 소설 <그 여름의 서울>은 한국 전쟁 한복판의 광경을 청소년의 시선으로 담아 낸 최초의 청소년소설이다. 작가 이현은 동족상잔의 비극의 현장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들이었던 은국과 길재, 학성, 상만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했던 갈등 상황을 요약해 보여 준다. 좌익 활동에 매진하다 수배자가 되어 버린 학성, 극우 단체에 가입하여 학성에게 폭력을 휘두른 상만, 손꼽히는 수재였다가 가혹한 운명에 휩쓸린 길재,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은국. 그들의 입장은 모두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서로 양보할 수 없기에 더욱 먹먹하다. 상만의 대사에는 이런 점이 잘 축약되어 있다. “지금껏 남보다 밥 한 숟갈이라도 더 먹고 산 적 없습니다. 그런데 간신히, 나도 남보다 잘살 수 있는 동아줄을 잡았는데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고 공평하게? 그렇게는 못 합니다.” - 본문(166면) 중에서 또 다른 주인공 봉아의 이야기에서는 전쟁의 비극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혁명가 부모님 덕에 평양의 명문교에 다녔지만 서울에서 옥살이하던 어머니가 변절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기댈 곳이 사라진 봉아. 다시 한 번 제 자리를 찾기 위해 봉아는 인민군 치하의 서울에서 의용군 자원을 부르짖는 선동가가 된다. 하지만 전쟁은 봉아의 소중한 사람들을 앗아 가고, 거듭 상처 입은 봉아는 비로소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원했던 것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따스한 온기였음을 깨닫는다. 그저 약간의 온기만을 원했다. 그것으로 충분하고, 그것밖에 감당할 수 없었다.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온기면 충분했다. - 본문(296면) 중에서 이와 같은 봉아의 독백은 전쟁 탓에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아이들은 자라난다. 작가 이현은 주인공 은국을 통해 성장의 메시지를 전한다. 친일 이력이 있는 지주 집안 출신에 빨갱이를 때려잡는 데 혈안이 된 판사 아버지를 둔 은국은 그저 주변이 떠미는 대로 밀려다닐 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을 겪으면서 은국은 차츰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달아 간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여 인민군에 자원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걸까. 은국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겠다는 지금의 이 마음이었다. ?본문(296면) 중에서 은국의 다짐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금의 청소년들 역시 매사에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뜻에 휘둘려 자신의 뜻대로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그런 청소년에게 기회가 닥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여름의 서울>은 60년 전을 그렸지만 작품 속 메시지는 오늘의 독자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