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으로 발견하는 인간 심리의 치명적인 비밀들
사랑할 때, 놀이할 때, 그리고 서로 경쟁하고 전쟁을 벌이는 그 모든 순간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하게 행동한다. 인종, 세대, 지리, 문화적 차이와 상관없이 우리의 행동과 심리는 왜 그토록 유사하게 움직이는 걸까. 그것은 사람들은 ‘인간(人間)’이라는 하나의 동물로서 공통되고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의 심리는 ‘본성’의 차원에서 탐구되어야 한다.
데이트, 쇼핑, 놀이에서 전쟁과 부자 되기까지. ‘본능’의 눈으로 발견하는 인간 심리의 놀라운 비밀들. 진화심리학으로 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충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진다.
인간의 심리는 이미 1만 년 전에 결정되었다!
남자들은 누구나 젊은 여자들을 좋아한다. 여자들은 키 큰 남자들을 좋아한다. 남자가 사회에서 성공하기 더 쉽다. 정치인들은 스캔들에 약하다 등. 과연 이런 생각들이 모두 고정관념일 뿐일까. 도저히 객관적인 이유를 알 수 없으나, 누구나 돌아서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생각들. 이 뒤에 바로 인간의 본성이 있다.
도발적인 연구로 심리학계에 화제를 몰고 다녔던 천재 학자 앨런 S. 밀러와 가나자와 사토시. 이 두 학자는 ‘진화심리학’이라는 방법을 통해 연애, 결혼, 가족, 범죄, 정치, 경제, 종교 갈등 등 여러 측면에서 벌어지는 인간 심리의 근원을 파헤친다.
그들의 주장은 하나의 동물로서 인간의 심리는 이미 1만 년 전에 진화를 멈추었다는 것이다. 남녀의 차별, 가족 내 고정된 역할, 잠재된 폭력성을 비롯한 인간 본성의 밑바닥.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심리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제 우리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본 믿음을 뒤흔드는 위험하고 모험이 시작된다.
세계 심리학계에 도전장을 던진 화제작
2007년 여름, 미국의 심리학 학술지 《사이칼러지 투데이》에 실린 한 편의 글이 언론의 화제에 올랐다. 두 명의 심리학자가 출간할 예정인 한 권의 책에 대한 기사였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남성이 겪는 중년의 위기에 대해서 특이한 설명을 제시했다. 남성이 중년의 위기를 겪는 것은 그가 중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자녀를 출산할 정도의 생물학적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늙은 아내가 바로 남성들의 우울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50세의 남성이 20세의 여성과 결혼해서 살고 있다면 그 남성에게는 중년의 위기란 없다는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부자들은 아들을 많이 낳고, 외모가 아름다운 부부는 딸을 더 많이 낳는다. 미국의 정치인들이나 부호들에게는 아들이 더 많다. 그러나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사람들의 경우 딸을 더 많이 낳았다. 왜냐하면 부와 지위는 여자보다 남자들에게 더 유용한 것이고, 반대로 외적 자원은 여자들에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의 핵심은 정치적이고 문화상대적인 입장에서 보면 결코 정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문제들을 ‘진화심리학적 차원’에서 해명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연구는 비단 남녀의 성(性)에 관한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자살테러 공격자들이 이슬람이라는 사회적 통념이나 아들을 낳으면 이혼가능성이 줄어든다거나, 여성들이 종교적 활동에 더 열심이라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진화심리학적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심리학계에 충격을 던져주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화제를 몰고 왔었다.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원제 :Why Beautiful People Have More Daughters)》는 바로 이들의 연구가 낳은 놀라운 결과물들을 담고 있다.
다시는 인간에 대해 예전처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진화심리학의 눈으로 보면 한편으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간 본성의 모든 것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보자.
연상연하 커플은 환상일 뿐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의 여러 사회에서 수집한 통계자료를 보면 각 사회에서 남자들은 더 젊은 여자를 배우자로 선호했고, 여자들은 더 나이 많은 남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더 젊은 여자를 선호하는 것은 여자가 젊을수록 번식 가치와 출산능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며, 여자들이 나이가 더 많은 남자를 선호하는 것은 어느 인간 사회에서나 나이 많은 남자일수록 더 많은 자산과 더 높은 지위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런 본성 때문에 숱한 할리우드 영화, 로맨스 소설 등의 판타지에서는 남자가 더 나이가 많고(물론 능력 있고 매력적인), 여자들은 어린 커플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이다.
잘생긴 남자는 형편없는 남편이기 쉽다. 왜냐고? 진화론적 측면에서 보면 누구와 성관계를 가질지 결정권을 가진 쪽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다. 그리고 ‘외적 자원’이 중요한 여성들의 경우, 더 나은 외모를 물려줄 유전자를 가진 ‘잘생긴 남자’를 선호하게 된다. 요컨대 잘생긴 남자들은 짝짓기를 할 기회가 심하게 많기 때문에 굳이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열심히 투자하면서 짝짓기를 할 기회를 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배우자와 다툴 때,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즐거워할 때, 험악한 젊은이들이 어슬렁대는 으슥한 동네에서 밤길을 걸으면서 두려워할 때,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현상에 분개할 때, 교회에 갈 때, 이 모든 순간 인간이라는 동물로서 독특하게 진화한 본성이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이제 논쟁적이고 경이로운 심리의 세계가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