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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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내 자리가 있긴 할까? 청(소)년들과 함께 ‘배움이 있는 일터’의 비밀을 찾다! 학교도, 회사도 사람을 키우지 않는 시대 희망마저 가난한 후기 청소년들 미디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층의 낮은 취업률에 대한 보도가 이어진다. 그리고 공식처럼 ‘청년지원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등의 뉴스가 뒤를 잇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청년’은 대부분 ‘대졸 취업준비생’을 가리킨다. 과연 이 정의가 맞는 것일까? 우리의 현실은 이 정의에 꾸준히 반박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 77.8%로 정점을 찍은 이래 꾸준히 하락해 2017년, 68.9%를 기록했다. 반대로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일반고 취업반) 취업률은 최저 수치였던 2009년 16.7%에서 2017년, 50.6%까지 올라 졸업생 절반을 넘겼다. 이 수치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비싼 등록금과 고질적인 대졸 취업난으로 대학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며, 전체 청년의 20~30%를 차지하는 고졸 청년들의 미래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교육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 탄탄한 사회적 자립을 위한 자산이라고 여겨왔는데, 이제는 사회의 불균형으로 인해 교육 부채만 쌓여가며 독립할 시간은 더 늦춰지는 ‘사회적 자립의 지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일찌감치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비진학 미취업’, ‘비대졸’ 청년들은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볼 선택권조차 없이 자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돈을 빨리 버는 것이다. 최소한의 생활유지비용을 마련하기에도 벅차니 미래를 위한 투자는 꿈도 꿀 수 없다. 배움도 시간/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런 삶에서 벗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로 살아야 하는 걸까? 또한 이런 상황은 학력의 한계를 가진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 학력이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이 시대에 사회로 나가야 할 청(소)년들의 진로 교육 시스템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학교의 무관심 속에서 이정표조차 없는 사회로 나온 청(소)년들이 이윤과 경쟁의 소모품이 되지 않고 스스로 사회에 닻을 내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장과 배움이 있는 일터란 어떤 곳인지 청(소)년과 함께 몸으로 부딪히며 해답을 찾아온 곳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락 배달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다. 이 책은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청(소)년들이 소풍가는 고양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동행한 기록이다. 소풍가는 고양이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 자립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대면하고 통찰하고자 한다. ‘일’과 ‘교육’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까?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성장한다는 꿈을 현실로 만든 작은 도시락 배달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는 10여 명의 청소년과 청년, 어른들이 함께 꾸려나가는 곳이다.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청소년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한다면 각자가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박진숙 대표는 하자센터에서 진행하는 진로교육의 하나로 연금술사프로젝트를 운영하다가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일하며 삶의 주인으로, 또 어른으로 성장해 갈 필요성을 절감하며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소풍가는 고양이를 창업하게 된다. 빠져나올 수 없는 외로운 섬에 갇힌 이들을 세상으로 이끌어 자립시키려는 이 시도의 시작은 그저 ‘꿈’ 같았다. 하지만 학교로부터,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던 이들에게 뭐든 해 볼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했다. 벌써 7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소풍가는 고양이의 구성원 중 청(소)년들은 18~24세의 비진학의 길을 택한 이들이다. ‘비대졸자라면 대환영!’인 이곳에서 서로 협력해 괜찮은 일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차츰 ‘일’과 ‘교육’은 적절한 조화를 이뤄 나갔다. 그리고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무지했던 이들이 이곳에서 당당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태어났다. 일의 주체이자 삶의 주체로 자립하는 곳 또 한 단계 성장하는 사회적 장소가 되어주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지식이 너무나도 다른 우리 사회에서 진로이행기에 어떤 시작을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노동 세계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일을 시작한 청(소)년들은 자연히 비숙련 노동을 하게 되고, 일 속에서 자율성을 얻기 어려운 비숙련 노동은 ‘갑을 관계’의 구속력이 더 명료하게 작용한다. 주체적이지 못한 노동은 지속되기 어렵고, 직장을 자주 바꾸다 보면 사회적 결속뿐 아니라 안정된 미래에 대한 전망 또한 잃어버린다. 그래서 일을 처음 시작하는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오래 일하는 일터’를 찾는 것은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그럼 소풍가는 고양이는 청(소)년들이 어떤 환경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지, 회사는 구성원들의 성장과 어떻게 맞물려 유지되고 발전하는지에 대한 비밀을 밝힌 걸까? 이들이 수년 동안 묻고 또 물어서 얻은 해답은 무엇일까? 일의 기초를 알려주고 곁에서 일에 익숙해지기까지 충분히 기다려주며, 문제가 생겼을 때 내버려두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고 또 들어주는 일, 개개인에 맞는 성장방향을 고민하고 지원해주는 일이 바로 ‘함께 성장하는 일터’의 비밀이었다. 이 책에는 이 모든 과정에서 소풍가는 고양이의 구성원들이 온몸으로 겪어낸 성장통과 함께, 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립해 나가는 과정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소소하고도 뻑적지근한 일상이 담겨있다. 이 일상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제 삶을 구상하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자립’과 그를 위한 새로운 노동교육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단지 하나의 특수한 사례이며 일과 교육을 함께 이루려는 이상이 만들어낸 ‘유토피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수많은 어린 젊은이들에게는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엇보다 안전한 일터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그 안의 관계들, 그리고 일의 주체로서 책임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어린 젊은이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 소풍가는 고양이가 말하려는 것들이 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