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이야.”
열일곱도 열아홉도 아닌,
어쩌다 열여덟에 끼어버린 아픈 청춘들.
야릇한 설렘과 미친 존재감이 폭발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2019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지원 선정작
김혜정 작가가 세번째 성장소설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제목에서부터 ‘도전적인 선언’ 또는 ‘방황의 갈무리’가 느껴지는 『18세를 반납합니다』. 장편 『독립명랑소녀』 이후 8년, 소설집 『영혼박물관』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청소년기의 ‘마지막 고비’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 여섯 편이 오롯이 담겼다. 『독립명랑소녀』에서의 “불안한 날들의 방황”과 『영혼박물관』에서 호명했던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견뎌야 할 어린 영혼들”에 대한 관심은 『18세를 반납합니다』에서도 여전하다. 아니, 그들은 한두 해 더 세파에 부대끼고 버텨낸 ‘어린 노병들’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해, 마치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인 어린 노병들. 그들은 아직 치기 어린 열일곱과 대학 입시에 찌든 열아홉 사이를 건너며 고군분투 중이다.
성 정체성의 혼란 혹은 사랑의 설렘을 다룬 「52hz」, 어설프거나 왜곡된 교우 관계를 바로잡고자 하는 「봄이 지나가다」, 나의 무심함 때문에 친구가 삶을 놓았을까 봐 애달픈 「소희」, 성적에 연연하며 유리성에 갇혀 살기보다 당당한 삶을 찾아 떠나고픈 「퍼니랜드」,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향긋한 꿈을 좇는 아이들을 그린 「유자마들렌」, 그리고 집 떠나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심이 되어주는 「청개구리 심야식당」 이야기까지. 그동안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넓은 스펙트럼이 김혜정 작가의 관심사였다면, 이번 소설집 『18세를 반납합니다』에서는 고등학교 1~2학년, 특히 열여덟 살인 고등학교 2학년에 집중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납해버리고 싶은 10대의 마지막 고비, “야릇한 설렘과 미친 존재감”이 폭발하는 질풍노도의 바로 그 순간.
“100년은 산 거 같은데 겨우 열여덟이야.”
“야, 너 동안이다. 난 더 어리게 봤는데.”
“치! 난 반납할 거야.”
“반납? 뭘?”
“18.”
“오호, 18세를 반납합니다. 그런 거냐?”
“왜, 그러면 안 돼?”
“안 되긴. 나도 하고 싶다, 반납.”
상처와 아픔을 반납한다니, 속이 후련했다. (「청개구리 심야식당」에서)
『18세를 반납합니다』는 중등 교사인 김혜정 작가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경기도 부천을 주요 배경으로 그려진다. 원미산과 진달래 동산(「52hz」), 부천역 광장과 그 주변(「청개구리 심야식당」), 옛 항동 기찻길의 언저리(「소희」), 그리고 학교와 집과 골목길들. 마치 열일곱과 열아홉 사이에 낀 열여덟 살처럼, 서울과 인천이라는 거대도시 사이에 끼어 사는 아이들의 다채로운 사연들이 작가의 치열한 필치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가의 눈에 포착된 인물들은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니고 있는, 센 척하지만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들, 때로 나쁜 마음을 먹기도 하지만 이내 돌아서 질긴 후회를 달고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작가는 “스스로 ‘18세를 반납하겠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이제 이야기가 되어 이야기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특유의 감성으로 아로새긴다. 하여 매번 「작가의 말」에서 일일이 호명하곤 하는 바로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매번 나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었다”라고 말한다. “지옥의 한가운데”와 “위로와 희망”은 그렇게 통해 있고, 그 통로를 통해 우리는 함께 성장하는 셈이니까.
반납하고 싶은 ‘18세’를 가슴에 품고 사는 청소년, 혹은 그런 ‘18세’조차 아스라해 어른 되기를 거부하고픈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18세’를 지나쳐야만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