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해학과 익살로 엮은 27편의 엽편 소설 소설가 이진하의 엽편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으로 선보인다. 표제작인 「설명충 박멸기」를 시작으로 단편 소설보다 짧지만 현시대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매우 예리하게 포착하여 감각적으로, 혹은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서글프게 풀어낸 엽편 소설 27편을 수록하였다. 소설가 정지아는 추천사 첫머리에 라고 평한다. 정지아 작가의 말처럼 소설 하나하나가 너무나 명쾌하여 책을 읽는 내내 육성으로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다채로워서 혹시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을 후비어 파고드는 상황이 펼쳐진다. 현실을 위로하는 이야기 장수의 이야기보따리 어느 날 설명충이 입속에 살게 되어 입만 열면 설명을 해대는 남자, 날마다 거울 앞에 서서 잘되기를 복창하는 여자에게 미러링하는 거울 속 여자, 갑자기 찾아와 영혼을 거래하자는 악마, 유행을 위해서라면 강아지 대신 네발로 기는 사람, 실수를 만회하기 싫은 천국의 천사 공무원들, 진실의 주둥이로 결국 악성 학부모에게 <뿌직>을 외치는 선생님, 소파에 붙어사는 전염병에 걸린 남편과 친정아버지, 망섭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과 서버 종료를 막으려는 사람들, 남편의 피지에 오르가슴을 겪는 아내 등등, 마치 신문 화제 면에 등장할 만한 일반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글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가 평범한 회사원부터 계약직 사원, 취업 준비생과 면접 대기자 등 현재 자신의 직업과 환경에 애환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면, 2부는 조금 더 내밀하게 여성과 엄마의 삶, 그리고 결혼 생활에 관한 농담과 비극을 세심하게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 <그냥 나 같은 사람들>이 겪는 이 모든 이야기에 깔깔 웃거나 한숨을 쉬거나 마냥 서글퍼진다면, 맞다! 우리는 이 책을 아주 잘 읽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야기가 우리 인생이 아니겠는가. 소시민이 하루하루 사는 삶을 이토록 해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라니, 이진하 작가의 필력에 새삼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게 된다. 후기에서 작가는 <필사적으로 무언가의 망령들>과 싸우며, <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저놈, 저거, 저 코를 딱 한 대만 때려 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 <무언가의 망령들>은 가부장제, 구조적 불평등, 억압적 시스템과 부조리, 우리 안의 두려움과 좌절, 불안 등이다. 이진하 작가에게 글쓰기는 망령과 싸우는 도구이자 기록이며, 인생은 망령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전장과도 같다. 그렇기에 『설명충 박멸기』는 우리 모두 각자 현실과 투쟁하는 지금을 위로하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는 때려 주는 일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끈질기게 싸우고 여전히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의 모든 주먹질은 책을 읽는 우리와 함께 오늘도 살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