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간행에 부쳐 | 들어가며
1장 악동들 속에서
2장 식민지의 ‘황국소년’
3장 ‘해방’의 나날
4장 신탁통치를 둘러싸고
5장 총파업과 백색테러
6장 4·3사건
7장 이카이노로
8장 조선전쟁기 오사카에서
종장 조선적에서 한국적으로
후서 | 옮긴이의 글 | 연보
조선과 일본에 살다
김시종
316p



재일조선인 시인 김시종이 아흔 가까운 자신의 생을 처음으로 풀어낸 자서전이다. 식민지 '황국소년'으로 맞이했던 8.15해방, 남북분단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과 갈등 속에서 투신한 남로당 활동, 제주도 4.3사건의 전개와 참혹했던 학살의 광풍, 그 끝에 감행해야 했던 일본 밀항,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삶… 현대사의 쓰라림이 여전히 생생한 한평생을 신중하고도 힘 있는 고유의 문체로 술회했다. '결별해야 했을 일본어로 말하고 써야 하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상황과 평생 대면하고 맞서온 시인의 이 회상기는 2015년 유수의 산문문학상인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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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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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의 8·15와 4·3, 그리고 ‘재일’
이 책은 재일조선인 시인 김시종이 아흔 가까운 자신의 생을 처음으로 풀어낸 자서전이다. 식민지 ‘황국소년’으로 맞이했던 8·15해방, 남북분단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과 갈등 속에서 투신한 남로당 활동, 제주도 4·3사건의 전개와 참혹했던 학살의 광풍, 그 끝에 감행해야 했던 일본 밀항,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삶… 현대사의 쓰라림이 여전히 생생한 한평생을 신중하고도 힘 있는 고유의 문체로 술회했다. ‘결별해야 했을 일본어로 말하고 써야 하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상황과 평생 대면하고 맞서온 시인의 이 회상기는 2015년 유수의 산문문학상인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상을 수상했다.
자신과의 지독한 숨바꼭질 끝에 끄집어낸 현대사의 기억
―2015년 제42회 오사라기 지로 상 수상작
『조선과 일본에서 살다』는 8·15와 4·3을 중심으로 평생의 이야기를 풀어낸 재일조선인 김시종 시인의 자전이다. 긴 세월 가슴에만 묻어둔 채 세상에 내놓지 않았던 기억들을 편집자의 오랜 설득 끝에 이와나미 월간지 『도서』(圖書)에 3년간(2011년 6월~2014년 9월) 연재, 가필을 더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 특유의 문체가 드러나는 생생한 문장들은 그 당시와 현재 사이에 놓인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역사적 시간들을 증언해내고 있다. 이 책은 2015년 12월 제42회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4·3사건의 당사자였던 시인은 더듬댈 수밖에 없는 고뇌를 품고 깊이 봉인해온 많은 기억들을 여든을 넘겨서야 가공할 정교함과 치밀함으로 꺼냈다. 황국소년, 민주화운동과 민주청년동맹의 투사, 그리고 재일외국인 최초의 공립고교 교사로 살아간 가운데 영혼의 묘상(苗床)이 둘로 찢기게 된 시인은 “그리워해서는 안 될 그리움 속에서 내 소년기가 이처럼 어슴푸레 바래고 있었다”고 표현한다. 참극을 그려내면서도 바닥에 밀착한 그 시선에는 부끄러움과 따스함이 깃들어 있다.
―와시다 기요카즈鷲田淸一(철학자)
일본과 조선, 남한과 북조선, 공산당·조총련, 그리고 온전히 정치적 인간이 되지 못한 또 한 명의 자신… 몇 겹으로 갈기갈기 찢긴 ‘재일’이라는 실존을 골신(骨身)의 일본어로 자아내 우뚝 세운 휴머니즘의 궤적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전 아사히신문사 주필)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상은 아사히신문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탁월한 산문작품을 가려 수여된다. 오에 겐자부로와 시바 료타로,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도 수상한 바가 있으며 특히 김석범은 제주 4·3을 그려낸 소설 『화산도』로 1984년에 제11회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김시종은 과거에도 평론집 『재일의 틈에서』(在日のはざまで)로 1986년 제40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1992년에는 시집 『원야의 시』(原野の詩)로 제25회 오구마 히데오 상 특별상을 받았으며, 2011년엔 시집 『잃어버린 계절』(失くした季節)로 다카미 준 상을 수상하는 등으로 작가이자 시인으로서 높은 평가와 인정을 받아왔다. 장편시집 『니이가타』(新潟)를 비롯한 그의 작품은 일본어로 썼으면서도 반일본적 서정성과 리듬을 강조한 독특한 글로 응축된 표현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이번 회상기에서 그는 자신의 생애가 통과해온 수많은 사건과 상황들, 유년 시절 연을 좇아 달리던 즐거운 기억에서부터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강렬한 장면들을 신중하게, 때로는 일렁이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힘 있는 글로 써냈다.
조선으로 떠밀려온 황국소년, 다시 일본으로 떠밀려간 적색분자
―일본어로써 일본어에 보복하는 조선인 김시종의 글쓰기
김시종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태어나, 4·3사건에 휘말려 1949년 일본으로 탈출하기 전까지 소년 시절 대부분을 어머니의 고향인 제주에서 보냈다. 해방 전까지 그는 그야말로 황민화 교육이 길러낸 제국의 소년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일본 동요와 군가에 흠뻑 빠졌으며, 집에서도 일본어를 쓰지 않는 부모를 답답해했고, 전차병 학교에 지원하여 천황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했다. 한글은 한 글자도 쓸 줄 모르고 ‘식민지 지배’ 같은 말은 들어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외골수 ‘황국소년’이었다. 그러던 1945년, 열일곱의 그는 자기 나라라는 의식조차 없었던 조선으로 ‘떠밀려오듯’ 해방을 맞이한다.
두려움과 바닥 모를 후회를 가슴 밑바닥에 쑤셔넣은 채 기억을 가라앉히듯 나는 일본어로 표현활동을 해나갔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언어는 의식의 밑천입니다. 내 의식의 밑바탕을 만들어낸 언어가 내게는 식민지를 강제했던 종주국의 언어였습니다. 그럼에도 내게 식민지는 가혹한 물리적 압박과 수탈이 아닌 너무도 다정한 일본의 노래, 소학교 창가와 동요, 서정가라고 불리는 그리운 노래로 다가왔습니다. 그만큼 온전히 식민지가 된 시대였습니다.
김시종에게 일본어란 자신의 감성과 사고체계를 길러낸 정다운 모국어와도 같은 언어였던 동시에 ‘국어’로서 강제되었던 식민지 종주국의 언어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조국의 현실과 사회의식에 눈을 떠 민족의 말과 글, 문학을 왕성하게 배워나갔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학생운동과 남로당 활동에 투신하는 등 커다란 사상적 전환을 겪는다. 그러나 그런 그가 ‘해방’되어 떨어져나왔던 일본에서 결국은 생의 대부분을 살아가며 일본어로 말과 글을 써나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재일시인 김시종이 끊임없이 의식하고 대결해야 하는 쓰라린 조건이자 아이러니였다.
해방으로부터 7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라는 자문은 지속됩니다. 1945년 8월 15일을 기해 그때까지의 내 일본어는 어둠 속에 갇힌 말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어둠의 말을 겉으로 꺼내가며 인생 대부분을 일본에서 지내고 있으니 이것은 자신과의 지독한 숨바꼭질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일본어로 시를 쓰는 자신에게 해방이란, 소년기를 뒤틀어가며 익힌 일본어의 정감과 운율을 스스로가 끊어내는 일이라 김시종은 말한다. 유려함을 베어내고 ‘어색하게’ 직조한 자신의 일본어로써 일본어에 보복하는 과정, 그 어눌한 일본어로 생각과 말을 자아내야 했던 과정이 이 회상기 『조선과 일본에 살다』였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그러한 맥락과 의도까지 포함한 김시종의 일본어를 다시 한국어로 제대로 옮겨내기 위해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의 대응을 각별히 고민하고 여러 세대 한국어 화자의 검토를 거치는 등 신중을 기하여 최선의 번역본이 되도록 힘을 기울였다.
끝나지도, 아물지도 않은 4·3의 아픔
―제주 4·3의 전개 과정에 대한 새롭고 상세한 증언
이 연재를 계기로 내가 어떤 관계로부터 ‘4·3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갔고, 나는 어떤 상황 아래서 움직이고 있었던가, ‘공산폭도’ 나부랭이의 한 사람이었던 내가 밝힐 수 있는 사실은 어디까지인가를 재차 직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식민지 통치라는 업의 깊이에 이를 갈았습니다. 반공의 대의를 살육의 폭압으로 실증한 중심세력은 모두 식민지 통치하에서 이름을 얻고, 그 아래서 성장한 친일파 인간들이며, 그 세력을 전적으로 떠받쳐 준 것은 미국의 혁혁한 민주주의였습니다.
『조선과 일본에서 살다』는 무엇보다도 그간 저자가 오랫동안 속으로만 삼켜온 제주 4·3에 대한 기록이다. 육십여 년이 넘게 그 어디에도 쓰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되새길 수밖에 없었던 참혹한 일들까지, 민주화의 영향으로 정리된 기록들을 참고함으로써 정확하게 되살려 비로소 글로 옮겨냈다. 그만큼 이 책에는 당시에 관한 놀랄 만큼 생생한 증언이 담겨있다. 책 전체가 4·3과 그 전후라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 4·3사건은 한반도의 남북분단과 점령통치에 반대하는 1948년 4월 3일의 주민 무장봉기로 본격화되어 약 6년 반에 걸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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