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사람들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 · War/History
484p
Where to buy
Rate
3.6
Average Rating
(5)
2차 세계대전 시기의 끔찍한 비극인 홀로코스트를 실제로 수행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유대인 집단학살의 가해자가 되었을까? 홀로코스트 연구의 선구적이고 기념비적인 현대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101예비경찰대대 소속 210명에 대한 전후(戰後) 취조 기록 등을 바탕으로 ‘수행자’들의 학살 과정과 동기를 심층 분석했다. 특히 두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이들은 특별히 악인이었거나 그렇게 훈련받은 자들이 아니라, 대다수가 군 복무 경험조차 없던 하층 노동자 출신의 중년 남성, 즉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둘째, 이들은 처음 학살 임무를 하달받았을 때에도, 그리고 수행 중에도 언제든 별다른 처벌 없이 학살 임무 수행을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 대다수는 왜, 어떻게 점차 망설임 없이 학살 작전을 수행한 ‘전문 살인자’가 되었는가? 지은이 브라우닝은 말한다. “설명은 변명이 아니며 이해는 결코 용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과 집단 동력을 어째서 이해해야 하는 걸까? 브라우닝은 이렇게 반문한다. “만약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이 당시의 조건 아래서 학살자가 될 수 있었다면, 오늘날 유사한 조건이 주어질 때 어떤 집단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점점 극우화되어가는 이 시대의 부름을 받고 재출간된 이번 증보판(2010년 한국어 초판 출간)에는 원서 초판 출간(1992) 이후 벌어진 학살 동기에 대한 논쟁을 다룬 2판 후기(1998)와 후속 연구 성과들을 4개 영역으로 나누어 정리한 3판 후기(2017)가 모두 실려 있다.

[디아스포라영화제 개최]

단, 5일 간 인천에서 만나요!

디아스포라영화제 · AD

[디아스포라영화제 개최]

단, 5일 간 인천에서 만나요!

디아스포라영화제 · AD

Author/Translator

Comment

2

Table of Contents

지도: 1942~1943년 폴란드 및 루블린 구역 한국어 초판 서문 초판 서문 1 | 유제푸프에서의 어느 아침 2 | 치안경찰 3 | 치안경찰과 최종해결: 1941년 러시아 4 | 치안경찰과 최종해결: 강제이송 5 | 101예비경찰대대 6 | 폴란드에 도착하다 7 | 집단학살의 서막: 유제푸프 학살 8 | 집단학살에 대한 성찰 9 | 워마지: 2중대의 추락 10 | 8월 트레블링카행 강제이송 열차 11 | 9월 말의 학살 12 | 다시 시작된 강제이송 13 | 호프만 대위의 이상한 병 14 | “유대인 사냥” 15 | 마지막 집단학살: “추수감사절 작전” 16 | 그 이후 17 | 독일인, 폴란드인, 유대인 18 | 아주 평범한 사람들 2판 후기 3판 후기: 이후 25년 감사의 말 부록: 101예비경찰대대가 사살・이송한 유대인 수 옮긴이의 말 주 찾아보기

Description

“만약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이 당시의 조건 아래서 학살자가 될 수 있었다면, 오늘날 유사한 조건이 주어질 때 어떤 집단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18장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서(291쪽) 그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집단학살에 가담하게 되었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읽는 홀로코스트 1942년 7월 13일 아침, 주로 중년의 노동자 출신인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 앞에 지휘관인 트라프 소령이 섰다. 창백한 얼굴로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그는 하달된 임무를 전달했다. “노동력 있는 유대인 남자들은 노동수용소로 이송하기 위해 집결시키고, 다른 유대인들─여자, 노인, 어린이─은 현장에서 사살해야 한다.” 그런 뒤 그는 특별한 제안을 덧붙였다. 이 임무를 감당하기 어렵겠다고 느끼는 대원은 앞으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거기 내가 있었다면 나는 임무를 면제받기 위해 과연 앞으로 나섰을까? 나치의 유대인 학살부대에 대한 최초의 심층 연구 2차 세계대전 시기의 끔찍한 비극인 홀로코스트를 실제로 수행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유대인 집단학살의 가해자가 되었을까?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 교수의 《아주 평범한 사람들》은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지은이는 홀로코스트 연구의 대가인 라울 힐베르크로부터 학문적으로 깊은 영향을 받았다. 힐베르크의 《홀로코스트 유럽 유대인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European Jews)》(1961, 한국어판 2008)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중심으로 홀로코스트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최대·최고의 저작으로 평가된다. 브라우닝 또한 가해자를, 특히 집단학살의 명령권자나 중간 책임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학살을 수행한 개인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와 학살 책임자에 대한 연구 성과에 비해 학살 ‘수행자’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출간되었던 《아주 평범한 사람들》은 홀로코스트 연구의 선구적이고 기념비적인 현대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더욱이 이 책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도 빛을 발하는 이유는 그 가해자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닌 바로 나, 그리고 우리 이웃과 별다를 바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학살 동기를 추적하는 일은 바로 지금의 나와 우리를 반추하는 것과 같다. 폴란드 유대인 학살부대, 101예비경찰대대의 베일이 벗겨지다 폴란드에서는 이른바 유대인 문제의 ‘최종해결’ 방침에 따라 1942년 3월부터 1943년 2월까지 단 11개월 동안 거의 모든 유대인이 현지에서 학살되거나 수용소로 강제이송되었다. 그런데 폴란드의 유대인들은 매우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었으며, 거주지는 대부분 소도시나 시골이었다. 지은이는 여기서 의문을 가졌다.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이 시기에 독일이 조직적으로, 신속하게 유대인 집단학살을 수행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며, 인력은 어떻게 조달했는가? 수용소 유지에 필요한 인력은 소수였지만, 각 지역의 유대인을 집결시켜 수용소로 이송하거나 현장에서 사살하는 작전은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의문을 풀기 위해 지은이가 찾은 곳은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의 주 검찰청 중앙본부였다. 주 검찰청 본부는 나치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를 총지휘했으며 폴란드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범죄와 관련된 독일의 거의 모든 재판 기록을 소장하고 있었다. 지은이는 이곳에서 집단학살을 수행한 부대에 대한 기소장을 접했다. 101예비경찰대대 소속 210명(1942년 폴란드 파견 당시 500여 명)에 대한 취조 기록과 125건의 피고인 증언 자료에는 학살 임무를 실제로 수행한 이들의 생생한 육성이 담겨 있었다. 학살 전문가가 된 평범한 사람들 101예비경찰대대는 1942년 독일군의 후방 지원 임무를 띠고 폴란드에 투입되어 1943년까지 유대인 3만 8000명 이상을 학살하고, 4만 5200명 이상을 수용소로 강제이송했다(422~423쪽 표 참조). 주목할 것은 101예비경찰대대가 집단학살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조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대의 구성원은 대개 군 복무 경험조차 없었던 하층 계급 노동자 출신의 중년 남성이었다. 게다가 “그들 대부분은 가장 덜 나치화된 지역으로 명성 있던 함부르크 출신이었으며 다수는 정치문화적으로 반(反)나치 정서를 갖고 있던 사회계급 출신이었다”(90쪽). 하지만 대원들은 몇 차례의 학살과 게토 소개(疏開) 작업을 수행하면서 학살 임무에 익숙해졌고,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무엇이 이 평범한 사람들을 전문 살인자로 만들었을까? 지은이의 답은 담담하면서도 자못 충격적이다.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은 나치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지도, 반유대주의적 신념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환경’이었다. 지은이는 대원들의 개인별 취조 기록과 증언을 바탕으로 이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으며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되어갔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학살은 처음부터 거부할 수도,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었다 이 책에 인용된 학살 당사자들의 증언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101예비경찰대대가 폴란드에 투입된 뒤 대대장은 모든 대원에게 유대인 사살 임무를 설명한 뒤 ‘특별한 제안’을 했다.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대원은 빠져도 좋다는 것이었다. 이때 대원 500여 명 가운데 대대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은 단 10~12명뿐이었다. 그들은 임무에서 제외되었고 별다른 징계 처분도 받지 않았다. 실제로 학살이 진행되자 상당수의 대원들이 충격과 공포, 죄의식과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임무 면제를 신청했다. 일부러 사격을 엉터리로 하거나, 상관의 눈을 피해 숨는 대원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대원 가운데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즉 이들에게는 학살에 가담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90퍼센트의 대원들은─적어도 초기에는─자신들이 수행하고 있는 임무에 대해 충격과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대부분 학살을 계속했다.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 공개적으로 비동조 행위를 보이는 것은 그들 대부분의 능력 밖에 있었다. 차라리 총을 쏘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쉬웠다”(284쪽). 이 책에서 ‘동조(同調)’는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의 집단행동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분석 틀로 작용한다. 대원들은 동료나 상관에게 ‘사나이답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들은 ‘체면’을 중시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은이는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과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의 결과를 중요한 예로 든다(18장 〈아주 평범한 사람들〉, 258~260, 265~271쪽). 물론 500명에 달하는 대원들의 학살 동기를 한 가지 측면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설명 모델만 해도 전시 야만화, 인종주의, 임무의 분업화와 관례화, 학살자의 특별 선발, 출세주의, 맹목적인 복종과 권력에 대한 경의, 이데올로기적 세뇌, 동료 집단에 대한 동조 등 수없이 많다(이들 모델에 대한 검토는 18장 〈아주 평범한 사람들〉 참조). 하지만 이 가운데 101예비경찰대대 사례에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은 하나도 없다. 학살이 무조건 강요되지는 않았다는 사실과 관련하여 지은이가 강조하는 것은 대원들의 80~90퍼센트가 어쨌든 ‘자의’로 학살에 가담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문화적·이데올로기적 요소가 아니라 특수한 환경의 지배를 받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홀로코스트의 불안은 오늘날의 세계에도 잠재한다 지은이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문화적·이데올로기적 요소, 특히 반유대주의를 중요하지 않게 다루었다’는 비판에 대해, “인간 본성의 근본적 요소들은 문화를 초월하여 폭넓게 적용될 수 있으며 따라서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

Collections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