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우리는 지금처럼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커피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아침과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일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되었고, 커피 광고에는 가장 인지도 높고 이미지 좋은 연예인이 등장하며,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러 기꺼이 다른 지방까지 커피 투어를 나선다. 커피전문점과 소매시장을 합친 국내 커피시장의 규모는 2016년 5.9조 원에서 2018년 기준 6.8조 원까지 성장했다. 한 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18년 기준 353잔으로 전 세계 평균인 132잔의 2.67배이며, 전문가들은 2023년에는 국내 커피 시장이 8.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국내 커피 시장의 이러한 성장세를 꺾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산업이 침체하고 있는 중에도 2020년 국내 커피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2020년 9월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 1~7월 커피 수입량은 9만 355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8만 5,749톤)보다 5.37% 늘어났다.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을까?
바나나가 멸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나나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떨까?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크게 두 종으로 나뉜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그것인데, 아라비카 커피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른바 ‘커피벨트’라고 불리는 열대의 고지대에서 재배되는 아라비카는 향이 뛰어나고 산미가 있어 고급스러운 커피로 각광받는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은 속도로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아라비카 커피 재배에 적합한 땅의 면적은 계속 줄어 2050년에는 이론상 적합하다고 알려진 재배 면적의 절반인 1,600만 헥타르만이 남는다(2015년 월드 커피 리서치 발표 자료). 아라비카의 생산량 감소는 전 세계의 커피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열대농업연구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Tropical griculture, CIAT의연구원크리스티안번은“커피수요가점점늘어나기때문에미래에는더많은경작지가필요하지만,재배가능면적자체가감소할것”이라고말했다.
기후변화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커피 농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커피 생산량 1, 2위를 다투는 브라질과 베트남은 2020년 각각 기록적인 가뭄과 폭우로 커피 수확량이 급감했다. 이렇게 커피 농업은 지구 온난화와 함께 매년 어려워지고 있으며, 수요가 공급을 따르지 못하면 자연스레 가격은 오른다. 따라서 머지않은 미래에는 식당이나 회사 탕비실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커피는 과거의 추억이 되고, 2080년에는 특별한 날에만 즐길 수 있는 사치품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커피를 찾는 여정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의 지은이들은 현재 세계 커피 업계에서 가장 ‘힙’하고 ‘핫’한 생산자로 손꼽히는 브라질 크로체 가족의 커피 농장 ‘파젠다 암비엔탈 포르탈레자Fazenda Ambiental Fortaleza, FAF’를 찾아간다. 현재 커피산업에 존재하는 문제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기후변화로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지은이들은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실비아 바헤투와 마르쿠스 크로체 부부, 그 아들인 펠리페 크로체의 입을 통해 평범한 커피농장이 최고의 유기농 스페셜티 커피를 만드는 곳이 되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와 지속 가능한 커피 재배를 향한 분투를 전하고, 업계 전문가와의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으로 커피 산업의 현재를 확인한다. 그리고 커피 멸종이라는 위기를 헤쳐 나가는 방법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커피 생산과 보다 적은 양의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란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은 우리가 이제껏 읽어보지 못한, 커피가 우리 손에 다다를 때까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커피를 병들게 하는 커피산업의 현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커피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다. 지구온난화로 커피 재배에 적합한 땅의 해발고도는 점점 높아진다. 산등성이로 높이 올라갈수록 재배면적은 더욱 줄어들고, 농부들은 어려워진 환경에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결국 산 정상까지 이르게 되면 그보다 높은 곳으로는 갈 수 없다. 아라비카 외에 기후변화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은 로부스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은이들이 전 세계 유명 커피 전문가들에게 직접 설문해 확인한 것처럼, 로부스타는 품질을 놓고 봤을 때 아라비카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대안이라 여기지 않는다. 생산자들과 과학자들은 품종 개량으로 지구 온난화와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만들고자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보다 더 현실적이고 시급한 문제들이 있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지 않는 유통 시스템,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턱없이 낮은 임금과 노예노동을 방불케 하는 노동환경 등 단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한 방법들이 커피 농업을 좀먹고 있다.
“커피의가장큰과제는다음세대에게이일을물려주는겁니다.커피재배는세계여러나라에서지독한가난,사회의밑바닥을의미하기때문에생산자의자녀들은도시로떠나버립니다.예전보다많은정보유입과세계화의흐름속에서요즘젊은이들은부모보다선택지가많습니다.그래서가까운도시로나가서비스업에종사하려고합니다.생산자인부모들도자녀가더나은삶을살기를바라죠.”
유기농으로 기후 온난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 겁니다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에서 무역 사업을 하던 마르쿠스 크로체는 어느 날 아이들에게 뿌리를 찾게 해주기 위해 아내 실비아 바헤투가 상속받은 브라질의 커피농장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주변 농장들과 별다를 것 없이 돌아가던 곳을 친환경 유기농 농장으로 바꾸는 데 주력한다. 일꾼들의 관성을 바꾸고 화학비료와 농약에 병든 땅이 회복되길 기다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크로체 가족은 커피 품질도 챙기고 커피 농가의 생존과 농업의 지속 가능성까지 챙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직접 검증해낸다. 셰이드 트리를 심고, 섞어짓기를 하는 등 자연이 조화를 이룰 때 농부의 일은 줄어들고 수확물의 질이 올라가고 양도 늘어난다는 것을 수년간의 노력과 체험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에 그치지 않고 크로체 가족은 주변 농가에 친환경을 권하고 지원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버지 마르쿠스 크로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커피 재배에 힘을 쏟고 있는 펠리페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품을적게들여고품질에양도많은작물을 재배하고좋은가격에팔수있는농업모델을개발한다면,따라하지않을사람들이 있을까요?그러면브라질에얼마나많은나무를심게될지생각해보세요.얼마나많은 땅이되살아날지도요.땅은나무보다이산화탄소를더많이흡수합니다.유기농으로지구온난화를늦출수있을겁니다.”
커피 소비의 진화, 선택의 여지는 없다!
공짜커피가사라지고커피를 구매하는 데적정한값을치르기시작한다면어떤 일이 생길까? 로스터리와생산자는보다더좋은품질의커피,윤리적이고친환경적인재배환경을조성하는 데주력할수있다.로스터리는생산자에게지속가능한재배모델을 요구하고그에상응하는매입가를조건으로내걸수있다.소매상은마진을양보하지 않으면서도소비자에게더나은제품을제공할수있을것이다.그리고마지막으로커피중독자인우리는탐욕에눈이멀어열대우림을파괴하는대신나무를심는생산과정을거친,질좋고맛있는커피를즐길수있을것이다.사실 이는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