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토마스 베른하르트 · Novel
5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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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프라츠 요셉 무라우가 여동생의 결혼식을 보고 온 이틀 후, 부모님과 형의 부음을 받고 고향으로 가서 장례식을 치르는 사흘 동안의 일을 담고 있다. 이 사흘 동안 주인공은 과거에 대한 회상과 주변 세계, 인물을 관찰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의 편린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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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부 전보 9 2부 유언 237 해설_ 글쓰기를 통한 트라우마 극복하기_ 조현천 499

Description

■ 조국과 삶과 죽음을 바로 보려 했던 냉소적인 소설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마지막 소설 잉게보르흐 바흐만(Bachmann Ingeborg, 1926~1973), 피터 한트케(Handke Peter, 1942~)와 더불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독일어권 문학에서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Bernhard,1931~1989)의 소설 이 출간되었다. <소멸>은 1986년 발표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마지막 소설이자 (1997년 현암사 출간), (1997년 현암사 출간)과 더불어 그의 3대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네덜란드 헤를렌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오스트리아의 외조부모 밑에서 자란 베른하르트는 외조부의 영향으로 빈 예술학교,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음악, 연극 등을 공부했다. 평생 폐결핵과 심장 질환에 시달렸고,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겪으며 고립과 광기, 질병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몰두했다. 베른하르트는 나아가 이런 상처와 결핍, 인간의 한계 상황을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예술가의 투혼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소멸>에는 이런 베른하르트의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언제나 하는 말처럼 민주주의 국가라고 떠들어 대지만, 실은 가공스럽고 비굴하며 수치심을 모르는 국가이고, 자신의 가공스러움과 비굴함, 수치심을 모르는 철면피함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기회 있을 때마다 이런 끔찍함을 대외적으로 자랑하기까지 한다. 살인마에게 터무니없는 연금을 송금하고 공로 훈장을 떠안기면서, 셰어마이어와 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국가가 도대체 무슨 국가란 말인가, 나는 의문스러웠다. 〈p.341〉 ■ 가장 가까운 적, 가족과 조국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 <소멸>은 베른하르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긴 호흡의 문장과 문단 구분이 없는(전체가 두 문단으로 되어 있음) 소설이다. 베른하르트는 이 소설을 통해 조국 오스트리아, 가족은 물론 우리가 으레 편견 없이 받아들인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요구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프라츠 요셉 무라우가 여동생의 결혼식을 보고 온 이틀 후, 부모님과 형의 부음을 받고 고향으로 가서 장례식을 치르는 사흘 동안의 일을 담고 있다. 이 사흘 동안 주인공은 과거에 대한 회상과 주변 세계, 인물을 관찰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의 편린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식구들은 융통성 없이 곧이곧대로 상속받은 집에 그냥 눌러앉아 엄청나게 많은 유산을 어떤 일이 있어도 날리지 않고 확고하게 지키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식구들은 모두 자기도 모르는 새 타성에 젖게 만드는 소유지의 속성에 물들어 갔으며, 소유지와 한통속이 되어 끔찍하고 구역질나는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p.32〉 형의 걸음걸이, 자세, 목소리는 점점 더 아버지를 빼닮았고, 얼마 안 있어 아버지의 자세, 걸음걸이, 목소리 그리고 결국엔 자연스레 아버지와 똑같은 정신 상태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맏아들은 애초부터 집안의 가장으로 결정되었으며 곧 그리 되고 말 것이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 부모님은 요하네스에게서 소망하던 자식을 얻은 셈이다. … 형은 부모님이 항상 원하던 이상적인 아들에 차츰 가까워졌고, 그것도 내가 이런 이상형에서 멀어지는 것과 동일한 속도로 부모님을 닮아 갔다. 〈p.271〉 ■ 믿어 의심하지 않는 상식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다 <소멸>에서 베른하르트는 시종 냉소적인 목소리로, 그리고 끊임없이 두 세계를 대비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세상의 모순과 우리의 편견을 꼬집는다. 우리(나)가 으레 받아들인 관계인 아버지와 삼촌, 어머니 혹은 스파돌리니와 마리아, 여동생과 감베티, 사냥과 식물원, 나치 장교와 농부 형과 나, 음악과 사진……. 이는 볼프스엑과 로마, 조국과 개인, 가족과 나의 문제로까지 소급해 들어간다. 베른하르트는 손쉬운 온정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세계를 부인한다.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 베른하르트는 단단한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사물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펜을 세운다. 특히 사진의 경우가 그렇다. 우리는 흔히 사진을 추억의 저장고라고 생각하지만 베른하르트는 타인을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해 놓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더욱이 부모님과 형이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사진과, 장례식에 참석해 보게 되는 신문의 보도사진은 극명한 대비를 통해 사진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베른하르트는 이미지를 통해 언뜻 드러나는 이런 인상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이는 베른하르트의 신경질적이고도 집요한 사유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결말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물질적 유산을 이스라엘 종교단체에 희사함으로써 가장 처절한 복수, 소멸극을 완성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수세기 전부터 인간은 인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졸업장이나 타이틀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카페에서 후버 씨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후버 박사를 만나는 것이며, 마이어 씨와 식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석사 엔지니어 마이어 씨와 식사하러 가는 것이다. 인간이 아니라 석사 엔지니어가 될 경우, 단순히 뮐러 여사가 아니라 변호사 뮐러 씨의 부인이 될 경우 비로소 그들은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은 사무실에서 아가씨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우수한 졸업장을 고용한다. 〈p.63〉 우리는 사진이라는 악마 같은 발명품을 이용함으로써 수백만에서 수십억이나 되는 두 사람의 표정 중에서 일순간의 표정만 포착했던 거야, 그리고 비웃는 표정을 포착한 바로 그 순간 때문에 평생 동안 사진에 찍힌 두 사람을 비난해 대지. 〈p.184〉 ■ 가장 냉소적인 문학 수업이자 가장 잔혹한 유언장, <소멸>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의 <수상록>에서 인용한 짧은 구절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주인공 ‘나’가 제자 감베티에게 행하는 문학 수업이기도 하다. 베른하르트의 작품에는 다른 작가와 작품들이 많이 인용되는 것이 특징인데 <소멸>에는 무려 49명의 작가와 22개의 작품이 등장한다. 게다가 주인공의 직업 자체가 독일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프란츠 요셉 무라우는 단순히 특정 작가와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분명히 밝힌다. 베른하르트의 책읽기가 독자의 책읽기와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존재하는 자는 모두 이 시대의 주주들이다. 〈p.280〉 시류에 부응한 생각은 언제나 시대에 부적절한 생각이다. 시대에 적절한 생각은, 실제로 시대에 적절한 생각인 경우라면, 언제나 당대를 앞지른다. 〈p.282〉 물론 오만은 자신을 경멸하고 이로 인해 참기 힘든 주위를 극복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오만하지 않다면 패배할 것이며, 또한 오만은 보통 때, 그러니까 오만하지 않을 때의 우리를 송두리째 삼켜 버릴 세계에 저항하는 권력 수단일 따름이다. 이 세계는 우리를 위해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만을 이용해 먼저 선수를 쳐야 하며, 잡아먹히기 전 아직 우리 자신을 구할 수 있을 때 오만을 부려야 한다. 〈p.332〉 ■ 죽음을 통해 완성된 베른하르트의 문학 세계 베른하르트의 소설은 베른하르트의 삶 그 자체이다. 제국주의가 여러 대륙을 침략하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이 세계를 휩쓰는 동안 유럽을 비롯한 많은 서구 국가의 작가들-소위 지식인으로 분류되거나 자처한-은 대부분 문학적 망명을 택했다. 그들은 어떻든 자기의 근거인 조국과 맞닥뜨려 모순과 회의를 깨뜨리기보다 경계에서, 제3의 지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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