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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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제멜바이스 / Y 교수와의 인터뷰』가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13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작가이기 이전에 의학도였던 셀린의 의학 박사 학위논문이면서 일종의 소설로 읽히는, 즉 작가 셀린의 씨앗을 엿볼 수 있는 『제멜바이스』와 셀린 전작의 전환점이라 할 소설 『Y 교수와의 인터뷰』를 함께 묶어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미리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뒤이은 부록 「기갑부대 데투슈 병사의 수첩」은 열여덟 살 젋은 시절 병사로서 전쟁을 마주했던 셀린의 내면을 보여주고, 연이어 실린 「졸라에게 바치는 헌사」는 『Y 교수와의 인터뷰』와 더불어 중후기 작품들의 면모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워크룸 프레스에서는 이번 셀린 작품 출간을 시작으로 셀린의 초기 대표작인『밤 끝으로의 여행』과『외상 죽음』, 후기 대표작이자 독일 3부작으로 알려진『성에서 성으로』, 『북쪽』, 『리고동』을 선집으로 구성해 2018년부터 루이페르디낭 셀린 연구자 김예령의 번역으로 펴낼 예정이다. 의사 데투슈가 택한 의사 제멜바이스 셀린은 의사였다. 즉 루이페르디낭 '셀린'은 마흔 즈음까지 파리와 그 외곽 지역을 오가며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보건의로 일했던 의사 루이페르디낭 '데투슈'가 필명으로 택했던 이름이었다. 서른 살의 의학도 데투슈는 의학 박사 학위논문의 대상으로 '이그나즈 필리프 제멜바이스'라는, 헝가리의 위대한 의학자이자 소독법의 창시자를 택한다. 그리고 논문을 쓴다-"서사시풍의 문체"로. 제멜바이스는 어떤 인물이었나? 1818년 7월 1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식료품상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제멜바이스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 법학을 공부하던 어느 날 체코 출신 의학자 스코다의 강의를 듣고서 그의 제자가 되고, 한편 또 다른 스승 로키탄스키를 만나 과학적 방법론에 눈뜬다. 당대 최고의 의학자였던 두 인물에게서 배우게 된 제멜바이스의 세상은 파스퇴르 이전의 시대였고, 그리하여 당시 시행되던 외과 수술은 평균 열에 아홉 이상이 사망이나 사망에 준하는 감염으로 치닫곤 했다. "여기서 실행되는 모든 일이 내게는 참으로 무용하게 보이는 것이, 환자들의 사망이 버젓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경우, 동일한 질병 사례임에도 어째서 어떤 환자는 그렇지 않은데 다른 환자는 견디지 못하고 죽는 것인지 그 원인을 진정으로 알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그저 수술만 계속하고 있다."(본문 69~70쪽) 제멜바이스는 외과 교수로 임명되지만 공석이 나지 않는 바람에 분만 쪽으로 눈을 돌려 산부인과 박사가 되고, 이후 빈 종합 시료원에서 의사 클린(=클라인)을 도와 일하게 된다. 그리고 출산 후 무참히 죽어 나가는 임산부들의 사망률과 관련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임산부들이 불안스럽게 털어놓는 말을 듣고 제멜바이스가 알게 된 사실은, 바르츠의 병동에서 산욕열의 발병 위험이 상당히 컸다 한다면 클린의 병동에서는 심지어 어느 기간 동안 사망 위험이 확실성의 수준에 육박했다는 점이었다. 도시 사는 여자들 가운데에서 흔한 일이 되고 만 이 통계자료가 제멜바이스에게는 진실을 향한 출발점이 되었다."(본문 74~75쪽) 고군분투 끝에 제멜바이스는 수술 전 염화칼슘액으로 손을 소독하면 된다는, 지금으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에 도달하지만, 그의 시대는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살인자들! 내가 산욕열을 피하기 위해 처방한 규칙들에 반대하여 들고일어나는 모든 이들을 나는 그렇게 부른다."(본문 123쪽) 결국 제멜바이스는 정신이상의 상태에서 흡수열 및 농혈증까지 겹쳐 생을 마감한다. 번뜩이는 직관으로 소독법을 발견해 임산부들의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춘 역사적인 인물이었지만 모나고 거친 성격으로 당대 의학자들의 미움을 샀고 결국 불우한 삶을 산 천재 제멜바이스. 자신의 모습과 닮은 꼴을 찾아내 논문의 대상으로 삼은 듯한 저자는 그 논문을 이렇게 연다. "이것은 제멜바이스의 삶에 관한 참혹한 전기이다." 데투슈 즉 셀린이 드라마틱하게 구현한 제멜바이스의 일생과 그 과업을 둘러싼 시대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덕목을 바라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을, "훨씬 더 죗값이 비싼 것은, 불가피하게도, 선"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작가 셀린의 셀린 인터뷰 『Y 교수와의 인터뷰』. 이것은 셀프 인터뷰라 일컬어도 무방할 소설이다. 셀린은 Y 교수라는 인물을 내세워 자기 자신을 인터뷰한다. 왜? "『밤 끝으로의 여행』과 『외상 죽음』으로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한 셀린은 반유태주의에 바탕을 둔 평화주의 옹호, 독일과의 협력 필요성 역설 등 민감한 내용을 담은 정치적 팸플릿을 발표했고, 결국 덴마크에서 옥고를 치른다. 『Y 교수와의 인터뷰』(1955)는 그가 프랑스로 귀국한 후 작가로서 다시 자리 잡기 위해 벌인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에 대하여」 중에서, 옮긴이 옮긴이의 지적대로, 셀린을 읽은 사람들은 대개 첫 두 소설(『밤 끝으로의 여행』과 『외상 죽음』)을 읽은 사람들이다. 즉 셀린 작품에 대한 그간의 이해는 대부분 이 두 초기작에 머물러왔다. 셀린 전작(全作)의 중심에 놓인 『Y 교수와의 인터뷰』는 초기 대표작들을 지나 중기에서 말년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 세계의 변화를 헤아릴 수 있도록 돕는 소품이자, 작가 셀린을 이루는 원형적 요소들이 여기저기서 돌출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작가 생활 중반에 정치적 이유로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셀린은 수년 후 작품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 전환점으로, 자신을 인터뷰하는 취지의 대화체 소설 형식을 택한다. "세상에 아직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고 자신의 미학을 설파하려는 목적에서, 말하자면 좋든 싫든 자기 광고 격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작가 셀린의 전환점으로 기능하는 소설 『Y 교수와의 인터뷰』를 읽는 두 가지 열쇳말은 "웃음"과 "정동(情動, ?motion)"이다. 셀린은 이 작품에서 우선 "웃음" 즉 "뷔를레스크 전통을 잇는 세태 풍자와 야유, 비속성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우선 우리는 『밤 끝으로의 여행』의 강렬한 비극성을 넘어선 경지의 "웃음"을, 그 "웃는 언어의 에토스"를 만끽할 수 있다. "웃음이 생명의 가열찬 자기 표명이자 그 자체로 저항이라는 얘길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밑으로 떨어지면서, 죽음과 맞대면하면서 웃는다."(「이 책에 대하여」 중에서, 옮긴이) "저는 죽음의 경계의 그로테스크 속에서만 즐깁니다. 나머지 모든 것은 제게 헛됩니다."(루이페르디낭 셀린) 『Y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금의 대한민국 출판계에 견주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당시 프랑스 서점가의 심각한 불황과 이를 초래한 주범인 출판계와 독자들의 행태를 비아냥거리며 시작해, 이상하게 여겨지다 못해 기어코 낄낄거리게끔 하는 행동을 취하는 Y 교수와 셀린의 필연적으로 실패로 치닫는 인터뷰 전개 와중에, 셀린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문학관으로 향한다. 작가로서 셀린은 "메마를 대로 메마른 문어(文語)" 속에서 "구어(口語)의 생생한 정동"을 되찾고자 하며, 이 '인터뷰'는 결국 이러한 셀린의 "정동"을 구현하며 진행되는 셈이다. "감정(sentiment)이나 감상에 맞서는 자신의 무기로서 셀린은 '정동(情動, ?motion)'을 내세운다. 낭만적이고 달콤하며 소비사회의 대중 영합적인 예술 태도가 추구하는 것이 각종 '과잉 감정'(사랑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의 양산이라면, 그 자신의 경우처럼 안온한 삶과 손쉬운 행복의 약속으로부터 등 돌려 '죽음에 대한 상상력'을 펼치는 운 없는 예술가는 세간의 몰이해와 저주, 개인적 불행을 감수하면서 정동의 생산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셀린에게 '정동(?motion)'은 언어의 움직임(motion)에 대한 감각(정서)이다." ―본문 171쪽, 옮긴이 그러므로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13권, 『제멜바이스 / Y 교수와의 인터뷰』는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의사 데투슈로서의 면모와 작가 셀린의 문체론을 모두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