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와 반문화
크리스티안 생-장-폴랭 · History
307p

프랑스의 문화 연구자 크리스티안 생-장-폴랭의 저서.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진 ‘반문화 운동’과 ‘히피즘’의 태동에서 몰락까지, 그리고 그 의의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본 이 책은 자유와 평화, 사랑, 희망이 가득했던 당대의 반문화적 놀이판으로 독자들을 데려다준다. 잃어버린 유토피아를 추억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열정이 가득했던 그 시절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히피와 반문화』는 지금 이 힘겨운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가 진정 돌이켜봐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자세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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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섭
4.0
2020.11.15
페리클레스
3.5
1️⃣ pp.81~83 1967년에서 1968년에 걸쳐 헤이트-애슈베리의 실험이 점차 붕괴되는데, 여기에는 애초에 히피들이 자초한 미디어화가 너무 과도해진 탓도 있었다. 히피들은 뒤늦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숙식 문제라는 난제가 발생하고 발전이 힘들어졌다고 후회했다. 비약적인 인구증가는 "선임자들"의 개인적 자유에 대한 방해물로 작용했다. 탄생 당시부터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던 히피 운동은 이처럼 과대 포장된 광고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드디어 모험을 찾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범생이' 사회의 관광객들까지 밀려들게 되었다. 1967년 봄, 그레이라인 Gray Line 버스 회사는 헤이트 구역을 통과하는 투어 상품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관광객들은 맨발에 이국적인 옷을 입고 몽상 중이거나 마약을 피우고 있는, 미국 문명의 주변에서 살기로 결심한 현대의 원시 부족 젊은이들의 이상야릇한 행동을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관광객들은 마치 동물원에서 새로 들어온 종들 비슷하게 그들을 관찰했다. 히피들도 처음에는 그들 나름으로 방문객들의 호기심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히피들은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에게 거울을 비추면서 그들이 놀라워 하는 광경 자체가 볼거리라는 걸 알려준다. 관광버스 회사는 곧 투어 횟수를 하루에 두 번으로 늘린다. 이런 미디어화가 그 구역의 쇠퇴를 부채질하는 한편, 이웃 사랑의 의무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폭력이 빈발하기 시작한다. 1966년과 1967년의 발전 이후 헤이트-애슈베리는 엄청난 타락을 겪었다. 도둑이 들끓는 위험한 장소가 되며 헤로인과 같은 심각한 마약의 거래가 점점 더 성행하고 소매치기와 불량배가 눈에 띄게 많아진 데다가 살인 사건까지 발생한다. 한동안 그룹 '피터, 폴 앤 메리 Peter, Paul, and Mary'를 위해 일하다가 1966년부터 LSD를 팔기 시작한 어느 젊은이는 몇 달 후 살해되었을 때 수만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악마 숭배 의식과 같은 극단적인 행위도 나타났다. 1967년 1월에는 악마주의자들의 결혼식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거행되었고, 같은 해 가을 히피들은 영국인 악마주의자 알레이스터 크롤리 Aleister Crowley 를 기념하는 의식을 한다. '루시퍼의 형제 Brotherhood of Lucifer'라는 종교 단체가 조직한 악마주의 의식은 별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반문화의 극단적 파생문화의 사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왕년에 히피였던 찰스 맨션 Charles Manson은 이런 종류의 의식에 이끌려 1969년 8월 샤론 테이트 Sharon Tate를 비롯, 모두 다섯 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사태는 결국 격렬한 충돌로 이어졌다. 1967년 7월과 1968년 2월에 경찰과 '거리의 사람들 street people'이 부딪치는 심각한 소요가 발생 한 것이다. 헤이트-애슈베리는 곧 실망을 안겨주는 곳으로 확인되고, 완전한 자유를 향한 꿈은 비열해진 현실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끝내 히피의 철학은 물질적인 어려움 너머에 있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손상당하고 만다. 2️⃣ pp.83~87 히피와 반체제 좌파의 관계는 기대했던 것보다 덜 긴밀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의 히피들은 버클리를 비롯한 대학 캠퍼스의 정치적 반체제주의와 많은 접촉을 해왔으며 그들 언론이 주장한 것처럼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 모두가 합하여 반문화 운동의 전체를 이룬 것은 맞다. 신문을 보면 흑인 인권 투쟁, 베트남 전쟁, 헐벗은 사람들에게 부를 재분배하는 일에 관한 기사들이 성생활에 관한 기사나 마리화나, LSD를 수색하기 위한 경찰의 기습에 관한 기사와 나란히 등장한다. 또 '정치적 활동가들'과 마찬가지로 히피들도 반공 이데올로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전투적인 운동권 진영은 히피들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들은 한때 히피들을 잠재적인 동지로 보았고, 수만 명의 히피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헤이트-에슈베리의 젊은이들은 버클리의 젊은이들보다 시위 참가에 덜 열성적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정치적 투쟁과 혁명을 향한 열망에 거리를 두며, 그들이 속한 유토피아적 공동체는 히피들을 사회개혁에 나서도록 이끌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염원하던 타인과의 연대는 실현되기 힘든 것으로 드러난다. 행동은 없고 너무나 말만 앞세웠던 셈이다. 히피와 인디언 공동체, 그리고 흑인 공동체와의 접촉은 피상적인 데가 많았고 별로 우정 어린 것도 아니었다. 히피들이 인디언들과 가까워지기를 원했던 반면, 인디언들은 히피들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4만 명 이상의 인디언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1967년 가을에 골든게이트 파크 한가운데 있는 스피드웨이 메도우 Speedway Meadow에서 열린 '파우-와우-pow-wow' 행사가 실패한 것이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시위의 목표는 '미국 원주민들, 즉 인디언과 히피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는데, 정작 모인 사람이 몇 백 명밖에 되지 않아 만남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같은 해 6월, 히피들이 '호피족 인디언 Hopis Indian'이 참여한 가운데 그랜드캐니언에서 축제를 열고자 했으나 '미국 원주민들'은 백인들이 자기 성역에 침입하여 공공연히 애정행각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히피들은 몰이해에 부딪혔다. 한창 후인 1969년에 타오스 Taos를 침범한 수많은 젊은이들 역시 기대와는 달리 이 지역 부족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했다. 결국 히피들은 마음속에 있던 인디언들에 대한 이미지가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히피들은 미국 사회의 거부 세력인 자신들이 '미국 원주민들'의 특별한 말상대가 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면서 그들과 가까워지려 했다. 히피들은 자연을 벗삼아 살면서 환각물질을 사용하는 인디언 문명에 이끌렸다. 히피들은 그들과 접촉하면 해방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인디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피상적이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화려한 빛깔의 옷과 진주 목걸이를 걸치는 데 그치고 만 것이다. 히피와 흑인과의 관계는 인디언과의 그것보다 훨씬 긴장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관한 히피들의 증언이 모순적일 때가 많아 정확한 사실을 알기는 힘들다. 헬렌 S. 페리 Helen S. Perry에게 있어 버클리 사건과 헤이트-애슈베리의 생활은 백인 젊은이들로 하여금 "압제 oppression"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는데, 흑인들처럼 그들 역시 야만스런 경찰의 희생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에 의하면 경제적으로 불리한 계층의 흑인들은 미국 사회를 고발하는 반항적인 젊은이들과 대체로 공감하며, 헤이트-애슈베리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려 하는 두 공동체가 만나는 장소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곧 <버클리 바브>에 실린 기사로 인해 널리 퍼진 적대감에 직면하게 된다. <버클리 바브>의 체스터 앤더슨(Chester Anderson은 1967년에 쓴 어느 기사에서 히피 공동체와 흑인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다루면서 헤이트-애슈베리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고발했다. "헤이트-애슈베리는 내가 처음 본 인종차별적 보헤미안의 땅이다!" 그는 이렇게 외친 다음 흑인들이 히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인다. 그는 재즈, 로큰롤, 특별한 약물의 사용 등을 생각하면 흑인들이 히피의 정신적 아버지인 만큼 이런 상황은 더욱 유감이라고 개탄한다. 이 기사가 나간 다음 주에 『버클리 바브』는 "히피/흑인 논쟁 Hpi-Spade Debute"이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다시 다뤘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확실히 히피 보헤미안들은 흑인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데, 이러한 현상이 의식적이건 아니건 히피들 쪽에서의 거부를 나타낸다고 볼 것인가, 아니면 단지 서로 관심의 초점이 결국 너무 다르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것인가를 되물었다. 어쨌든 기자는 새로운 보헤미안 집단이 대부분 백인 마약 상용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 것은 앤더슨이 옳았다고 평가한다. 그는 비중 있는 흑인 공동체와 너무나 가까이 있는 구역에서 히피들이 새로운 생활양식을 도입하며 등장한 까닭에 이듬해 여름에는 인종 문제가 불거질지 모른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시인한다. 같은 호에서 한 독자는 상당히 비슷한 표현으로 상황을 분석한다. 상투적인 말들을 제쳐놓고 보면 이 두 집단은 서로 이해하기는커녕 증오하며, 사회적, 인종적 장벽은 굳건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들이 압제에 신음하고 있으며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하나의 공동체로 융합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흑인과 히피에게 투쟁이라는 말의 뜻은 달랐다. 모두들 자유를 위해 싸우자고 잘도 선언하지만, 두 집단에게 자유는 같은 뜻이 아니었다. 흑인들의 자유가 백인 중산층의 안정된 삶에 접근하고 미국 사회에 제대로 통합되는 것을 뜻한다면, 허피들의 그것은 자기들을 배출한 그 생활 환경을 거부하고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이 겪는 가난과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자발적 가난 속에서 온갖 행태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확인된 증오는 정치적 대립을 문화적인 차원에서 반영할 뿐이었다. 3️⃣ pp.137~140 풍속의 혁명은 성적 노예 상태나 사디즘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문화가 여성의 해방 자체를 위해 투쟁한다고 믿는 것은 잘못일지도 모른다. 성 혁명에 의해 여성이 의도한 대로 자기 성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 본질적 기능은 남성들이 창녀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고도 성적 환상을 실현시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미 말한 대로 언더그라운드 언론은 여성의 특징을 성적인 노예로 묘사한다. 1968년 10월 18일자 <버클리 바브> 1면에 실린 그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바퀴에 매달린 벌거벗은 젊은 여자는 익시온 Ixion¹의 형벌을 연상시킨다. 손목과 발목에 쇠사슬을 찾을 뿐만 아니라 목에도 애완동물처럼 고리를 찼다. 버리는 뒤로 젖혀져 있고 머리카락은 바퀴 위에 흩어져 있다. 그녀는 욕정을 위해 제공되어 있는 것이다. 반체제 언론은 수익이 발생할 경우 이런 종류의 노예 상태를 아주 쉽게 수용한다. 성 해방을 가장하여 그들은 무엇보다도 지배적인 본능을 만족시키려 든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운동들이 미국의 파시스트적 경향이라 할 만한 것들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기는 했지만 심지어 나치 소장품에서 발견된 것으로 잘못 알려진 에로틱한 예술 작품들의 복제품 광고까지 잡지에 실은 일이었다. 1968년 『에보』의 미술 작품 리뷰란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노획한 나치 에로티카 컬렉션." 그 소장품은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은 율리우스 슈트라이터 Julius Streicher 라는 나치 사령관의 소장품으로 추정된다. 문제의 소장품들 중에는 렘브란트 Harmenszoon van Rijn Rembrandt의 <부인과 사랑을 나누는 자화상>과 프라고나르 Jean Honore Fragonard의 <두 레즈비언> 등이 들어 있다고 되어 있다. 작품당 5달러밖에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애호가들은 나치 제국의 인물과 에로틱한 몽상을 공유하고 나아가 스스로의 사디스트적인 본능을 일깨우기 위해 이 복제품들을 주문할지도 모를 일이다. 반문화에서 점진적으로 인정된 포르노에 대한 취향은 쾌락의 추구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혁명적인 태도와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게릴라 Guerrilla> 지에 말레이 로이 초두리 Malay Roy Choudhury가 기고한 <외설의 옹호 In Defense of Obscenity>라는 기사만 봐도 그렇다. 작가는 자기가 외설에 우호적이라고 밝히면서 외설에 대한 선입관은 '사악한 기존 부르주아들'이 혜택받지 못한 계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만들어낸 인공적인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외설은 민중 계층으로부터의 문화적 침입을 꺼리는 부르주아의 선입관일 뿐이다. 그는 이 기사에서 부르주아는 파시스트이거나 공산주의자, 반동주의자일 수는 있지만, 결코 인간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작가의 시각에서는 전통적인 도덕이 순전히 부르주아의 산물인 반면, 미세한 부분까지 묘사된 육체와 그것을 표현하는 외설은 민중문화의 일부를 이룬다. 초두리의 관점은 전통적인 좌파 주변부의 독특한 사고방식이며 운동의 내부에서 단기 혁명 완수를 목표로 넓은 의미의 문화혁명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대표한다. 틀림없이 블랙팬서당 같은 단체와 일부 마오주의자들은 도덕성을 강조하고 마약을 거부하지만, 초두리 같은 사고가 운동 내부에 널리 퍼져 있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반문화는 바로 이런 각도에서 성 혁명을 탄생시킨 것이다. 피임과 낙태를 통해 여성의 행동에 도입된 변화는, 뜻깊기는 해도, 남녀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전통적인 도덕의 거부와 육체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보여준다. 여성들은 그 현대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남자 동료들이 주도해서 만든 집단의 내부에서 주로 수동적인 채로 남아 있었고 아주 미미한 돌발 사건에도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스 스펙은 히피에 관한 저서인 <새로운 가족>²에서, 일상생활에서 여성의 실제적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오히려 히피의 여성성이 퇴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여자아이들은 보통 자기 파트너에게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모든 요구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해방은 커녕, 여성들은 자기 어머니 세대보다 더 수동적이며 남자들에게 순종적이고 자율성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본다.³ 그는 젊은이들의 반항이 실제적이기보다는 표면적이라고 결론짓는다. 다른 관찰자들도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해방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히피 여성들은 요리하고 집안일을 돌보는 경우가 훨씬 많은 데다가 일부러 남자 뒷전에 선다. 따라서 히피 사회는 자신이 저항하는 사회보다 성적 평등과 더 거리가 먼 사회였을 수도 있다. ¹ 헤라를 유혹하다 들켜 제우스로부터 지옥에서 영원히 불타며 돌아가는 바퀴에 매달리는 형벌을 받은 테살리아의 영웅. ² Ross Speck, The New Families, Youth, Communes and the Politics of Drugs, New York: Basic, 1972. ³ 같은 책, p. 110. 4️⃣ p.175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테크놀로지의 대격변이 야기한 혼란 속에서 어른들이 예전의 권위를 일부 상실하게 되고, 젊은이들은 정체성을 찾기 어렵게 된 것도 세대 갈등의 한 이유다. 세대 간의 문제는 개인적인 수준에서 전통적인 가족 구성의 모델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젊은이들은 마치 늙어가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노동과 물질적 풍요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미국 사회는 이 대목에서 근본적으로 헷갈리게 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소비 사회가 출현한다. 경제적 풍요와의 관련성을 고려하면 상습적인 집단 마약 복용이라는 현상 역시 이 새로운 여가사회의 한 변형을 이룬다. 급기야 젊은 마약 상용자들은 모순의 그물에 걸리고 만다. 그들은 과학과 기술에 저항하지만 실험실에서 조제된 약품을 소비한다. 자본주의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면서도 마약 산업으로 큰돈을 번다. 개인주의자들이면서도 집단적으로 은둔한다. 미국 사회의 제약들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고민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전제정치를 옹호하며, 그러는 한편 자발적 평화주의를 강조한다. 게다가 마약은 다른 사람들을 향한, 그보다도 오히려 자기 자신을 향한 폭력의 문제를 분명히 제기한다. 본능적인 공격성을 노동을 통해 순화시킬 수 없었던 젊은이들은 자기가 그나마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그 육체를 향해 공격을 가한다. 삶을 사랑하고, 관능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기를 갈망하면서도, 광기와 죽음에 가까워지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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