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중용』은 웅장한 자연의 세계와 위대한 인문의 세계, 미묘한 형이상과 생생한 현실을 종횡으로 오가며 동시에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한의 시공간을 오가면도 현재를 놓지 않으며, 높은 곳을 지향하면서도 일상성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대립하는 것 같은 양 극단을 붙들어 하나로 묶어 내고 있는데, 그것은 『중용』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진실[성(誠)]’입니다.”(본문 7쪽)
우리는 위의 인용문 가운데서 저자가 생각하는 <중용>의 핵심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중용>의 고원한 형이상학적 원리를 설명하거나 복잡한 문헌적 근거를 밝히는 데 치중하고 있지 않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가장 중요하게 노력을 기울이는 곳은 인용문에서 언급한 ‘현재’와 ‘일상성’을 밝히는 데에 있다. <중용>의 ‘무한’하고 ‘높은’ 형이상학적 의미는 ‘현재’와 ‘일상성’을 결코 벗어나 있지 않는다. 이러한 ‘무한과 현재’, ‘높은 곳과 일상성’의 결합이야말로 바로 ‘진실[성(誠)]’이라는 <중용>의 근본적인 의미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재’와 ‘일상성’ 즉, ‘진실[성(誠)]’이 머무는 장소를 우리들의 ‘관계’와 ‘감정’에서 찾는다. 그리고 ‘현재’와 ‘일상성’ 속에서 생겨나는 ‘관계’에 대해 ‘거리-낌’와 ‘어울임’과 같은 저자만의 독특한 해석 방식을 활용하여 깊이 있게 이해해 나가고자 한다. 그래서 ‘관계’의 문제는 ‘소통’의 문제와도 연결되고,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감정’의 문제와 연결된다. 중용에서 등장하는 ‘운명’의 문제, ‘홀로 있을 때를 삼가함’의 문제, ‘우환’, ‘용기’, ‘부부 관계’, ‘가정’, ‘효도’, ‘정치’ 등등의 문제들은 모두 ‘감정’의 지혜로운 조절 문제로서 하나로 일관된다. 이러한 적절한 감정의 발휘라는 저자의 일관된 관점을 통해서 <중용>의 근본정신인 ‘시중(時中: 때에 적절함)’과 ‘진실[성(誠)]’ 의미가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의미로 밝혀진다.
‘중용(中庸)’은 우리가 따라야 할 어떤 절대적으로 정해진 보편적인 원리가 아니다. 그리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형식적으로 규정된 규칙 또한 아니다. 오히려 변화무쌍한 일상의 복잡한 삶 가운데서 항상 그때그때의 상황에 가장 적절한 지점을 찾는 지혜로운 삶의 태도이다. 저자가 <중용>을 ‘감정’의 원리로서 해석한 것은 ‘중용(中庸)’을 일률적으로 형식적인 보편성을 가진 도덕으로 이해하는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매우 적절한 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편성은 형식적이고 절대적인 보편성이 아니라 바로 ‘감정적 보편성’이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가운데서 끊임없이 완성을 향해 ‘진실[성(誠)]’하게 갈고 닦아 나가야 하는 원리임이 잘 드러난다. 이러한 지혜로운 ‘감정의 원리’야말로 <중용>이 말하는 ‘시중(時中)’의 원리를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핵심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중용>은 이성 우위의 서양의 전통 윤리학과는 달리 이성과 감정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원리로서 올바르게 자리매김된다. 나아가 <중용>은 하나의 감정의 원리로서 도덕 원칙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화해시키는 원리로 이해된다.
이렇게 저자는 <중용>을 구체적인 감정의 원리로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본문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구체적인 삶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문제를 사례로 들어 ‘중용(中庸)’의 원리를 적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은 <중용>의 각 장마다 등장하는 사례들에서 저자가 중용의 원리를 적용하는 방식들을 생생하게 접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사람 사이의 ‘관계’의 차원을 강조하므로, 이러한 구체적인 적용 방식을 다시 독자들 각자의 삶 속에서 친숙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단지 <중용>의 내용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삶의 문제에 대한 실천적인 지침서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하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