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이광호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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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본다'라는 소박하지만 또렷한 목적 아래 매일같이 예술로 사는 작가들의 매일 같은 발걸음을 좇아보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걸어본다' 시리즈 첫번째 책.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현재 그의 생활의 터전이기도 한 '용산구'를 테마로 걷고 보고 쓰면서 발끝으로 관통해낸 이야기로, '용산에서의 독백'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용산구'를 크게 서쪽과 동쪽과 남쪽으로 나누어 각각에 위치한 동네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식이다. 1부는 '오래된 망각'이라는 제목 아래 삼각지, 효창공원, 청파동, 용산전자상가, 용산역, 서부이촌동을, 2부는 '나누어진 인공낙원'이라는 제목 아래 삼각지 화랑거리, 전쟁기념관, 녹사평역, 해방촌, 이태원, 후커 힐, 남산을 다룬다. 마지막 3부는 '침묵의 상속자들'이라는 제목 아래 한남동, 동부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남일당 터를 다루고 있다. 각 부를 여는 앞 장마다 각 부별로 전개되는 산책 코스를 담은 지도 또한 빼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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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preface 얼굴 없는 산책의 흔적 prologue 모든 장소는 시간의 이름이다 1부 오래된 망각 입체교차로가 있던 자리_삼각지 기억의 전쟁터_효창공원 몇 세기 전의 폐허_청파동 세운상가의 은밀한 그림자_용산전자상가 붉은빛의 가설무대_용산역 철교로 가는 고양이의 시간_서부이촌동 2부 나누어진 인공낙원 모작의 풍경들_삼각지 화랑거리 가장 비극적이거나 가장 희극적인_전쟁기념관 비현실적인 기다림_녹사평역 단기 체류의 저녁연기_해방촌 주의력이 없는 도시_이태원 무한으로 진입하는 밤_후커 힐 사람과 시간 사이의 신호_남산 3부 침묵의 상속자들 닿을 수 없는 언덕_한남동 용산의 옆얼굴_동부이촌동 순결할 수 없는 침묵_국립중앙박물관 식민지의 마지막 장면_남일당 터 epilogue 다른 기다림이 찾아온다 thumnail 용산에서의 독백

Description

난다의 새 시리즈 '걸어본다' 첫 책!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걷고, 보고, 쓴, 용산!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에서 새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걸어본다’라는 소박하지만 또렷한 목적 아래 매일같이 예술로 사는 작가들의 매일 같은 발걸음을 좇아보자 하는 의도로 시도되는 기획이지요. 예술가들에게 산책이란 곧 사유로 이어집니다. 사유는 곧 거리두기를 보태 예술이라는 무한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지요.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 아니라 바야흐로 산책. 지금껏 우리는 왜 그토록 먼 데로만, 거창한 데로만 자주 시선을 돌리고 몸을 혹사시켜왔던 걸까요. 어디로 가서 무엇을 봐야 하나요? 시작은 이 말미에 붙은 물음표 하나에서 기인했습니다. 낯선 도시에 이끌려 트렁크를 들고 내렸는데 관광지의 천편일률적인 코스가 싫어 숙소 한구석에 차렷하고 손 든 옷걸이처럼 처박혀 있다가 다시금 발 돌리기를 두어 차례 경험하고 나니 그 순간마다 ‘책’의 어떤 필요성에 간절히 기대게 됐던 겁니다. 우리들 저마다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고, 저마다의 사는 ‘동네’에 관한 이야기는 또 어떻고요. 의구심을 가지며 한 지역 한 지역 적어나가니 용케도 우리나라 곳곳에, 나아가 세계 곳곳에 사는 우리 작가들이 랜드 마크처럼 솟아올랐습니다. 최소한 그들은 명품 쇼핑 알차게 하는 요령 따위에 제 산책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을 테지요. 최대한 그들은 자신들의 예술 세계에 깊이 투영될 수 있는 보다 존재론적인 고민 속에 하늘과 땅을 제 속내의 쿠션으로 활용해왔을 테지요. 그래서 작가들에게 이렇게 묻게 된 겁니다. 아무리 ‘걷고’ 또 ‘봐도’ 지치지 않는, 당신만의 ‘그곳’은 어디인가요? 이와 같은 취지 속에 완성이 된 그 첫 권이 여기 놓여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현재 그의 생활의 터전이기도 한 ‘용산구’를 테마로 걷고 보고 쓰면서 발끝으로 관통해낸 이야기. ‘용산에서의 독백’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입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용산구’를 크게 서쪽과 동쪽과 남쪽으로 나누어 각각에 위치한 동네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식이지요. 1부는 ‘오래된 망각’이라는 제목 아래 삼각지, 효창공원, 청파동, 용산전자상가, 용산역, 서부이촌동을, 2부는 ‘나누어진 인공낙원’이라는 제목 아래 삼각지 화랑거리, 전쟁기념관, 녹사평역, 해방촌, 이태원, 후커 힐, 남산을, 3부는 ‘침묵의 상속자들’이라는 제목 아래 한남동, 동부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남일당 터를 다루고 있지요. 각 부를 여는 앞 장마다 각 부별로 전개되는 산책 코스를 담은 지도 또한 빼먹지 않았습니다. “친절한 여행 안내서도 아니고 글쓴이의 얼굴이 오롯이 드러나는 수필도 아니며 소설이나 시라는 이름의 문학은 더더욱” 아니라고 저자는 서문을 빌려 말한 바 있지만, 어쩌면 각각의 줄기가 하나의 다발로 조화를 이룬 결과물이 바로 이 저작이 아닐까 합니다. 때로는 친절하게 여행 안내자로 길을 앞서나가며 주린 배를 채워줄 가게 문을 드르륵 열어주기도 하고(본문 곳곳에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가게의 문패가 걸려 있음), 때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은키시 은콘디>라는 작품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오늘의 자신을 들키기도 하며(p141), 때로는 “하늘에서 죽는 새는 없다는 것, 결국 땅으로 내려와 죽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 알았다. 어린 날 조류의 어떤 깊이도 없는 눈을 두려워하는 것이 그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p137) 라는 시와 같은 문장들을 심심치 않게 흩뿌려놓기도 하니까요. 리움 미술관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위쪽으로 올라가면 시작되는 이 거리는 아랫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다한 상점들이 거의 없고 고요한 골목과 마치 성채 같은 높은 담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 담 안쪽 삶의 실제는 알 수 없지만, 텔레비전의 주말 드라마는 이 담 안의 삶을 끊임없이 전시한다. 이 높은 성채들은 미군 부대의 긴 담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용산이라는 공간을 쪼개고 나누어 고립과 단절의 장소로 만든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어야 하는 슈퍼, 목욕탕, 미용실, 세탁소, 분식점 같은 것들은 이 골목에는 필요하지 않다. 그 대신에 이 골목들에 자주 발견되는 것은 경비 초소나 방범 초소 같은 것들이다. 행인들이 거의 없는 이 거리의 폐쇄성은 번잡한 이태원 거리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공간을 만든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 이 거리를 걸어가보면,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신분이 금방 노출된다. 이 거리는 컵라면이나 맥주를 앞에 놓고 슈퍼 앞에 걸터앉는 일 따위는 벌이지 않는다. -「주의력이 없는 도시-이태원」 부분 목적이 없기에 참으로 자유롭게 이어지던 용산 산책의 기록. 산책자가 산책의 타깃을 ‘이곳’으로 삼고 관심의 촉을 면밀히 겨눴던 배경에는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여전히 복잡다단한 한국에서의 ‘용산’이라는 입지의 호기심이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용산은 애써 지우고 싶은 식민과 이식의 역사와 모욕과 단절의 시간이 폭력적인 개발을 호출하는 기이한 장소이다. 불균등한 시간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면서 일상적 우울과 권태와 뒤섞일 때, 용산의 ‘과도한 산문성’이 만들어진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구성하는 여러 겹의 ‘식민의 시간’이 여전히 현재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면, 참담하고 역동적인 모더니티의 장소로서의 용산은 다시 성찰의 대상이 될 만하다. -「얼굴 없는 산책의 흔적」 부분 우리들에게 용산은 저마다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을까요. 우리는 왜 기차를 타러 용산역에 가는지, 우리는 왜 컴퓨터를 수리하러 용산전자상가에 가는지, 우리는 왜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고자 이태원에 가는지, 우리는 왜 노인들을 찍으러 효창공원에 가는지…… 이 책은 바로 그 ‘왜’라는 물음에 대한 친절한 답변의 노트이기도 합니다. 산책자의 말은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걷는 자가 곁일 때 발을 맞추는 리듬으로의 이른바 독백인 까닭입니다. 지극히 사실적으로 놓인 길과 건물 앞에서 절로 유지되는 객관적 거리감에 제 감상이나 제 추측 따위에 궤변을 늘어놓을 겨를조차 없지요. 그래서 참 맑지만 한편으로 불투명한 뒤끝이 남는 건 걷는다는 행위, 즉 걷는다는 일로 맞닥뜨리게 되는 ‘나’와의 만남이 그리 명쾌하고 흔쾌하지만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 맞부딪침으로 번번이 ‘나’와 대면하는 일은 그러나 끊임없이 나의 허물을 절로 벗겨지게 만들지요. 걸음과 동시에 이뤄지는 탈피. 흘리는 땀만큼 가벼워지는 솜털. 그걸 증명하게 하는 바람. 길 위에서 걷지 않으면 절대로 맞을 수 없는 그 바람이라는 손의 치유. 오늘날 우리가 바라고 우리에게 필요한 책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오감 열기’의 열쇠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지독한 기억은 이 생애가 끝날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지만 반드시 망각의 순간이 도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아름답고 참혹한 얼굴도 마침내 지워지는 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최후의 순간에도 망각은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거한다. ‘너를 잊게 된다는 것’은 ‘네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다. -「다른 기다림이 찾아온다」 부분 짐작하셨겠지만 이 책을 심심치 않게 채운 사진들은 모두 산책자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어떤 대상을 찍기 위한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어떤 대상을 만났을 때 절로 휴대폰을 꺼내 찍었을 즉흥성에 기인하는 바가 큰데 글과 참 묘하게도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겉표지를 펼쳐 그 안을 살피면 산책자의 걸음 동선을 따라 걷기 쉽게 표시한 용산 지도가 한 장 나옵니다.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조성흠 작가가 그린 것으로, 그 역시 용산에 오래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정확성과 전문성에 기인하여 공을 들여보았습니다. 주요한 지하철역과 책 안에 언급되는 지역들은 빠짐없이 표시를 해두었으니 용산 탐방이라도 나설 적에 가방 속에 넣어두시면 요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