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 다시 보기’ 시리즈 세 번째 책인 『한국 미술 다시 보기3: 1990년대-2008년』은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걸친 20여 년의 한국 미술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3권은 연구 방식과 구성 면에서 1, 2권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1권과 2권이 10년 단위의 핵심적인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당대 미술을 조명하는데 반해, 3권은 10년 단위의 체계에서 벗어나 연대기별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창작자/창작물을 비롯한 예술적 산물(특히 대형 미술 이벤트를 포괄한 전시를 비롯해, 출판, 학술행사, 워크숍과 퍼포먼스 및 강연과 같은 유무형의 결과물까지 포함)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을 다룰 때 야기되는 난점, 즉 동시대에 속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미술사적 연구 주제로 편입시키기 어려운 난점을 고려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즉 이 시기 한국 미술의 정체성이 “지역에서 세계로, 형식에서 자율로, 집단에서 개인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는데, … 90년대 미술 현장을 특정 사조나 이념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유”(3권 9쪽)가 바로 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한 배경이기도 하다. 연구 팀은 90년대 이후 미술에 대한 기술(記述)이 특정한 지형도를 만들기보다는, 동시대 미술이 20여 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면서 어떻게 다양한 단면들에 의해 구성 또는 재배치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책의 구성 방식과도 이어지는데, 독자들은 일 년 단위로 분절된 미술 실천을 통해 다른 시대와 사건들이 어떻게 서로 마주치고 맞물리며 유의미한 자장을 일으키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 미술 다시 보기’ 프로젝트:
전후부터 동시대까지의 한국 현대미술을 새롭게 조명하기
‘한국 미술 다시 보기’ 시리즈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한국 현대미술 담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벌여온 학술 사업으로, 미술사학자, 미술평론가, 큐레이터 등 13명의 연구자가 개인 연구 외에도 수십 차례 워크숍과 공개 세미나 및 좌담회 등의 연구 성과를 집적한 출판물이다. 이 시리즈는 전후부터 동시대까지의 한국 현대미술을 크게 세 시기로 나눠 1950년대~70년대까지의 미술을 다루는 1권(『한국 미술 다시 보기1: 1950년대-70년대』), 1980년대 미술을 다루는 2권(『한국 미술 다시 보기2: 1980년대』), 1990년대~2008년까지의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3권(『한국 미술 다시 보기3: 1990년대-2008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미술 다시 보기’ 시리즈는 한국 현대미술의 다종다양한 흐름과 운동을 포괄하기 위해 전후부터 2008년까지의 미술사를 다양한 키워드로 접근하고 있다. 1권의 경우 현대와 전통, 국전과 전위, 추상과 현실, 제도, 냉전, 국제화와 같은 광범위한 키워드가 포괄되어 있으며, 2권에서는 민중미술, 형상미술, 한국화와 수묵운동, 채색화 운동, 여성주의 미술,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키워드가, 3권에서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의 시기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해 각 연도마다의 유의미한 현장 사건과 관련된 주제 및 키워드가 포괄되어 있다.
한국 현대미술 연구를 위한 필수 읽기 목록 집대성
전 3권으로 구성된 ‘한국 미술 다시 보기’ 시리즈 각각의 권에는 각 해당 시기 미술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자들의 서문 에세이, 문헌 자료, 좌담회, 용어 해제, 연표, 도판 등이 그것이다. 연구자들의 서문은 각각의 핵심 키워드와 관련된 문헌 자료 선정의 배경과 이 자료들을 이해하기 위한 지침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새롭게 재조명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각 권에는 ‘한국 미술 다시 보기’ 시리즈에서 연구자들이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인 방대한 분량의 문헌 자료가 한국 현대미술 연구를 위한 필수적인 읽기 목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1권 86편, 2권 95편, 3권 90편, 도합 271편에 이르는 이 자료는 당대의 주요한 미술 담론 공간이었던 전시 도록 및 팸플릿, 신문, 잡지 등에서 엄선한 발췌 문헌들이다. 연구자들의 꼼꼼한 조사와 검토 과정을 거쳐 소개된 이 문헌 자료들은 한국 현대미술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풍부한 단초들을 제공할 것이다. 문헌 자료 외에도 각 권에는 각각 세 편의 긴 좌담회를 수록하고 있다. 이 좌담회는 당대 현장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나 평론가, 큐레이터들을 초청하여 진행한 라운드테이블 성과물로서, 당대 미술에 대한 생생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 시리즈에는 200여 점의 도판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국 현대미술을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