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파올로 소렌티노의 ≪유스≫는 동명으로 개봉한 영화의 원작으로 ‘소설처럼 읽는 시나리오’라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지문과 대사를 소설적 서술 방식으로 기술한 창작 시나리오로 영화 제작 과정 중에 한계와 제약 때문에 포기한 것들도 찾아 읽을 수 있다. 즉, 영화 <유스>의 ‘감독판 정본(manuscript)’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유스≫는 세계적인 지휘자인 ‘프레드 밸린저’에게 영국 특사가 찾아와 <심플송> 연주를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실제로 소렌티노 감독은 영국 여왕으로부터 연주를 부탁받은 지휘자가 거절했다는 실제 사건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파올로 소렌티노가 선사하는 열정과 청춘의 아름다운 앙상블 2016년 1월 한국에서 개봉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 <유스>는 이탈리아의 거장이자 젊은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을 비롯하여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 상영작으로 국내외에 큰 집중을 받았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인생을 영화적 테마로 삼아온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는 전설적인 배우들의 연기와 스위스의 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미,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심플송>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대작의 감동을 이어갈 <유스>의 원작 소설이 본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유스≫는 본북스 이탈리아영화소설(Italian Novel to Film)의 첫 번째 소설이다. ≪유스≫는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쓴 시나리오이자 소설로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섬세한 문체와 묘사, 인물들의 감정이 돋보인다. 특히 인물들의 대화 속 인용 문구들과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이 소설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파올로 소렌티노는 영화에서도, 소설에도 나지막이 말하고 있다. 열정이 있다면, 당신의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젊음과 늙음, 하나의 풍경 터키탕과 사우나의 훈김과 역광에 반사된 다양한 나이대의 나체가 열기와 땀에 젖어 버려진 시체들처럼 보인다. 탄력 있고 윤기 나는 몸들과 퉁퉁하고 둥글둥글한 몸들, 그리고 늙어 축 처진 몸들이 있다. 심신이 윤택한 삶을 위한 수고는 이런 것이다. 이렇게, 어떤 이들은 미래를 이어가려 애쓰고, 또 어떤 이들은 휘청대며 과거의 청춘을 따라가려 한다. _72p 스위스에 자리한 한 호텔을 배경으로 한 소설 ≪유스≫. 이 소설에는 수많은 인물이 모자이크처럼 얽혀 있다. 그리고 이 많은 인물 중에서 중심을 이루는 두 노인의 삶. 오랜 친구인 두 노인은 산으로 이 고급 호텔에서 조용한 휴가를 보낸다.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와 수십 편의 영화를 만든 노장 감독 믹이다. 과거의 명성을 부정하며 무료한 휴가를 보내는 프레드와는 달리 젊은 시나리오 작가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유작을 구상 중인 믹.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비중의 인물들이 교차한다. 히틀러 연기를 위해 사람들을 관찰 중인 젊은 영화배우, 고도비만이지만 여전히 미래를 꿈꾸는 은퇴한 유명 축구선수, 남편에게 버림받은 프레드의 딸 레나,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등산가, 영화배우를 꿈꾸는 미스 유니버스, 반면 이제는 늙어버린 여배우, <심플송>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년 등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작품 속에서 서로에게 의미를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평범하지만 그 누구보다 특별한 사람들의 삶의 단편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심플송>, ‘청춘’을 위한 그 아름다운 연가(戀歌) 이 이야기의 시작은 영국 여왕의 특사가 밸린저를 찾아와 <심플송>을 연주해달라는 요청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은퇴를 선언한 뒤 건강검진과 마사지를 받으며 무료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밸린저는 여왕의 요청을 거절한다. 그는 프랑스에서 보내온 회고록 출판 요청 또한 거절하는 등 삶의 의욕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반면 의욕적으로 작가들과 자신의 유작을 준비하고 있는 믹은 밸린저의 그런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품기도 한다. “이건 유일한 문제를 회피하려는 변명일 뿐이네.” “그 유일한 문제가 뭔데?” “죽음이지, 이 친구야! 목전에 와 있는 죽음.” “그렇게 다가올 죽음만 생각하면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닐 거야.” _117p 즉 한 사람은 과거에 붙잡혀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미래를 꿈꾸고 있다. 노년을 대하는, 죽음을 대하는 두 노인의 다른 태도. 그러나 <심플송>에 숨겨진 밸린저만의 비밀이 있었고, 그 이야기가 점차 밝혀지면서 모든 인물의 감정과 풍경은 극에 다다른다. 제목에서부터 역설적으로 드러나듯이 ≪유스≫는 단순히 젊음과 늙음을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는다. 인물 간의 우정과 사랑, 상실과 미움 등 여러 감정으로 버무려 ≪유스≫, ‘청춘’이라는 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생의 권태와 공허함에 빠져 열정과 의욕을 잃었다면, 다시 사랑에 빠지고, 다시 노래하라고 ≪유스≫는 말한다. 더불어 독자에게 묻고 있다. 노년의 삶에 접어든 독자에게, 이제 막 봉오리가 맺힌 20대 청춘에게. 당신이라면, <심플송>을 연주할 것인가? Italian Novel To Film 소개 출판 원작에서 영화화 소재를 찾고,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다시 출판 원작을 구매하는 산업 간 시너지 효과는 영화 시장의 확장 및 제작비 증가와 함께 날로 높아지는 중이다. 이는 관객과 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며, 출판 산업과 영화 산업의 교류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소설과 영화가 하나의 소스를 갖고 있는 경우 어느 한쪽이 흥행에 성공하면 파급 효과를 갖게 되므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분명 매력 있는 산업 분야다. 이러한 경우가 늘어나면서 영화를 통해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원작 소설을 칭하는 스크린셀러Screensellers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친 용어다. 또한 오늘날 활성화되고 있는 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이탈리아 전문 출판사인 본북스는 ‘Italian Novel To Film’ 시리즈를 출간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문학이 영화화되기 시작한 것은 초기 이탈리아 영화에 단눈치오가 등장한 때부터 네오리얼리즘 시기다. 또한 현대 이탈리아 영화에도 문학이 원전이 되는 영화들이 많다. 이러한 영화화된 이탈리아 소설들을 국내에 번역하여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한다. 2016년 출간을 목표로 진행 중인 네 권의 도서들은 오늘날 주목 받고 있는 감독부터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과 다수의 영화 원전 작가까지다. 『유스』는 올해 개봉된 예술 영화로 각광 받고 있는 저자이자 감독인 파올로 소렌티노의 작품이다. 『어머니』는 이탈리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라지아 델레다의 작품으로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작가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라비아의 파트너였으며, 작가로 유명한 다치아 마라이니가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와 소설을 단순히 비교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시리즈물이 아니라, 영화의 감동이 다시 소설의 감동과 교차하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여 두 분야의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책과 함께_사진집 사진작가 잔니 피오리토의 영화사진집이 영화의 감동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사진작가의 개인적인 해석으로 이루어진 사진이 영화에 대한 또 다른 평론의 역할을 한다. 30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