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본격추리를 융합한
지적인 ‘예술 탐정’ 미스터리!
‘에콜 드 파리’는 제1,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파리를 중심으로 꽃피운 국제적 미술의 일파(一派)를 말한다. 모딜리아니, 샤갈, 수틴, 파스킨 등 화가 구성원 대개가 외국인이고 몽파르나스에 있었던 벌집 같은 연립주택 겸 아틀리에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갈구했다. 어느 한두 가지 미술적 기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이 화파의 화가들은 대부분 비극적인 생애를 보냈다.
도쿄에서 손꼽히는 아카츠키 화랑은 에콜 드 파리 화가들의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그 화가들의 비극적인 삶이 수집가에게도 전염된 것인지 바람이 거센 어느 밤, 화랑 주인 아카츠키 히로유키는 밀실 상태인 자신의 서재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죽음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는 피해자가 남긴 미술 서적 《저주받은 예술가들》. 과연 누가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 것인가?
작가 후카미 레이치로는 일본 고단샤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메피스토 상을 받아 데뷔했다. 주로 예술과 관련된 추리소설을 펴내 주목을 받고 있으며 《토스카의 키스》 《샤갈의 묵시》 등 일련의 ‘예술 탐정’ 시리즈가 있다.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은 화가들의 비극적인 삶과 미스터리를 접목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09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중 9위를 차지했다.
모딜리아니, 수틴 등 에콜 드 파리 화가들의 작품에
마음을 빼앗긴 한 화랑 주인의 수수께끼 같은 죽음!
도쿄에서 손꼽히는 아카츠키 화랑을 운영하던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다. 사체를 발견한 사람은 집사로 가슴팍에는 커다란 군용 단검이 칼자루만 보일 만큼 깊숙이 박혀 있었다. 서재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 역시 방범용 철제 빗장이 단단히 걸려 있었다. 이른바 밀실 상태였다. 더욱 기이한 건 그 유일한 창문의 빗장 위에 피해자의 붉은 피가 흠뻑 묻어 있다는 점이다. 발코니 아래 정원에서 왕복으로 찍힌 발자국 한 쌍도 발견된다.
그 저택은 다이쇼 시대(1912~1926)에 지어진 유서 깊은 서양식 건물로 저택 여기저기에 수많은 명화와 조각들이 놓여 있다. 특히 선대부터 ‘에콜 드 파리’ 화가를 사랑했던 집안답게 그들의 많은 작품들이 걸려 있다. 최소 수 억 원이 나갈 작품들이지만 도난당한 흔적은 없다.
곧 관할서에 수사본부가 세워지고 수사1과 강력범죄 전담 형사들의 수사가 시작된다. 관내에 있던 가족과 집사, 가정부 등 참고인 조사와 시체 부검, 화랑 경영 상태 및 업무상 관계자 조사 등 강도 높게 수사를 진행해가지만 용의자를 좁혀나가지 못한다. 더구나 밀실의 수수께끼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주받은 화가들의 작품이
불가해한 밀실살인사건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이 사건의 전담 형사 운노의 조카가 등장, 운노에게 한 권의 책을 건넨다. 피해자가 살아생전 쓴 책으로 제목은 《저주받은 예술가들》이다. 화집 형식으로 에콜 드 파리 화가들의 인생과 예술의 역설적인 상관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어느 한두 가지 미술적 잣대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비극적인 생애를 살다간 에콜 드 파리의 화가들.
빈궁한 생활 속에서 폐결핵과 골막염을 앓다 서른다섯 젊은 나이에 요절한 모딜리아니. 일설에 따르면, 파리의 화상들이 모딜리아니의 건강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으나 죽은 후에 그림 가격이 뛸 것으로 판단하여 일부러 후원을 끊고 그의 생명이 다 꺼지기를 숨죽이며 지켜봤다고 전해진다.
우상 숭배를 금지한 유대교 계율 때문에 화가의 길을 인정하지 않았던 가족과 인연을 끊은 수틴. 언제나 무일푼이었던 그는 당시 전기도 가스도 없었던 아틀리에 겸 아파트 ‘라 뤼슈’에서도 가장 좁고 더러운 방에서 생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박해를 피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끝내 위궤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뭇사람들이 꺼려하고 혐오할 만한 그림을 평생 그렸다.
뛰어난 재능을 소유했으면서도 사치와 여자를 좋아했던 파스킨은 그 비용을 벌고자 화상이 좋아할 만한 평범한 그림을 엄청나게 찍어냈다. 곧 그는 알코올의존증으로 번졌고 이윽고 여성관계와 창작의 고통 그리고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 45세를 일기로 스스로 인생의 막을 내린다. 개인전시회가 열리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이렇듯 이들 화가들의 삶은 비극으로 끝이 났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후 이들의 작품은 새롭게 평가를 받는다.
책 속의 책의 형태로 삽입된 《저주받은 예술가들》은 일견 단순한 미술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건의 진상과 트릭을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숨겨져 있다. 밀실을 구성하는 놀라운 동기, 관계자의 의표를 찌르는 흉기, 범인의 숨겨진 광기까지 그 모든 것이 그 책 안에 있다.
작가 후카미 레이치로는 본문 279쪽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도전장’을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 또한 밀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풀어보라는 옛 형식을 빌려 독자와의 추리대결을 펼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은 과연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