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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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길에서 죽는 것은 사는 것이고 타인의 길에서 사는 것은 죽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를 완성시킨 마쓰오 바쇼. 그는 속세를 초월해 은둔과 여행으로 평생을 일관했다. 그의 시는 미학적 추구도, 도덕적 교훈도, 언어의 재치도 아니다. 그는 인간 본래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이 근원적으로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가를 한 줄의 시에 담았다.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안락하게 지내기를 포기하고, 순수예술의 험난한 길을 고고하게 걷는 삶을 선택했다. 자신을 따르는 문하생들에게는 ‘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우라’고 말했다. 하이쿠의 완성자 '마쓰오 바쇼' 시인의 언어로 번역된 바쇼의 대표 하이쿠 350편 하이쿠는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이다. 한 줄기 빗방울이 떨어지는 순간만큼 짧지만, 빗물이 큰 파장으로 여운을 남기듯 그 안에 인생과 자연에 대한 깨달음이 강렬하게 함축되어 있다. 400년 전 일본에서 시작된 하이쿠는 세계의 수많은 문인들이 사랑하는 시가 되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워즈워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 릴케,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하이쿠에 깊은 감명을 받아 서구에 하이쿠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끼쳤으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 인도의 타고르 역시 하이쿠 형식의 시를 발표했다. 현재 미국, 캐나다에서 하이쿠 잡지가 발간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는 하이쿠를 교과서에 수록하고 있고, <뉴욕타임스>가 뉴요커를 대상으로 하이쿠를 공모할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마쓰오 바쇼는 <아사히> 신문에서 지난 2000년에 실시한 ‘천년의 일본 문학가’ 투표에서 6위에 올랐다. 『한 줄도 너무 길다』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라는 책으로 국내에 하이쿠를 소개한 류시화 시인은 “마쓰오 바쇼는 일본 문학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이며, 일본인이 좋아하는 문인 다섯 명 안에 드는 시인이다. 열일곱 자로 된 짧은 시로 시문학에 혁명을 일으키고, 해학과 언어유희에 치우치던 시를 예술 차원으로 끌어올린 하이쿠의 완성자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옥타비오 파스는 “바쇼의 하이쿠는 ‘정적의 꽃’이다.”라고 말했다. 바쇼의 하이쿠에 담긴 정서는 일본을 연구하는 외국인들이 깊은 관심을 갖는 소재이다. 그의 동북 지방 여행기 『오쿠노호소미치』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행문이자 외국에 가장 많이 소개된 일본의 고전 문학으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2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바쇼는 인간 존재로서 느끼는 고독과 허무, 깨달음을 하이쿠에 담기 위해 평생을 여행과 시작 활동, 그리고 문하생 양성에 바쳤다. 하이쿠 지도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모든 지위와 명예를 내려놓고, 풀로 지붕을 엮은 방 한 칸짜리 초막인 파초암(바쇼안)에 머물렀으며, 운명을 바람에 맡긴 채 길 위의 방랑을 추구했다. 그가 평생 목표로 한 것은 인생을 탐구하는 여행이자 하이쿠였다. 『바쇼 하이쿠 선집』은 그간 국내에서 드물게 발간되어 온 하이쿠 서적의 주요 저자인 류시화 시인이 공들여 해설을 곁들인 바쇼의 대표 하이쿠 모음집이다. 하이쿠를 소개한 앞선 두 권의 책 『한 줄도 너무 길다』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하이쿠의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마쓰오 바쇼의 작품만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이 선집은 '하이쿠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한' 류시화 시인의 오랜 노력의 결정체로, 바쇼의 삶과 방랑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가 지은 1,100편의 하이쿠 중 대표작 350편을 해설과 함께 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시인의 언어로 번역되고 해석된 하이쿠이기에 더욱 빛이 난다. 바쇼의 하이쿠는 단순하지만 생의 핵심을 곧바로 파고드는, 고독과 우수가 깃든 하이쿠이다. -류시화 시인의 해설 "평이한 언어로 심오한 정신성을 표현한 바쇼는 렌가(두 사람 이상이 번갈아 한 행씩 읊는 시 놀이)의 첫 구인 홋쿠発句를 독립시켜 오늘날 우리가 ‘하이쿠’라고 부르는 차원 높은 문학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또한 그가 쓴 하이쿠적인 산문 하이분俳文은 문학적으로 완벽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공간을 초월해 세계 속 독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또 다른 매력은 그의 삶에 있다.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바쇼는 생애 마지막까지 고독하고 탈속적인 삶을 추구했다. 인기 있는 하이쿠 지도자이자 유명 작가로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스스로 에도-지금의 도쿄-변두리의 풀로 엮은 오두막 생활을 선택했다. 물질주의적 향락과 유희가 지배하던 시대의 흐름을 거부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문학 정신에 다가간 실천적 행동이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발꿈치가 닳도록’ 몇 차례나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보 여행을 떠났다. 빈곤한 생활에 자족하며 삶과 문학에 대한 고뇌의 끈을 놓지 않았으며, 외로움을 하이쿠로 승화시켰다. 바쇼의 하이쿠를 읽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의 최우수작들을 읽는 것이며, 열일곱 자로 묘사된 자연과 인생의 허무를 감상하는 것이고, 방랑 미학의 대표작들을 마음에 품는 일이다. 문하생 교리쿠에게 주는 글에서 바쇼는 “나의 시는 하로동선夏炉冬扇(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처럼 쓸모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하이쿠의 성인’으로 불리는 이는 바쇼 한 사람뿐이다. 사후 3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의 시가 일본인뿐 아니라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진정한 시 세계에 대한 갈구, 인간으로서의 고독과 우수, 여행과 방랑에의 그치지 않는 동경, 뛰어난 문학성 등이 한 인간의 생애와 문학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문학이 그렇듯이 바쇼의 하이쿠는 시대와 장소의 산물이지만 시공간을 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