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 발전국가 시기 한국 현대 건축

박정현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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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발전의 파고 속에서 한국 현대 건축이 남긴 발자취를 추적한다. 이 시기 건축은 때로는 턱없이 부족한 재료와 공법으로 현대 모더니즘 건축을 좇으며, 때로는 과거 기와지붕으로 표상되는 한국성을 강요받으며, 이상과 현실 두 양극을 끊임없이 오갔다. 이 책은 온전한 건축을 상정하고 한국의 사정을 비판하기보다, 지난 세기 한국에서 건축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여러 희미한 흔적들을 통해 거꾸로 건축이 무엇이었는지 살핀다. 무엇보다 이 시기 최대 건축주였던 국가의 존재를 전면에 드러내고, 그 속에서 한국 현대 건축의 생산과 재현을 이야기한다. 이 자취야말로 20세기 한국 현대 건축의 역사를 쓰기 위한 중요한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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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한국 현대 건축은 무엇을 했는가 1장. 예술이 되기를 바란 건축 대한민국미술전람회와 작가라는 자의식 국가재건최고회의와 건축 2장. 중앙정보부, 그리고 문예와 건축 『공간』의 창간과 석정선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와 환경 3장. 신생 독립 공화국의 표상 양식에 대한 불신 정부종합청사 현상 설계 미군 용역 업체와 두 정부청사 4장. 계획의 대상이 된 도시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서울도시기본계획 유토피아적 계획과 도심 재개발 계획의 원형 계획의 합리화와 도구의 부재 88서울올림픽과 강북의 재편 5장. 중대형 설계 사무소의 탄생 작가 대 조직 기술의 분화와 조직 설계의 시작 작가주의와 파트너십 사이 6장. 한국성이라는 성배 문화 헌법과 문화 건축 강요된 지침, 외부 공간과 한국성 포스트모더니즘과 전통의 만남 지붕에서 마당으로 7장. 건축의 자율성을 향하여 동물원 옆 미술관 계곡에 내려간 사찰 대 능선 위에 올라간 성 8장. 국가는 건축의 적인가 국가의 계획과 건축의 이데올로기 부정성의 변증법 호출된 타푸리 부정성의 딜레마 에필로그: 광장에서 규방으로 부록: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건축 부문 역대 수상작 참고 문헌 찾아보기

Description

예술로 편입된 건축 한국에서 건축이 예술의 한 영역을 차지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55년, 제4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에 건축부가 신설되면서부터다. 건축 전공자를 배출한 경험이 있는 학교가 서울대학교뿐이었던 시절, 「건축사법」이 제정되지도 않았던 시절, 이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제4회 국전 출품 작가와 출품작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초대 작가와 추천 작가의 나이 차가 30여 년이었던 동양화 부문과 달리 건축 부문에서 초대 작가 정인국과 추천 작가 강명구는 불과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출품 작가가 자기 작품의 심사를 맡고, 봉은사를 실측해 그린 도면이 수상하는 일도 벌어졌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 자체가 귀했던 시절, ‘건축계’라 불릴 만한 영역이 없던 시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건축이 국전에 편입된 것은 당시 “건축계의 의지와 미술계의 권력 구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지만, 무엇보다 국가가 건축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제1장 「예술이 되기를 바란 건축」은 건축이 국전에 편입된 1955년부터, 독자적인 동력을 갖추고 대한민국건축대전을 열게 된 1982년까지, 건축을 통해 “국가 재건 사업, 더 정확히는 사업의 이미지를 홍보”하길 바랐던 국가와 스스로 예술 장르로 인식되길 바랐던 건축의 얽힘을 다룬다. 『공간』의 창간, 그리고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제2장 「중앙정보부, 그리고 문예와 건축」이 다루는 문제는 좀 더 첨예하다. 지금껏 건축 전문지로서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지위를 차지하는 『공간』과 그 발행인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 김수근을, 그 배후에 드리워진 국가의 그림자와 함께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는 별다른 창간사도 없이 느닷없이 나타난 『공간』의 판권에 발행인으로 기재된 ‘석정선’과 김수근의 관계를 추적한다. 육군사관학교 8기생인 석정선은 김종필과 함께 ‘16인의 하극상’의 주동자로 지목되어 국가 반란 음모죄로 구속된 바 있으며, 이후 중앙정보부 창설을 비롯해 군사 정권에서 벌어진 ‘4대 의혹 사건’ 등에 깊이 연루된 권력의 핵심 인사였다. 한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는 신생 공화국의 공업 시설 입지 선정, 기술 조사 등 급증한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기기 위해 박정희가 설립을 지시한 국영기술 용업 업체로, 김수근이 2대 사장을 지낸 바 있다. 저자는 워커힐 건립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석정선과 김수근 두 사람의 연결 고리를 시작으로 “정부에 제출하는 보고서의 내용이 그대로 잡지의 지면에” 실리곤 했던 『공간』과, 국민 국가 만들기의 첨병이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 관계를 살피며 “국가와 건축가가 서로를 필요로 한 개발주의 시기” 이 동력을 이용해 자신의 영역을 확립해 나간 한국 현대 건축의 자취를 따라간다. 강요받은 한국성, 현실과 이상 사이 한국 현대 건축의 큰 흐름이 결정된 1960년대 중후반은, 동시에 20세기 후반 내내 건축이 마주쳐야 했던 현실의 갈등과 모순이 전면에 드러난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1966년 이뤄진 종합박물관(현 민속박물관) 현상 설계와, 1967년 시행된 정부종합청사 현상 설계 과정을 통해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국 각지의 유명 전통 건축의 요소를 끌어와, 콘크리트로 지붕을 올리라는 지침이 딸린 종합박물관 현상 설계가 강박적인 ‘한국성’에 대한 논의를 대표한다면, 고층 오피스 건물인 정부종합청사에는 한국 현대 건축이 마주쳐야 했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있다. 시대착오적인 지침이라며 건축가들이 현상 설계를 대거 보이콧한 종합박물관은 잘 알려진 대로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는 물론 법주사, 화엄사 등 전통 건물의 각 요소를 결합해 지어졌다. 정부종합청사의 경우, “여섯 자 여덟 자 이상의 유리도, 200kg/cm2 이상의 철근도, 스팬 20m 이상의 프리캐스트•빔도 써” 보지 못했으며 “연면적 5만 6000제곱미터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건설하는 데 동원할 수 있었던 유일한 구조는 스팬 7~8미터의 철근콘크리트 라멘 구조”뿐인 현실에서 한국 건축은 군사 정권이 배출한, 울산 특별건설국장을 지낸 공병감의 공법에 대한 문제 제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종합청사는 현상 설계 당선자였던 건축가 나상진의 설계가 아닌, 미국 설계 회사 PAE(Pacific Architects & Engineers)의 설계로 지어진다. 저자는 3장 「신생 독립 공화국의 표상」과 6장 「한국성이라는 성배」를 통해 전자, 즉 “부여박물관과 종합박물관을 기점으로 1970년대 국립극장, 지방의 국립박물관과 문예회관, 1980년대 독립기념관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성”을 둘러싼 논의를 살피는 한편, 4장 「계획의 대상이 된 도시」, 5장 「중대형 설계 사무소의 탄생」을 통해 개발주의 시기, 즉 기술과 생산이 건축과 표상을 압도하던 시기 건축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과, 그 속에서 건축이 할 수 있었던/없었던 것을 묻는다. 건축의 자율성을 항하여 1980년대까지도 한국에서 국가는 최대의 건축주였을 뿐 아니라, 건축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확인받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어진 개방 정책과,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 포스트모더니즘의 부상 등은 이러한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함께 건축은 처음으로 (권력이나 자본에 잠시 괄호를 치고) 다른 가능성을 묻기 시작한다. 저자는 7장 「건축의 자율성을 향하여」에서 1980년대 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건립 과정을 사례 삼아 이러한 변화를 읽어내고, 8장 「국가는 건축의 적인가」에서 이탈리아 건축 역사학자 만프레도 타푸리가 1980년대 한국에 소개된 맥락을 통해 계획과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국가와 건축의 관계를 살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민주화 운동의 열기와 함께 등장한 청건협(청년건축협의회), 수건협(수도권지역건축학도협의회) 등은 권력과 자본에 맞서 건축의 사회적 실천을 촉구했으나, 거세게 밀려오는 자본의 물결 앞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실천의 방식을 묻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사그라들었다. 「에필로그: 광장에서 규방으로」는, 2000년대 한국 현대 건축을 다룰 저자의 후속 저술을 예고하듯, 1990년대 한국 현대 건축에서 처음으로 건축 바깥이 아닌 내부에서 건축의 의미를 사유하길 요청한 4.3그룹의 등장으로 끝을 맺는다. 한국 현대 건축의 새로운 장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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