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론이 실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20세기 최고의 이론가들인 하버마스와 로티가 벌인 논쟁을 다룬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 김경만 교수가 10년 넘게 하버마스의 이론과 로티철학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거쳐 얻어낸 산물이다. 이 책은 미국과 영국의 권위 있는 사회과학철학 학술지인 Human Studies 와 Theory, Culture & Society 에 실렸던 두 편의 논문에 기초하고 있다. 진리의 성격에 관한 하버마스-로티 논쟁을 통해 실천과 유리된 비판이론의 맹점을 드러내다 이론이 실천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즉 이론의 공적 유용성에 대해 하버마스와 로티가 지난 20년간 벌여 온 논쟁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단지 그들의 논쟁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구 학계에서도 논의가 거의 없었던 지점, 즉 그 둘의 논쟁점이 무엇인지, 이들의 철학적 논쟁이 구체적으로 문화변동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천착한다. 그럼으로써 문화사회학자인 제프리 알렉산더의 문화화용론과 로티의 맥락주의적 철학을 연결시켜, 왜 하버마스 식의 비판이론이 실천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힘을 발휘할 수 없는가를 논증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학화된 로티 철학으로서의 문화화용론이 실제로 어떻게 문화변동을 설명할 수 있는가를, 우리에게 친숙한 ‘효도’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한편 진리의 성격에 관한 하버마스와 로티의 논쟁은 우리나라는 물론 서구에서조차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저자는 하버마스와 로티 간의 매우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주장들이 ‘실제 실천의 맥락’ 혹은 ‘행위의 맥락’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천과 ‘유리된’ 비판이론의 맹점을 드러냈다는 면에서 이 책의 독창성을 찾을 수 있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이론의 핵심, ‘가상 참여 방법론’을 통해 이론가의 역할에 대한 논증 전개 이 책의 앞부분은 마르크스, 루카치, 호르크하이머 그리고 아도르노의 비판이론 전통 안에서 시작한 하버마스가 『지식과 이해관심』에서 프로이트의 심리치료모형을 비판이론의 기초로 수용하고, 이후 이를 수정하고 보편화용론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어떻게 의사소통행위이론에 도달할 수 있었는가를 추적하여 특히 의사소통 행위이론의 핵심이지만 국내는 물론 서구학계에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던 하버마스의 소위 “가상 참여 방법론”(methodology of virtual participation)을 상세하게 논함으로써 이데올로기 비판에서 이론가의 역할에 대한 하버마스의 주장을 정치하게 논증하고 있다. 동시에 저자는 재현주의에 입각한 하버마스의 가상참여 방법론과, 언어를 하나의 적응 도구로 보는 로티의 실용주의 철학을 충돌시킴으로써 왜 실제 실천의 맥락에서는 가상참여 방법론이 하버마스가 상정한 방식대로 작동할 수 없는가를 구체적인 예들을 사용해서 논의한다. 로티, 새로운 언어(어휘)로 생활세계를 새롭게 묘사하는 것이 문화변동의 시발점 언급한 구체적인 사례들은 문화변동은 ‘초문화적인’ 이론적 논증의 합리적 결과로서 논리적으로 연역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데 이는 문화변동이 주어진 문화 내에서 고통 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세계를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언어 혹은 어휘를 통해서 새롭게 묘사함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사회의 결속력을 증진함으로써만이 가능하다는 로티의 주장과 맞물려 있다. 새로운 언어(어휘)를 창출하고 도입함으로써 이전 세대의 사회적·정치적 실천 안에 깊이 녹아들어 있던 고통과 모욕 그리고 차별 등을 줄여 없앨 수 있다는 것이 로티가 이들 사적 철학자에게―만약 철학의 기능을 굳이 얘기해야 한다면―부여하는 최대한의 기능이다. (176쪽) 비판사회과학의 새로운 이정표, 부르디외의 사회학 비판서 출간 예정 아카넷에서 출간된 이 책은 연극학, 공연학, 비판적 민속지를 포함한 ‘연행적 사회과학’에 대한 논의가 첨가되어 『기준 없는 비판: 비판사회이론의 새로운 지평(Criticism without Criteria: New Directions in Critical Social Theory)』이라는 제목으로 영미권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한편 저자는 계급과 문화 연구에 국한되어 온 부르디외의 연구를 과학철학의 관점에서 발전시켜 그의 자연과학철학과 사회과학철학을 대비시키는, 그럼으로써 비판사회과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책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각 장의 내용 이 책의 1장(「현대성과 비판이론」)에서는 자본주의에 관한 비판적 논의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로 떠올랐던 도구적 이성비판을 마르크스와 루카치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창시자였던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로 이어지는 지적 계보를 추적하면서 살펴본다. 특히 이러한 지적 계보는 하버마스의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조명하는 2장으로 연결된다. 2장(「계몽주의에 대한 하버마스의 옹호」)에서는 하버마스가 어떻게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비판이론을 비판함으로써 소위 ‘계몽주의의 마지막 옹호’라 불리는 의사소통 행위 이론에 도달했는가를 분석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에 대한 비판과 가다머, 윈치, 가핑클 등이 제시한 해석학적 관점에 대한 비판을 통해 하버마스 이론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이어 3장(「현대성과 계몽주의에 대한 리처드 로티의 포스트모던 비판」)에서는 로티가 새로운 실용주의를 제시하면서 어떻게 하버마스 류의 보편 이론을 넘어서려 했는가를 살펴본다. 리처드 로티의 소위 ‘재현주의 철학’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콰인·셀라즈 등의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로티가 어떻게 이원론적 인식론, 정초주의 인식론을 비판했고 그 결과 철학의 성격에 대한 혁명적 주장을 어떻게 펼치게 되는가를 논의한다. 4장(「현대성, 합리성, 문화 변동에 대한 하버마스와 로티의 논쟁」)에서는 하버마스와 로티의 철학을 ‘충돌’시킴으로써 이들의 이론이 가지는 첨예한 대립 구도를 세 영역에서 살펴보고 마지막 5장(「하버마스-로티 논쟁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서는 하버마스-로티 논쟁을 구체적인 사례 연구, 즉 과연 특정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진리 기준이 얼마나 보편화 될 수 있는가에 관한 사례 분석을 통해서 분석하고, 과연 이 논쟁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과제가 무엇인가를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 한다. 결론(「논증의 공간에서 연행의 공간으로」)에서는 하버마스와 로티 논쟁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우리가 문화·정치·사회를 좀 더 자유롭고 속박이 없는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어갈 수 있는가를 성찰한다. 구체적으로 문화 변동은 하버마스가 주장하는 논증보다 로티가 강조하는 정서·감성·감정을 담고 있는 여러 매체들(소설, 드라마, 혹은 에스노그래피 등)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창출하고, 그러한 사회적 희망에 기초해 결속력을 증진함으로써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로티철학의 사회학적 버전인 알렉산더(Jeffrey Alexander)의 ‘연행이론’을 통해서 예시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의 후기 〈하버마스-로티 논쟁에 대한 또 다른 논쟁〉에는 『이론, 문화 그리고 사회(Theory, Culture & Society)』에 게재된 저자의 논문이 7명의 심사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이끌어냈는가, 그리고 나아가 필자가 이들의 비판에 어떻게 답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이 현대 사회·정치이론의 중심부에서 벌어진 하버마스·로티 논쟁의 핵심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