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원전 완역본으로 읽는 고전, 마리 교양 03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에로스’에 관한 물음과 해답 플라톤의 대화편 중 구성과 내용이 가장 뛰어난 작품 《향연》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작품과 구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향연》은 ‘사랑과 에로스의 철학’을 담은 책이다. 기원전 416년, 아가톤이 비극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는 향연이 열린다. 이 향연에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해 비극작가 아가톤,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 의사 에뤽시마코스, 부유한 가문 출신의 청년 파이드로스와 파우사니아스 등이 참석한다. 이날 소크라테스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말끔한 차림으로 참석한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전날 저녁에 마신 술로 인한 숙취가 채 가시지 않아 술을 마시는 대신 ‘에로스 신’을 최대한 찬미하기로 한다. 이 제안을 한 파이드로스는 ‘다른 신들에 대해서는 시인들이 송가와 찬가를 짓는데, 이제껏 살았던 그 많은 시인 중 단 한 사람도 에로스에 관해서는 찬시를 지은 적이 없다’는 이유를 덧붙인다. 이리하여 당대 최고의 내로라하는 달변가들의 ‘사랑과 에로스’에 대한 말의 향연이 펼쳐진다. 당시 향연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향연을 이끌어가는 주관자가 있었고, 이 주관자가 토론의 주제와 방식 등을 정했다. 에로스 신의 찬미를 최초로 제안한 파이드로스를 시작으로 파우사니아스, 에뤽시마코스, 아리스토파네스, 아가톤, 소크라테스 순서로 에로스 신에 대한 찬미를 이어간다. 이들의 에로스 찬미 속에서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에로스’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파이드로스가 연설을 시작한다. “에로스가 카오스와 가이아 다음에 생겨난 오래된 신이며, 그렇기에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들을 가져다준다. 에로스는 수치스러운 것을 수치로 여기고 아름다운 것을 존중하는 정서를 제공해준다.” 두 번째 연설자는 파우사니아스다. 그는 아프로디테 여신이 둘이듯 에로스 신도 둘이라고 주장한다. “‘범속의 에로스’는 영혼보다 육체를 갈구하는 욕망이고 성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는 반면, ‘천상의 에로스’는 육체보다 영혼을 갈구하고 평생 지속되며 성적 사랑을 초월한다. 따라서 어머니 없이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천상의 아프로디테에 상응하는 천상의 에로스만이 단일하고 우월한 본성을 갖는다.” 세 번째 연설자는 에뤽시마코스다. 그는 의사답게 에로스를 건강과 질병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의술은 대립되는 것들을 서로 사랑하게 하여 조화하게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에로스로, 의술만이 아니라 예술, 전문 기술에도 에로스가 작용한다.” 네 번째 연설자는 아리스토파네스다. 그는 희극작가답게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인간은 본래 천체처럼 둥글었고 두 몸이 붙어 있었으며 힘도 엄청나게 셌다. 자만한 인간들이 신들을 공격하자 제우스가 인간을 반으로 나누었다. 그러자 인간들은 완전함을 이루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었는데, 이것이 곧 에로스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에로스의 가장 강력한 찬미자인 아가톤의 차례다. 그는 먼저 에로스의 외모를 언급한다. “에로스는 젊고 아름다우며 늙고 추한 것을 멀리한다. 또한 온화해서 신들과 인간들이 평화롭게 지내게 한다. 모든 생물이 태어나고 자라는 것도 에로스 덕분이다.” 아가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좋은 것이 에로스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것 또는 좋은 것을 사랑하는 자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드디어 마지막 연설자인 소크라테스의 차례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모두 에로스를 찬미의 대상으로 바라보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들의 견해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의 반론의 요지는 이러하다. “에로스가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또는 욕망이라면 아름다움을 결여해야 한다. 아가톤은 에로스가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에로스는 아름답지 않다.” 소크라테스는 자신 또한 젊은 시절 만티네이아 출신의 무녀 디오티마를 만나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어간다. “에로스는 아름답지도 좋지도 않으며, 신과 인간 사이에 있는 신적 존재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것은 신들에게, 신들의 것은 사람들에게 해석하고 전해주는 존재 말이다. 어머니를 닮아 늘 결핍과 함께 살아가지만, 아버지를 닮아 용감하고 지혜를 사랑하며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아름다운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풍요의 신 포로스와 빈곤의 여신 페니아에게서 태어난 에로스의 출생 배경을 들려주며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한다. 다시 말해 에로스는 아름다움과 추함의 중간에서 결핍을 안은 채 좋은 것을 좇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 또는 좋은 것을 사랑하는 자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디오티마의 이 물음에 소크라테스는 ‘그것이 자신의 소유이기를 욕망하며 이를 통해 행복해지고자 한다’라고 답한다. 참되게 지혜를 사랑하는 자 “사랑은 좋은 것을 영원히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더 나아가 육체적, 정신적 출산을 통해 불사함을 얻고자 함이다. 즉, 영원히 죽지 않는 신들과는 달리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이 출산을 통해 불멸과 불사를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출산은 사멸하는 존재에게 영속적이고 불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동의한 것처럼, 사랑이 좋은 것을 항상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이라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좋은 것과 더불어 불사를 욕망합니다. 따라서 이런 논의에서 사랑이 불사하고픈 열망이기도 하다는 결론이 따라 나옵니다.’(117쪽)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되게 사랑하는 자가 밟아나가야 할 아름다움의 단계(사랑의 사다리)에 대해 들려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에로스는 하나의 아름다운 몸을 연애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두 개의 아름다운 몸으로, 아름다운 관습들로, 아름다운 배움들로, 그리고 마침내 아름다움 그 자체(이데아)를 관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만이 참된 덕과 불사를 낳는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가 덕을 얻는 일에 가장 좋은 도우미라는 디오티마의 이야기에 설득되었노라고 말이다. 대화자들은 사랑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는데, 당대 그리스 사람들의 애정관만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에 관한 플라톤 자신의 견해도 함께 보여준다. 디오티마의 입을 통해 대변되는 플라톤의 견해에 따르면, 진정한 사랑이란 우리를 육체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름다움 또는 좋음의 이데아로 안내하는 인도자다. 이런 점에서 에로스는 참되게 지혜를 사랑하는 자(철학자)에 다름 아니다. _역자 후기 전공자와 일반 독자가 함께 볼 수 있는 플라톤서 국립아테네대학교 철학박사 오유석 교수의 쉬운 원전 번역과 작품 해제 이 책의 번역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국립아테네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오유석 교수가 맡았다. 고대 서양 철학을 다룬 여러 권의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한 정통파 고대 서양 철학 연구자로,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과 《파이돈》을 비롯하여 이 책 《향연》을 고대 그리스어 원전을 토대로 번역했다. 옮긴이는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지금 독자들이 읽기 쉽게 가능한 한 쉬운 말로 번역하고자 했다. 고대 그리스어 원전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무엇보다 신경 쓴 것은 상세한 각주와 깊이 있는 작품 해제다. 각주에서는 인명이나 지명, 역사적 사건 등을 꼼꼼하게 수록함으로써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 해제에서는 단순한 내용 설명이 아닌 작품의 주요 배경, 플라톤의 ‘사랑’ 또는 ‘에로스’ 개념, 주요 내용 등을 수록함으로써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플라톤 하면 일반 독자들은 물론 철학 전공자들도 언젠가는 독파해야 하는 커다란 산으로 여기고 있다. 이번 기회에 지금 언어로 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