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지성사의 위대한 유산
도서관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다
니네베 왕궁도서관의 쐐기문자 점토판에서부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파피루스 두루마리,
중세 수도원의 양피지 코덱스와 구텐베르크의 활자본,
21세기 글로벌 디지털 아카이브, 미디어테크에 이르기까지
지식을 축적하려는 ‘권력의 욕망’이 빚은
교양과 무지, 헌신과 파괴의 드라마
문자 체계가 탄생한 이래 인류는 기록을 통해 그 시대의 사상과 문화를 후대에 남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노력의 산물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인류 지성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새겨진 장소이자, 지식을 향한 인류의 열정을 보여 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책과 미디어 환경 변화를 분석하며 커뮤니케이션 분야 권위자로서 지난 20년 동안 유럽 인쇄물의 역사를 연구해 온, 앤드루 페테그리와 아르트휘르 데르베뒤언은 『도서관의 역사(The Library: A Fragile History)』(필로스 시리즈 36번)에서 인류의 지적 자산을 보관하고 전승해 온 장소로서 도서관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들은 도서관이란 단순히 책의 보관 장소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때로는 소실되며,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는 역동적인 공간임을 강조한다. 『도서관의 역사』는 쐐기 문자판이 보관되어 있던 니네베 왕궁도서관에서부터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으고자 했던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필사본의 산실이었던 중세 시대 수도원 도서관과 오늘날의 글로벌 디지털 아카이브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며 인류의 지적 자산이 어떻게 보존되고 때로 위협받았으며, 어떻게 재탄생되었는지를 역사적 사례를 통해 조명한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주목하는 것은 도서관의 탄생과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지식을 축적하려는 인간의 욕망이다. 지금까지 도서관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주로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함,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왕궁도서관이나 수도원 도서관에 주목해 왔다. 혹은 거대한 국가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인간의 바탕 욕망인 수집 욕구와 인정 욕구에 날카롭게 주목하면서 공공도서관과 개인도서관(서재)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엮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펼쳐 낸다”.(장은수 역자 해제)
지식에 대한 욕망, 수집에 대한 욕구는 수많은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과 개인 서재의 탄생에 기여했지만, 책과 도서관이 지닌 본질적 취약성으로 인해 또 손쉽게 사라지거나 파괴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장서들이 무관심과 방치, 전쟁, 검열, 화재 등으로 사라졌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양차 세계대전과 정치적 검열로 인해 많은 도서관이 억압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도서관의 역사』는 지식을 추구하는 동시에,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충돌하는 장소로서의 도서관의 가치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인상적인 부사는 아이러니하게도”(배동근 역자, 옮긴이의 말)인 것처럼 책은 길들이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반란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인류의 교양과 무지를 첨예하게 드러내고, 지식에 대한 헌신과 파괴의 드라마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 준다. “상상 그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주디스 플랜더스, 추천사)
왕궁도서관에서 개인 서재까지,
국가도서관에서 구글 디지털라이브러리까지,
정치적, 사회적, 기술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
끊임없이 위협받아 온 지식과 권력의 산실
“도서관 역사는 몇 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순탄한 과정의 이야기도, 사라진 도서관들에 대한 기나긴 탄식의 이야기도 아니다. 도서관이 주기적으로 흥망성쇠를 거듭한 것은 역사의 순리였다. 도서관 자료는 끝없는 관리를 필요로 했고, 아무리 소중히 여겼던 장서라도 때때로 계속 보관할지, 처분할지를 놓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도서관은 흔히 최초 건립자가 관리할 때는 번성하다가 그의 손을 떠나면 쇠락하고는 했다. 그러나 성세와 쇠퇴가 반복되듯 복구도 어김없이 거듭됐다.”(프롤로그)
이 책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탄생한 도서관이 정치적, 사회적, 기술적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동시에 위협받고 소실되었던 역사에 주목하면서 도서관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모해 왔으며, 지식과 권력, 사회적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저자들은 도서관이란 “지배층이 중시하는 가치를 보여 주는 권력의 상징물”이었고, 따라서 권력이 도전받을 때마다 수난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단순한 지식 보관소를 넘어서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연구하고 토론하는 학문의 중심지였으나, 여러 차례 치른 전쟁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결국 소멸했다. 로마제국이 몰락한 후 책의 안전한 피난처로 책 제작과 수집의 중심지가 되었던 수도원 도서관 장서 역시 여러 차례 정치적 풍파를 겪으며 찢기고 불타고 버려졌지만, 수도원은 끝내 이를 복원하면서 신앙심에 기반한 필사 작업을 통해 꾸준히 장서를 늘려 갔다. 하지만 종교개혁으로 촉발된 신교와 구교의 갈등으로 유럽 도서관의 기존 소장 도서들은 그 이단성 여부를 놓고 고통스러운 검열을 거쳐야 했다.
이 책은 이런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도서관은 어떤 우여곡절 없이 순조롭게 성장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도서 시장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도서관과 책의 역할을 크게 바꿔 놓으며 도서 시장과 도시의 번영을 이끌었지만, 그 후 두 세기가 지나는 동안 공립도서관 장서 대부분은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프랑스혁명 시기에는 기존의 왕실 및 귀족 소유 도서관들이 파괴되거나 국유화되었으며, 나치 독일과 소련 같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사상의 통제를 위해 많은 도서관이 검열과 폐기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는 도서관이 단순한 지식의 저장소가 아니라, 특정 이념이나 권력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화적 기관임을 보여 준다.
책은 인류 역사 내내 소중히 여겨지고 수집되며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도서관을 형성해 왔지만, 동시에 인류 지성의 보고인 장서들은 잊히거나, 방치된 채 썩어 없어지거나, 도난당하거나, 폐기되거나, 소각되는 등 여러 수난을 겪어 왔다. 이 책은 “2000년간 이어진 도서관 창립, 이후의 재앙과 파괴, 악의와 헌신, 이따금 드러나는 무교양의 어리석음 등을 포함한 롤러코스터 같은 여정”(567쪽)을 따라가며 도서관의 흥망성쇠를 매혹적으로 그려 낸다.
도서관의 역사는 단순한 발전의 과정이 아니라 지속적인 위협과 소실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소실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은 여전히 인류가 지식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그 역할을 이어 가고 있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만큼만 도서관은 존속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어떤 책이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유용하다고 간주되는지와 같은 지식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고대 철학자에서 르네상스 시대 귀족, 인문학자, 필경사, 책 사냥꾼 들
계몽주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큐레이션,
지식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어떻게 권력과 문명을 형성했는가?
이 책이 도서관을 다룬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점은 단순히 지식 보관소로서의 도서관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도서관의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식에 대한 욕망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으며, 도서관은 그 열망을 담아낸 공간이었다.
『도서관의 역사』는 고대 철학자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과 인문학자, 필경사와 책 사냥꾼과 같이 지식에 대한 사랑 혹은 권력이나 재물에 대한 욕망 등 다양한 이유로 책을 수집하고 도서관을 형성하고 발전시켜 온 인물들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통해 지식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어떻게 도서관의 발전에 기여하며 권력과 문명을 형성해 왔는지를 깊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