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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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의 재생 프로젝트는 친환경, 지구 보호와 맞물려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많은 도시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허물어야 마땅한 지난 시대의 오래된 유산을 재활용하여 그곳에 쌓인 시간과 장소의 기억을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있다. 우리 주변의 오래된 건물과 거리를 바라보는 시선과 발상을 바꿀 때도 되었다. 그런 새로운 시선과 발상 전환의 마중물로 삼기에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 박원순_서울시장 세계적 추세가 된 산업유산 재활용 프로젝트, 그것의 발상지 유럽 지난 2000년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문을 연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Tate Modern Art Gallery)은 미술관 역시 훌륭하지만,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세계적으로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산업유산의 재활용을 통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선구적 사례로 부상한 이곳은 그후로 지금까지 산업유산 재활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그후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재생시켜 활용하는 것은 이제 어느 한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그런 유사한 사례들은 세계 곳곳에서 숱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시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지구는 옛 전선(電線) 공장 자리에 가난한 미술가들이 싼 집세에 이끌려 몰려든 이후 갤러리와 미술관이 들어서기 시작, 지금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인 예술 명소가 되었다. 일본의 나오시마와 이누지마 등은 제련소 공장의 환경 오염물로 죽어가던 섬이 통째로 예술의 섬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옛 정수장을 고스란히 활용한 선유도공원을 비롯, 옛 수도가압장을 되살려 활용한 윤동주 문학관, 공장과 공존하는 예술촌 문래동 예술촌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산업유산의 재활용 프로젝트는 역시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업혁명의 발상지도 유럽이었고, 19세기 말 20세기 초 새로운 산업의 태동이 곳곳에서 시도된 곳 역시 유럽이었다. 당시 도시의 규모가 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운송수단도 마땅치 않았던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주요한 산업 시설들을 도심의 한복판에 세워 사용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도시 규모는 커졌고, 운송수단도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자 도시에 필요한 시설들은 외곽으로 배치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때 유용했던 산업유산들은 제 기능을 잃고 방치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방치된 산업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유럽 주요 도시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 도시는 더 이상 쓸모 없는 산업유산들을 어떻게 재활용했을까. 크기도 규모도 달랐던 이들의 산업유산을 재활용하는 것은 도시의 개성에 따라, 환경에 따라 그 방식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가급적 그곳에 쌓인 공간과 시간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도시들, 함께 살아온 오래된 건물들의 가치에 주목하다 ‘유럽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 탐구’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는 10여 년 동안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 박사인 저자가 오랫동안 면밀히 자료를 조사하고, 직접 현장을 취재하여 쓴 기록물이다. 도시학, 사회학, 지리학을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관심의 지평을 넓혀온 저자는 그가 유럽에 건너가 살게 된 배스(Bath)에서 오래된 도시의 품위와 격조에 감동을 느낀 뒤 어떻게 이 도시가 오랜 세월의 켜를 잘 간직하며 역사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관심사는 옛날 건물들을 무조건 오래된 것이라고 허물지 않고 그 모양을 존중하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럽의 다양한 사례에 눈을 돌리게 했다. 그러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오래된 도시일수록 자신의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소성’과 ‘시간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래되고 낡은 것을 허물어뜨리고 새로 짓는 것은, 얼핏 매우 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이나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 이전의 그 장소에 쌓인 무형의 시간과 역사를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그런 결정이 도시를 위해서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이것은 이제 비단 유럽의 도시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영국에 거주하면서 수시로 찾아다닌 유럽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만난, 옛 건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여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본 다양한 사례 가운데 특히 산업유산을 재활용한 경우만을 모은 것이다. 저자는 비단 우리와 멀리 떨어진 어느 도시의 미담이나 선망의 대상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시사회학을 전공한 전문가의 시선으로 대상을 살필 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이야기까지 풍부하게 살피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인식의 변화가 넓게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았다. 미술관이 된 발전소부터 호텔로 변신한 감옥, 문화예술 지구로 변신한 슬럼 지역까지, 열네 곳의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를 만나다 이 책은 파리, 런던, 빈, 카를스루에, 헬싱키, 마드리드, 뒤스부르크, 에센,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볼로냐, 더럼, 취리히 등 유럽 전역에 고르게 퍼져 있는 산업유산의 재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산업유산의 기능은 도시철도, 양조장, 가스공장, 가스 저장고, 탄약공장, 감옥, 발전소, 제철소, 보일러실, 탄광, 항구, 제빵공장, 도축장, 조선소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과거에는 하나같이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했던 시설들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능이 쓸모가 없어지면서 일상의 밖으로 밀려나 방치되어왔던 곳들이다. 이런 곳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토대로 새롭게 변화하여 다시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다.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일 건물의 재생이다. 발전소 또는 가스 저장고였던 건물들이 어떻게 재생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어쩌면 산업유산의 버라이어티한 변화와 그 효과를 실감하는 첫걸음일 수 있다. 카이샤 포럼(마드리드, 스페인)은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 변신의 주역인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뮤론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기존 화력발전소였던 이곳의 원형을 최대한 존중하되, 새로운 소재를 접목하여 재탄생시킨 이곳은 건물 자체의 재생은 물론 마드리드를 유럽 문화예술 중심 도시로 부상시키는 데 일조했다. ‘베이비 테이트’, ‘시스터 테이트’로도 불리는 런던의 사랑스러운 예술 공간 와핑 프로젝트의 전신은 오래 방치되었던 수력발전소이다. 건물을 재생한다는 것의 의미는 대부분 그 외형은 살리되 내부는 새로운 기능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와핑 프로젝트는 발전소 당시 사용했던 내부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로 이곳을 독창적인 레스토랑과 갤러리를 갖춘 독특한 예술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낡은 벽돌과 녹슨 기계로 가득찬 공간은 런던에서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 못지 않은 주목을 받고 있다. 카를스루에 미디어아트센터(카를스루에, 독일)는 애초 탄약공장으로 지어져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른 뒤 제철소로 잠시 사용되다 오래 방치되던 곳을 도시의 전통적인 강점인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을 결합시켜 세계 최대의 미디어아트센터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전쟁 이전만 해도 과거 독일의 대표 과학기술 도시로 군림했던 이 도시는 이 건물의 재생을 통해 미디어아트의 심장부로서 다시 세계 무대의 중심이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신은 아마도 카타야노카 호텔(헬싱키, 핀란드)이 아닐까 싶다. 175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죄수가 거쳐 간 감옥을 최고급 호텔로 변신시키는 것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러나 발상을